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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회 SBS 스페셜

SBS 스페셜

방송일 2009.04.05 (월)
[88만원 세대의 힘겨운 데뷔전]
방송일시 : 2009. 04. 05 (일) 밤 11시 10분~ (60분간)

■ 기획의도

2009년, 대학문을 나서는 젊은이들의 마음은 무겁다. 
세계금융위기의 여파로 국내외 고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뎌야 할 100만의 청년들은 아직 데뷔전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있다. 
높은 학점과 토익점수, 공모전 수상경력과 각종 자격증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이른 바 스펙 쌓기에 어느 세대보다 많은 노력을 쏟아 붓고도 취업문턱을 넘지 못하는 지금의  20대에게는 ‘88만원 세대’, ‘트라우마 세대’, ‘인턴세대’와 같은 뼈아픈 이름이 붙어있다. 무작정 눈을 낮추라거나 무한경쟁을 뚫고 살아남으라는 주문만이 반복되는 가운데 승자가 되지 못한 대다수의 청춘들에게 이 봄은 그 어느 때보다 잔인하게 다가오는데. 미래를 잠식하는 긴 터널을 벗어나기 위해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 희망의 메시지를 찾아본다. 

■ 주요내용

스펙 무한경쟁 시대의 20대
  
원래 제품의 사양을 뜻하는 스펙(specification의 준말)은 20대들 사이에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평가지수로 통한다. 

4점대 학점, 850점대의 토익점수, 전공 관련 자격증 4개, 2개의 인턴 경력, 무역협회 홍보대사, 공모전 장관상 수상, 봉사활동까지... 소위 취업 5종 세트라 일컬어지는 요건 이상의 스펙을 갖춘 배 정은씨(한국외국어대학 국제경영학과 04학번, 올해 2월 졸업). 그러나 100여통의 이력서를 쓰고도 아직 자신의 능력을 펼칠 회사를 찾지 못한 그녀는 최근 제2외국어 겸비라는 또 다른 스펙을 갖추기 위해 중국어 평가시험을 준비 중이다. 

20대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SBS 스페셜과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팀이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90%이상이 본인의 스펙이 아직 부족하다고 대답했다. 또한 스펙을 더 올려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97% 가량. 특히 주목할 점은 자아 정체감이 혼미한 상태일수록 스펙에 대한 압박이나, 스펙의 영향력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고민하고 탐색할 시간을 갖기도 전에 무한경쟁에 던져진 20대들, 이들이 함께 살아남을 해법은 없는 것일까?  

승자독식의 시대, 우리는 누구인가? 

일본에서는 최근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으며 일정한 주거 없이 인터넷카페를 돌며 살아가는 젊은이들, 즉 네트카페 난민이 크게 늘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의 젊은이들도 100유로 세대, 700유로 세대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실정. 그중에서도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우리 청년들이 겪고 있는 현실은 더욱 가혹하다. 스물여덟살의 김용혁씨(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2년 휴학)는 아직 대학교 2학년을 마치지 못했다. 그동안 등록금을 벌기 위해 휴학과 복학을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 직후부터 1년에 20-30가지의 아르바이트를 해왔지만 이번에도 4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한 용혁씨, 친구들이 이미 사회에 진출하여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지금, 그는 다시 휴학을 하고 고기잡이 배를 타고 있다. 하루 열여덟 시간 이상의 고된 노동을 하며 등록금을 모으고 있는 그의 피곤한 잠 속에는 무슨 꿈이 있을까?

나의 꿈은 안정된 삶이다?

실패와 좌절까지도 마음껏 경험하며 도전과 용기를 마음껏 드러내야 할 20대! 그러나 우리가 만난 20대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꿈은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안정된 삶이 인생의 꿈이 되어버린 시대. 이것이 20대만의 문제일까? 
최근 미국의 언론은 남다른 길을 선택한 한 청년의 이야기를 앞 다투어 보도했다. 남캘리포니아주립대(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40번이나 면접을 봤지만 취업에 실패한 스물여섯 살의 청년 대니얼 세디키(Daniel Seddiqui). 그는 안정적인 회사에 취직하려던 계획을 버리고 6개월 전부터 미국 50개 주를 돌아다니며 매주 한 가지씩 50가지의 직업체험에 나섰다. 안정을 포기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난 도전에서 그가 만난 것은 과연 무엇일까? 
계명대학교 광고홍보학과 00학번 고순철씨(28)는 그동안 자신의 공연기획 포트폴리오 등을 담은 동영상 자기소개서를 만들어 직접 광고회사와 기획사를 찾아다닌다. 선약 없이 찾아온 불청객을 반갑게 맞아줄리 없건만 “그래도 10번 중 2번 정도는 인사담당자나 대표를 만나볼 수 있다”고 웃음 짓는 순철씨는 올해 졸업을 해야 하지만 한 학기 유예하고 이른 바 대학교 5학년이 되었다.

대안은 없는가?

청년실업 100만 시대, 그 해법의 하나로 정부는 인턴제 확대를 내놓았지만, 이것이 제대로 된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회의적이다. 세금을 쏟아 부어서 억지로 만들어낸 일자리가 과연 정부의 지원이 끝난 뒤에도 지속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프랑스와 일본의 지역사회가 보여준 성공적인 고용창출 사례는 의미 있게 다가온다. 단순히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꼭 필요한 일거리를 사업화하여 안정된 고용창출과 지역사회의 삶의 질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 프랑스의 사회적 기업 [빌세나], 그리고 대기업이 아닌 지역 소기업에서 인턴쉽 프로젝트를 수행함으로써, 지역 내 인재 양성과 지역의 발전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낸 일본 시민단체 [에틱(ETIC)]의 커뮤니티 챌린지 프로젝트(Community Challenge Project)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속 가능한 딴따라 짓(?)을 위하여~

최근 한국 대중음악상 3관왕 수상을 받으며 인디계의 역습을 몰고 온 장기하와 얼굴들. 
‘이제는 장판이 난지 내가 장판이지도 몰라’라고 노래하는 이들의 음악을 혹자는 패배자의 정서라는 뜻으로 루저(Loser)문화로 분류한다. 그러나 노래를 만든 장기하는 자신의 노랫말은 특별한 패배자가 아니라 그저 평범한 20대들이 살아가며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과 생각일 뿐이라고 이야기 한다. 
많은 젊은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그들의 앨범은 멤버들이 직접 컴퓨터로 한 장씩 구워내는 이른 바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이렇게 손으로 만들어진 싱글앨범 [싸구려 커피]는 최악의 음반시장 불황 속에서 1만장이 넘는 경이로운 판매량을 기록했다. 자본과 기획력, 대량홍보 등 대형기획사가 주는 이점을 과감하게 버리고 자신들이 원하는 음악을 자유롭게 하기 위하여 열심히 살 뿐이라는 이들의 모습에서 88만원세대라고 불리는 우리의 20대가 잃어버린 꿈이 무엇인지 생각게 한다.

88만원 세대의 성공적인 데뷔전을 위하여

우리는 88만원세대로 불리는 우리의 20대에게서 제작진은 좌절과 포기보다 용기와 희망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시대, 힘겨운 데뷔전을 치르고 있지만 결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의 프리터족과 네트카페난민과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난다.
그러나 한 세대의 사회진입이 늦어지거나 실패하게 된다는 것은 그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사회와 국가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인 만큼 경제위기가 가져온 20대의 취업난과 그들의 힘겨운 데뷔전을 모든 세대들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나가고자 하는 노력이 절실한 때다.

연출 : 류상우 / 구성 : 장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