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회 SBS 스페셜
SBS 스페셜
방송일 2009.05.03 (월)
[부처님 오신 날 특집 - 僧, 길 위의 하루] 방송일시: 2009년 5월 3일 (일) 밤 11:20분 ■ 기획 의도 매화는 반만 피었을 때 남은 여백의 운치가 있고 벚꽃은 남김없이 활짝 피어나야 여한이 없습니다. 복사꽃은 멀리서 보아야 분홍빛 봄날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누릴 수가 있고 배꽃은 가까이서 보아야 그 맑음과 뚜렷한 윤곽을 분명하게 느낄 수가 있습니다. -법정 스님 사람들은 보통 수행이라 하면 염불, 참선, 기도와 같은 정형화된 구도의 방법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것은 편견 혹은 오해일 수도 있다. 수행자들에게 수행은 그저 일상적인 삶이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이부자리를 털고 일어나면서부터 늦은 밤 다시 이부자리를 펴고 누울 때까지, 그리고 잠을 자는 동안에도 마음을 닦는 수행에는 쉼이 없다. 매화에는 매화의 아름다움이 있고, 벚꽃에는 벚꽃의 아름다움이 있는 것처럼 각자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해 무엇을 하든 좋은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오직 일념으로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깨달음을 향해 가는 수행자의 삶이자 길이다. 더 낮은 곳에서 참선과 명상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는 스님도 있고, 세상과 좀 더 가까운 곳,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수행의 길을 찾는 스님도 있다. 또 깊은 산 중에서 녹차를 만들거나 곡차를 빚기도 한다. 여러 스님의 다양한 수행 방법을 통해 진정한 수행의 의미를 찾아가다 보면, 길은 여러 갈래지만 결국 하나의 길에서 만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수행의 길이, 우리 인생의 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느끼게 될 것이다. 모든 생명은 꽃과 같다. 꽃과 같이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지극한 수행자의 모습을 통해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행복한 삶의 길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구성 내용 2009년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둔 가상의 어느 하루, 새벽 3시 목탁 소리로 시작되는 운문사 새벽 예불부터 하루가 저무는 시간, 통도사 저녁 예불까지 내원사, 봉은사, 사명암, 일지암 등 전국 20여 개의 사찰에서 만난 수행자들의 삶. 그들은 무엇을 먹고, 생각하고, 행하는가. ◆ 새벽 3시 / 운문사 “지심귀명례 : 지극한 마음으로 목숨을 다해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전 주한 미 대사 부인은 한국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을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청도 운문사 절집에서 보낸 하룻밤’이라고 대답했다. 그 경건함을 함께 느껴볼 수 있는 새벽 예불 시간, ‘지심귀명례’를 외는 비구니 스님들의 목소리가 새벽을 깨운다. ◆ 새벽 4시 30분 / 내원사 “솥뚜껑을 열어서 마지 올라가서 공양 드시는 그 순간까지 늘 살얼음이에요.” 대대로 공양주 소임을 살다가 도를 깨친 스님이 많다는 내원사. 법랍 24년, 공양주 경력만 13년 된 지공 스님에게 밥 짓기는 단순한 밥 짓기가 아니다. 부처님과 세상에 올리는 지극한 마음의 공양이다. ◆ 오전 10시 / 사명암 “신심이 안 들어가 있으면 아무래도 조화(造花)와 같겠지. 신심이 들어가 있어야 성화(聖花)가 되겠지.” 40년이 넘게 탱화와 단청을 그려온 중요무형문화재 단청장 동원 스님. 조계사 대웅전에 걸린 국내 최대 불화인 석가여래, 아미타불에 이어 약사여래 탱화의 마지막 손질에 한창이다. ◆ 오전 11시 / 서울 봉은사 “여러 가지 잡다한 일을 끊어버리고 봉은사에 전력을 다하려고 시작했는데 나 자신의 변화를 위해서도 천일기도는 정말 잘 선택했구나…." 사찰 재정을 공개하고 종무 회의에 일반 신도가 참석하게 하는 등 불교 개혁에 앞장서는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 산문 밖 출입을 금한 채, 매일 1000배를 올리며 천일기도를 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불교 발전의 길은 무엇일까. ◆ 오후 3시 / 일지암 “그 색, 향, 미가 일치돼야 하는데 내 마음이 평정심을 잃으면 그게 안돼요. 그래서 차를 가지고 점검을 하지요” 차와 선이 둘이 아니라는 조선시대 초의 선사의 다선일미 사상의 맥을 이어온 일지암. 차의 성지로 불리는 일지암은 햇차 만드는 향이 그득하다. ◆ 오후 4시 / 수왕사 수왕사 주지에서 다음 주지로 12대를 이어온 송화백일주 12대 전승자인 벽암 스님. 송화백일주는 석간수와 송홧가루, 솔잎 등 모악산의 자연이 빚어내는 곡차다. ◆ 오후 6시 30분 / 통도사 운문사 비구니 스님들의 새벽 예불이 애잔한 느낌이라면 비구 도량인 통도사 저녁 예불은 웅장하고 엄숙한 느낌이다. 저녁 예불 시간을 알리는 범종이 울리면 스님들은 길게 줄을 지어 안행을 하며 설법전으로 향하고, 산사의 하루는 저물어 갑니다. 연출: 안상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