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교양 · 예능 · 스포츠

SBS 앱에서 시청하세요

재생
184회 SBS 스페셜

SBS 스페셜

방송일 2009.10.25 (월)
최악의 시나리오 2부 - 온난화의 마지막 페이지
방송날짜 : 2009년 10월 25일 밤 11시 20분
연출 : 강범석  /  구성 : 송현숙


■ 기획 의도 

“인류를 멸망시키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건 핵이 아니라, 지구 온난화일 것이다.”
							     - 기상청 신임철 연구관

미국 국방부는 앞으로 10여년 이내에 전 지구적 재난이 일어날 것임을 경고하는 비밀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서 종교 갈등이나 테러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미래 안보를 위협할 것으로 예고된 재난 요인은 다름 아닌 기후. 기후변화는 식량과 물, 에너지 자원의 부족과 대가뭄, 기근, 폭동을 불러올 것이며 나아가 국가 간의 심각한 무장 갈등마저 초래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구는 이미 무서운 속도로 뜨거워지고 있다. 2005년 지구의 지표면 온도는 1880년 공식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30년 동안 지구의 연평균기온은 지난 1천년을 통틀어 가장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 인류의 운명이 이미 돌이키기 힘든 멸망의 고속도로에 진입한 가운데 온난화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어떤 모습일까? 본 프로그램은 전 세계 곳곳에서 이미 시작된 온난화 재앙의 서곡을 확인하며 머지않은 미래 한반도에 닥칠지 모르는 온난화의 재앙을 가상시나리오로 구성, 경각심을 강조하는 가운데 인류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 주요 내용

유리 온실의 최후 - 이미 쓰여진 결말

“아침에 일어나서 ‘세상에, 이산화탄소가 또 1ppm 상승하다니! 오늘은 운전하지 말아야겠다, 나무를 심어야겠다, 아니면 오늘은 천천히 숨을 쉬고 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바이오스피어2 안에서 그런 것들을 생각해야 했어요.”
			                   - 바이오스피어2 프로젝트 참가자 린다 레이

19년 전 미국 애리조나 사막, 또 하나의 지구가 탄생했다.

유리 온실 안에 열대 우림과 바다, 사막까지 조성하여 최대한 현재 지구 상태와 비슷한 환경을 갖춘 인공 생태계, ‘바이오스피어2’는 남녀 8명을 거주자로 받아들여 2년여 간의 항해에 올랐다. 그러나 외부와의 물질 교환 없이 자급자족 생활을 해야만 했던 8명의 도전자들은 눈이 부시도록 진일보한 인간 과학을 찬양할 수 없었다. 온도가 오르기 시작한 ‘지구’가 산소 대신 이산화탄소를 내뿜게 된 까닭이다. 농사용 토양에 함유된 다량의 유기물은 박테리아 서식에 호조건을 제공하였고, 식물의 광합성만으로 박테리아가 내뿜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할 수 없게 되었다. 심지어 건물의 콘크리트벽도 산소를 흡수한 채 방출하지 않았다. 산성화된 바다에서는 산호들이 녹기 시작했고, 지상의 식물은 다른 식물의 생장을 저해하면서 도미노처럼 생태계가 무너졌다. 현존하는 지구인 중 가장 먼저 ‘제 2의 지구’를 경험한 8명 역시 영양 부족으로 피골이 상접한 채 서로 다투다 ‘진짜 지구’로 되돌아왔다. 

그래도 돌아올 곳이 있었던 8명과 달리, 우리는 지금부터 아무리 열심히 ‘노아의 방주’를 만들어도 뜨거운 지구를 한 바퀴 돌 때까지 닻을 내리지 못한 채 끝없이 부유하게 될 지도 모른다. 결국 바퀴벌레나 개미들만이 겨우 살아남은 채 덩그러니 남은 인류의 꿈, ‘바이오스피어2’는 자신의 열병을 감지한 지구가 준비한 한 편의 묵시록이 아니었을까? 

온몸으로 전하는 지구의 경고 

“히말라야 지역은 제가 많이 다녀서 누구보다 더 잘 아는데, 제 눈으로만 봐도 갈 때마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빙하가 녹아 없어지고, 7천 미터 산들도 눈이 거의 없어요.”
								 - 산악인 엄홍길

해마다 설산을 오르는 산악인 엄홍길에게 더 이상 오를 산이 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히말라야의 눈이 녹으며 식수난과 가뭄에 시달리는 이웃나라의 현실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히말라야 8천 미터급 봉우리 14개를 완좌한 엄홍길 대장이 평범한 산악인에서 환경운동가로 변신하게 된 건 히말라야가 온몸으로 전해온 자연의 메시지 때문이었다. 더 이상 오를 산이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는 히말라야의 만년설. 그런데 그곳에서 엄홍길 대장이 목격한 것은 단지 풍경의 변화가 아니었다. 그는 식수원인 히말라야의 빙하가 급속히 녹아내리면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의 뼈아픈 고통을 봤다. 그리고 그 고통 속에 담겨진 자연의 준엄한 경고를 읽었다. 그가 온몸으로 전하는 지구의 경고는 지금 이 시간 전 세계 곳곳에 타전되고 있다. 

