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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회 SBS 스페셜

SBS 스페셜

방송일 2009.08.02 (월)
[막·걸·리 - 1부 당신에게 막걸리는 무엇입니까]
방송날짜 : 2009년 8월 2일 밤 11시 20분

■ 기획의도  

막걸리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몇 년 사이 한류바람을 타고 막걸리 인기가 높아지면서 막걸리 수출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고도 한다. '맛코리(マッコリ)' 라는 이름으로 특히 일본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막걸리. 유산균이 요구르트보다 100배나 많아 피부에 좋고, 몸에도 좋은 웰빙 술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일본 막걸리 붐의 역풍과 갑자기 닥쳐온 경제 위기로 가벼워진 지갑 때문에, 혹은 막걸리의 진면목을 다시 발견한 때문에 국내에서도 막걸리의 인기가 살아나고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막걸리는 무엇일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

이번 2부작 다큐멘터리 [막걸리]는 그동안 우리에게 서민의 술, 값싼 술, 농사일하다 마시는 농주(農酒), 머리 아픈 술로 인식되어 온 막걸리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다.

막걸리는 술이다. 그렇지만 술은 단순히 그냥 마시는 음료가 아니다. 막걸리는 우리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술 중 하나이고, 우리의 생활 속에 면면이 이어온 술이다.
우리는 막걸리를 마실 때 ‘쌀과 누룩이 발효되어 알코올이 된 노르스름한 액체’만을 마시는 것이 아니다. 아버지를, 어머니를, 고향과 추억을 함께 마신다.  

막걸리는 그래서 삶이며 문화다. 세계 어느 누구도 모방할 수도, 만들어내 수도 없는 우리만의 문화콘텐츠다. 다만 우리는 아직 그 문화의 가치를 발견하여 키워내지 못한 것이다.

1부 [당신에게 막걸리는 무엇입니까]에서는 탤런트 최불암, 소설가 성석제, 일본인 음식 칼럼니스트 핫타 야스시를 통해 막걸리의 맛과 멋, 그리고 추억과 정(情)을 그려 낸다.
2부 [막걸리, 와인을 꿈꾸다!]에서는 술 평론가이자 여행작가 허시명이 한국 막걸리의 원류를 찾아 나서고, 품질 좋고 맛있는 막걸리를 만들기 위한 장인들의 노력과 다양한 막걸리를 맛보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춰 새로운 스타일의 막걸리 주점 문화를 만들어가는 이들의 시도를 담아낸다. 그리고 이미 막걸리 붐이 일고 있는 일본에서 벗어나 미국 뉴욕의 맨하탄에서 막걸리 시음회를 개최하는 등 막걸리가 와인처럼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 주요내용

1부 [당신에게 막걸리는 무엇입니까]
	내레이션 : 탤런트 최불암, 소설가 성석제씨가 직접 녹음.

  
  최불암, 어머니, 그리고 막걸리

“명동에다 주점을 하나 내고 싶은 충동을 느껴요. 막걸리만 파는 집, 많은 예술가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그런 주점...”

국민배우 최불암씨는 명동에만 나오면 가슴이 떨린다. 20대 초반 이곳에서 연극을 시작해서1965년 지금의 명동예술극장인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했던 그에게 이곳은 젊은 시절의 추억과 열정이 서려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의 아내인 김민자를 극단 후배로 처음 만나 가슴 떨린 연애를 한 것도 바로 이 곳 명동이다.
또 하나 1950-60년대 문화 예술의 중심지인 명동에서 ‘은성’이라는 주점을 운영한 이가 바로 최불암씨의 어머니(이명숙, 86년 작고)다. 김수영, 박인환, 변영로, 전혜린, 이상, 이봉구, 오상순, 천상병 등 문화예술인들이 막걸리 잔 너머로 문학과 예술의 꽃을 피웠던 '은성'은 가난한 시대 예술가들의 사랑방이며 아지트였다. 
지금은 고층빌딩이 들어선 '은성'의 자리엔 이제 ‘은성주점터’라는 표지석만 남아있다.
박인환의 시 ‘세월이 가면’이 씌어지고, 노래로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던 ‘은성’에는 많은 추억과 이야기가 서려있다. 서라벌 예술대학(지금의 중앙대학교)에 합격했을 당시 ‘논개’의 시인 수주 변영로 선생에게 건내 받은 축하 막걸리 잔의 술지게미를 털어내다 뺨을 맞기도 했었다는 최불암씨... 그 시절 어머니와 막걸리의 추억을 되새기며 최불암씨는 점점 그런 공간이 사라져 가는 것을 아쉬워한다.


