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회 SBS 스페셜
SBS 스페셜
방송일 2009.05.24 (월)
[희망의 가족공동체, 캠프힐] 방송일시: 2009년 5월 24일 (일) 밤 11:20 여기, 카메라를 들었으되 눈이 아닌 마음으로 찍는 청년이 있다. 다발성 신경경화증이라는 몹쓸 병으로 스물 셋에 시력을 잃어 ‘시각장애인’이란 낙인을 얻은 노동주 (28세). 후천장애라는 청천벽력같은 일을 겪고 한동안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던 그는 남부러울 것 없던 자신의 삶을 반추하다 스스로도 잊고 있던 ‘다큐멘터리 감독’의 꿈을 되살려냈다.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찍어?’ 라는 회의와 냉소가 쏟아졌지만 그는 해냈다. 촬영과 편집을 위해 친구 전성용의 도움을 받긴 해도, 다큐멘터리 감독의 길에 시각장애는 전혀 ‘장애’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마음의 실타래로 단단하게 묶인 가족이 있다. 자폐증, 다운증후군, 뇌병변장애 등으로 이른바 ‘장애인’이라 불리는 사람들과 또 그들 곁에 살며 삶의 순간들을 나누는 자원봉사자들. 캠프힐 사람들은 서로를 돕고 보살펴주는데서 행복을 느낀다. 때문에 캠프힐의 주인은 세상의 가장 약자인 장애인들이다. 무시하거나 따돌리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장려하는 곳이다. 캠프힐을 방문해본 사람들이 ‘장애인의 천국’이라고 감탄하는 이유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으면서 장애인들의 소망과 꿈을 이야기하는 노동주. 그가 카메라를 들고 아일랜드의 밸리토빈 캠프힐을 찾았다. 캠프힐의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어떻게 서로를 보듬고 역할을 나누며 건강하게 살아가는지 속속들이 카메라에 담았다. 시각장애인 노동주가 보고, 느끼고, 다른 이들과 나누고자 한 캠프힐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주요 내용] 1. 밸리토빈 캠프힐 지구 반대편 인구 400만명의 작은 나라, 아일랜드. 노동주가 찾아간 밸리토빈 캠프힐은 아일랜드에 있는 열 세 개 캠프힐 중 하나다. 드넓은 지평선과 초원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다섯 채의 집과 학교, 음악당, 그리고 농장과 축사를 갖춘 미니 마을. 한 가족 당 house parents라 불리는 부부와 장애인,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생활하며 적게는 열 두명, 많게는 열 여덟 명이 한 집에 산다. 2.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 가족 캠프힐의 핵심 구성원은 뇌병변장애, 자폐증, 다운 증후군 등 지적장애인. 캠프힐에서는 이들을 장애인이라 부르지 않고 ‘special need’ 즉,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라 부른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은 이들에게 있어 친구이자 가족이며 치료사이자 상담사이다. 자원봉사자 한 명 당 장애인 1명을 책임지고 돌보며 틈틈이 가사와 농사꾼, 교사 역할을 겸한다. 가족이 남과 다른 것은 전 생애, 삶의 고락을 함께 한다는 것.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수십년을 장애인과 함께 살아온 캠프힐의 자원봉사자들은 오히려 그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살았음을 고백한다. 3. 착한 경제, 착한 교육 캠프힐의 살림은 모두 자급자족, 공동소유를 원칙으로 한다.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운 장애아들을 캠프힐에 위탁하면 정부의 장애인 보조금이 캠프힐의 생활비용으로 지급되고 후원자들의 기부금과 물품은 보너스다. 장애인들의 예민한 몸과 마음을 위해 먹는 것은 모두 유기농으로 직접 재배한다. 스스로 경작하고 길러낸 먹을 거리들은 모두 마을 창고에 저장해두고 누구든 필요한 만큼 가져가도록 한다. 학교에서는 인간에게 공평한 능력, 인지학에 바탕을 두고 발도르프 교육을 행한다. 이웃 마을의 비장애인 학생들도 일부러 찾아와서 배우는 발도르프 교육. 특별한 교과목 없이 음악, 그림, 이야기, 야외활동으로 인지능력을 키워나가는 교육이다. 캠프힐의 학교에서도 장애아들은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다. 4. 세계 속의 캠프힐. 한국은? 1940년대, 전쟁의 포화 속에 황폐해져가는 사회를 바꿔보고자 시작된 캠프힐 운동. 7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캠프힐의 정신과 운영방침이 세계 속으로 퍼져나가 현재까지 110여개의 커뮤니티가 생겨났고 여러 장애인 공동체들의 모태가 됐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여전히 장애인은 집안을 벗어나기 힘들고 사회 속에서 존재감을 지니기란 더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 다큐멘터리 감독 노동주가 우리 안의 ‘캠프힐’을 찍을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