지구의 냉장고 역할을 해왔던 극지방 빙하의 해빙. 최악의 상황에서도 100년은 끄떡없으리라 예상됐던 거대 빙하들이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냉장고를 잃은 지구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뜨거워지고 있다. 멈출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 온난화의 저주는 단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적신호는 켜졌다. 한반도, 최악의 시나리오

“애국가 2절에 ‘남산 위에 저 소나무’라는 구절이 들어있는데, 남산 위에 100년 후에도 소나무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 ... .” 			- 권원태 국립기상연구소 과장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2009년 현재 전 세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더 빨리 뜨거워지는 추세에 있다. 한반도의 온실가스 농도는 계속 증가중이며 메탄가스의 농도는 동북아 주요 국가는 물론 세계평균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변가에 상어가 출몰하고 열대 야자수가 제주도를 넘어 태안 진해까지 뿌리내리는 등 한반도의 생태지도 또한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는 현실. 머지않아 한반도는 사계절 구분 없는 아열대 기후가 될 것이라는 예측들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재앙 예고편’에서 보았듯 온난화로 인한 변화는 단지 날씨의 변화, 풍경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서울시 면적의 4배가 넘는 한반도의 땅이 높아지는 해수면에 침수될지 모른다는 뜻이기도 하며, 해안으로 밀려온 바닷물에 의해 지하수가 오염돼 식수와 농업용수의 심각한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가설과도 맞닿아 있다. 집중호우로 토양이 유실되어 가까운 미래에 우리나라도 전체 면적의 2%가 사막이 될 것이라는 예측마저 제기되고 있는 현실. 그러나 최악의 시나리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제껏 한반도가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강력한 위력의 태풍, 이른바 ‘슈퍼 태풍’의 등장을 경고한다. 2002년 ‘루사’와 2003년 ‘매미’가 해수 온도가 올라간 미래의 한반도를 다시 찾는다면, 그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슈퍼컴퓨터는 슈퍼 태풍을 예측해냈다. 슈퍼태풍은 열차의 탈선 사고를 일으키고, 수도권의 홍수 조절을 담당하는 소양강댐과 충주댐의  한강 수위 조절 능력을 무력화시킨다.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하루 1000mm 이상의 폭우를 동반하는 초속 60미터의 슈퍼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했을 때, 이 땅에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지만 진정한 온난화의 재앙은 슈퍼 태풍이 지나간 뒤에도 오랫동안 지속된다. 슈퍼 태풍은 ‘매미’가 그랬듯 발전소의 가동을 중단시키고, 송전탑을 무너뜨리며, 송전 선로를 끊고, 전신주를 뿌리 채 뽑아 한반도를 어둠 속으로 침잠시킬 것이다. 전국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전력 공급 시스템 하에서 전력 수요가 공급을 초월할 때 ‘한반도 전체 정전’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더욱이 온난화가 진행되면 강물의 증발량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강우량이 많아지더라도 강의 수계는 낮아진다. 이때 모든 전기 발전의 기본이 되는 냉각수 부족으로 발전기가 가동을 멈추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냉각수가 모자라 원자력 발전 가동률을 낮춰야 했던 건 이미 유럽에서 실제 일어났던 일이다. 어느날 갑자기 한반도에서 전기가 증발하게 된다면? 복구할 전력조차 고갈 되어버린다면? 

갈등과 분쟁의 씨앗 - 기후난민, 그리고 전쟁
  
“기후변화로 인해 현세기 중 10억명 이상의 사람이 사망할 것이다.”
					       - 가이아 이론 창시자 제임스 러브록 

온난화는 오랫동안 일정 온도에 적응하도록 설계된 우리의 생활기반과 신체를 극심한 혼란에 빠트리게 될 것이다. 장기적인 폭염을 고려하지 못한 열차 레일은 탈선의 위험에 노출되고, 한낮의 태양열은 도시를 가득 메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에 고스란히 흡수되어 밤이 새도록 건물 안의 열기가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시원함을 느끼고자 냉방 기구를 과도하게 사용할수록 온난화가 가속화되는 악순환만 반복될 뿐이다. 한편 최고 기온이 상승한 논에서는 쌀 생산량이 대폭 감소하고, 말라리아와 같은 풍토병의 급증도 피하기 어려운 재앙으로 우리의 생존권을 위협해 올 것이다. 미래의 한반도에서 가장 많은 인구층을 형성하는 노년층은 심혈관, 호흡기 질환으로 최고 사망률을 맞게 된다. 자연스럽게 인간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철새처럼 온난화의 습격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이주해 갈 것이다. 그리고 기후난민들의 이주는 새로운 갈등과 전쟁의 씨앗이 될지 모른다.  

타임지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절반 가량은 현재 해안가에서 100km 이내에 거주하고 있고, 10%는 해안선 10km 이내에 살고 있다. 인도는 육지의 10%가 해수면 보다 낮아 수천만 명이 이동해야 할 가능성이 있는 방글라데시 기후난민 유입에 대비해 국경지대에 4100Km에 달하는 철조망을 설치했다. 한편 언제나 1km 두께의 얼음에 덮여있던 북극 항로가 열리며 가열된 주변국들의 자원 경쟁은 온난화가 야기한 새로운 갈등 양상이다.

온난화로 인한 최악의 시나리오, 그 첫 페이지는 이미 쓰여졌다. 그러나 그 다음 페이지들은 우리가 여전히 쓰고 있고, 앞으로도 써 나갈 것이다. 아직 마지막 페이지를 남겨둔 인류의 운명. 그러나 지금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속절없이 최악의 시나리오, 그 정해진 끝을 마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