 
  비가 오면 생각나는 빈대떡과 막걸리

"한국 사람은 감성적이라고 생각해요. 감정적이 아니라 감성적.. 비가 오고, 혼자 있을 때,오늘은 막걸리라도 마시면서, 부침개도 먹고... 혼자 마시다보면 누군가 친구도 와서 
‘너 무슨 일 있어?’라면서 같이 나눠 마시는 한국인의 마음.." 
- 음식 칼럼니스트 핫타 야스시 인터뷰 中-

자박자박 떨어지는 빗소리가 귓전을 두드릴 때면 우리는 지글지글 기름에 부친 빈대떡과 막걸리를 떠올린다. 한국 사람들은 왜 비오는 날 막걸리를 마실까? 

 
  소설가 성석제에게 막걸리는 고향이다

  "오면서 그냥 오지 않고 홀짝 홀짝, 한두모금씩 마시고, 
		오다가 잠도 들고 그랬죠”

경북 상주가 고향인 소설가 성석제가 생애 최초로 맛본 술은 막걸리였다.
어릴 때 술심부름 다니면서 몰래 마셨던 막걸리가 바로 고향의 맛이고, 청년기에 최초로 마신 술 또한 막걸리였고, 그 막걸리 역시 고향에서 마셨다는 성석제. 이런 저런 형용을 다 빼고 한단어로 이야기 한다면 그에게 막걸리는 '고향' 이라고 얘기한다. 4-5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봤을 법한 막걸리에 얽힌 기억. 막걸리 배달 사고의 추억들... 어린 시절 사카린 휘휘 저어 처음 맛보았던 추억의 그때 그 막걸리 맛을 찾아 소설가 성석제와 함께 그의 고향 상주로 '막걸리 소풍'을 떠난다. 

 
  막걸리는 넘치는 人情이다

14살 때부터 시작하여 40년째 막걸리를 빚어온 전북 남원에 있는 인월 양조장의 송준수 아저씨는 오늘도 32년 된 짐실이 자전거를 타고 마을 곳곳을 달린다. 한 병에 900원, 열 병 이래봐야 만원도 안 되는 돈이지만 마을 가장 높은 산꼭대기도 마다 않고 배달을 간다. 
이제는 송씨 부부 둘이서 양조장 일을 하느라 힘은 들지만 술 익는 냄새가 퍼져나가면 목이 컬컬해진 마을사람들이 슬슬 모여든다. 
“한잔 줘유?” “한잔 줘봐봐”
아직 물을 타지 않은 원주(原酒 : 흔히 일본말로 ‘모로미’라고 부른다)를 한 바가지 가득 따라주는 아저씨의 막걸리를 꿀꺽 꿀꺽 단숨에 한 바가지를 들이킨다.
“이 맛에 여기를 그냥 지나갈 수 없어”
시골 양조장에서만 볼 수 있는 넉넉한 풍경. 항아리 속 익어가는 막걸리처럼 넘치는 인정이  이곳의 막걸리를 잊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막걸리에 반한 일본인 음식 칼럼니스트 핫타 야스시

1999년 1년 3개월 동안 한국에 유학을 왔다가 한국 음식에 반한 핫타 야스시(八田 靖史, 33세). 그 후 일본 유수의 신문과 잡지에 한국 음식을 소개하며 한국음식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한 그가 요즘 막걸리에 푹 빠졌다. 
막걸리에 관심을 갖게 된 뒤로 거의 매일같이 막걸리를 마셔왔다는 그의 집에는 막걸리 전용 냉장고에 10여 가지가 넘는 막걸리가 늘 들어있다. 지금까지 그가 마셔 본 막걸리만 무려 60여종. 일본 도쿄에서 30여종의 한국 막걸리를 놓고 막걸리 시음회를 열기도 했던 핫타씨는 10가지 막걸리를 알아맞히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놀랍게도 6가지를 맞히기 한 막걸리 마니아. 유통 상의 한계 때문에 일본에서는 살균되지 않은 생막걸리를 마실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온 그가 살아있는 진짜 한국의 막걸리 맛을 보기 위해 찾아왔다!

서울에서 막걸리를 먹기가 더 어렵다?

일본의 고기집인 야키니쿠에서는 대부분 막걸리를 팔지만, 서울에 온 핫타씨가 찾아간 갈비집에서 그는 좋아하는 막걸리를 마실 수 없다. 막걸리를 파는 주점에서도 일본처럼 여러 종류의 막걸리를 취향대로 골라먹을 수 있는 곳은 없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알고 있거나 마셔 본 막걸리의 종류는 두세 가지에 불과하다. 
대한탁주협회에 등록된 우리나라 막걸리 양조장의 수는 700 여 곳. 그 중 우리가 알고 있는 막걸리는 몇 종류나 될까? 그리고 당신은 몇 종류의 막걸리를 마셔 보았습니까? 

핫타와 떠나는 막걸리 기행

충청북도 진천군 덕산면. 이곳에는 한국 근대주조사의 아픈 역사 속에서 꿋꿋이 80년을 이어온 술도가가 있다. 1930년에 지어져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세왕주조(덕산양조장: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의 무대)에는 3대째 술을 빚어오고 이규행 대표가 있다. 좋은 술을 빚는 비법은 겉으로 드러나는 공정이 아니라, 눈으로 보이지 않는 세심한 손길 속에 있다는 그의 설명은 일본인 핫타씨의 가슴에도 다가온다. 
술이 한창 익고 있는 발효실, 난생 처음 술항아리에서 바로 떠낸 원주(原酒 : 원래는 물을 섞기 전 단계로 15-16도 정도 됨)를 맛 본 핫타씨. 과연 그 맛은 어떠했을까?

푸른 남해바다와 어우러진 다랭이 논의 아름다운 곡선이 장관을 이루는 경남 남해의 다랭이 마을. 술지게미를 짜내고 물을 붓고 체에 거르는 할머니의 거친 손길을 거쳐 나온 뽀얀 막걸리. 아름다운 남해 바다를 안주삼아 마시는 투박하고 구수한 할머니의 손 막걸리는 핫타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한상 가득한 안주로 유명한 곳, 전주 막걸리 골목.
막걸리 세병들이 한 주전자에 스무 가지 안주는 기본, 일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푸짐한 주안상에 핫타씨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여기 테이블은 부러지지 않게 튼튼하게 만들어야겠어요.”
전주 막걸리 골목만의 특이한 술 문화는 하나 더 있다. 막걸리를 5일 정도 냉장 보관했다가 가라앉은 부분은 버리고 위의 맑은 부분(이곳에서는 흔히 윗술이라고 부른다)만 마시는 것이 바로 그것. 푸짐한 안주에 놀라고 산뜻한 막걸리의 색다른 맛에 반했다는 핫타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핫타씨에게 한국에서의 산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한국 사람들에게서 “산에 가면 역시 막걸리야”라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지만 핫타씨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시원하게 얼린 막걸리 한 병을 가방속에 넣어 정상까지 올라서면 적당히 녹은 막걸리에 살얼음이 살살살살. 청계산을 오르며 막걸리를 들고 가는 많은 등산객을 만난 핫타씨는 숨이 턱에 찰 무렵 산중턱에서 막걸리 좌판을 만나 단돈 2천원을 주고 얼음에 채워 놓은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킨다.
“야, 이래서 산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구나”
막걸리 덕에 다시 힘을 내서 545M 청계산 이수봉 정상에 오른 핫타씨는 막걸리 마시는 등산객들을 보며 구슬땀을 안주삼아 마시는 등산길 막걸리야말로 최고의 맛이라는것을 알았다고 하는데...
“와~ 막걸리의 가장 좋은 안주는 땀이네요.”


참고 : 주요 출연자 약력 

허시명 (술 평론가, 여행작가)
1961년 전남 여수 출생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샘이깊은물]잡지사 근무
2001년 「풍경이 있는 우리 술 기행」(웅진닷컴) 출간
2004년 「비주, 숨겨진 우리 술을 찾아서」(웅진닷컴) 출간
2005년 「맛이 통하면 마음도 통한다」(동아일보사)출간
2007년 「허시명의 주당천리」(예담)출간
2005년 일본주류총합연구소 일본청주제조자과정 수료
2006년 문화관광부 '한브랜드-전통가양주실태조사사업' 책임연구원
2006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전통주 콘텐츠 제작 참여
2007년 국세청 주최 제1회 대한민국 주류품평회 심사위원
현재 	명지대학교 산업대학원 '전통주류 연구 및 실습'강의,
	중앙대학교 대학원 민속학 전공 
현재 	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


핫타 야스시 / HATTA YASUSHI / 八田 靖史 (음식 칼럼니스트)
1976년 도쿄 출생
東京學芸大學 아시아 연구학과 졸업
1999년부터 1년 3개월간 한국에 유학, 한국요리의 매력에 푹 빠짐. 
이후 일본으로 돌아가 아사히신문 칼럼 통해 한국음식소개
2001년 한국요리를 주제로 mail magazine '맛있는 한국' 창간
2006년 「매력탐구 한국요리」(소학관) 출간
2009년 「신오구보 코리안 타운」(만성사) 출간

한국어교재 3권 출간
「핫타식 살아있는 한국어 있습니다」(학습연구사) 
「3일 만에 끝나는 문자 연습 눈에서 비늘이 벗어지는 한글 연습장」
「일주일 만에 ‘읽고, 쓰고, 말할 수 있다!’ 한글 연습」

블로그 : koriume.blog43.fc2.com


성석제 (소설가)

1960년 경북 상주 출생
연세대학교 법학과 졸업
1994년 소설집「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중단편 소설집으로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 [조동관 약전] [호랑이를 봤다] [홀림]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 [참말로 좋은날] [지금 행복해] 등과 짧은 소설을 모은「재미나는 인생」「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을 펴냈다. 
장편소설에는「왕을 찾아서」「아름다운 날들」「도망자 이치도」「인간의 힘」등이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동서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등을 수상.
2007년 5월부터 2008년 4월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 집배원'을 맡아 매주 뛰어난 문장들을 배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