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회 SBS 스페셜
SBS 스페셜
방송일 2010.04.04 (월)
기적을 부르는 백세인의 유머 방송날짜 : 2010년 4월 4일 밤 11시 20분 연 출 : 신 동 화 / 글 · 구성 : 김 서 경 내레이션 : 서 경 석 ■ 기획의도 최근 100세인이 환갑인보다 12배 더 웃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웃음으로 한 평생을 살아온 백세인들은 고령인데도 연령과 관련된 질병이 적고 정신건강도 양호하다. 웃음과 유머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백 살 넘은 신선 같은 이들의 유머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을 것 같다. 백세인의 유머는 어떤 유머일까? 입이 딱 벌어지는 장수의 기적을 불러온 백년 묵은 유머에 있는 특별한 ‘그것’은 무엇일까? 최근 인지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유머(Humor)’는 단순한 행위나 지나가는 감정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인지적 능력’으로서 문제해결, 스트레스 대응, 사회적 지원 획득의 중요한 기술이라고 한다. 백세인의 유머는 이러한 따뜻한 배경 혹은 인생의 내공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긍정적 사고방식과 웃음은, 마음의 건강뿐만이 아니라 몸의 건강도 지켜준다. 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그것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런 내공에서 나오는 웃음은 몸에서 넘쳐 흘러 주변까지 밝게 하고 사회를 치유하기도 한다. 이런 백세인들은 단순한 ‘노인’이 아니라 현명하고 지혜로운 ‘어른’으로서 가족과 공동체의 중심에 당당히 자리를 잡고 있다. 본 기획에서는 백세인의 유머에 담겨 있는 생에 대한 감사와 긍정의 코드를 해부해 보고 백년 묵은 유머의 진수를 친근하게 전달해 시청자들에게 파안대소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고자 한다. ■ 주요내용 * “99세까지는 아이, 100세부터 진짜 인생!” / 日 쇼치 사부로 할아버지 (만 103세) 세계 최장수 현역 교육자, 美 보스턴 백세연구소 「세계 제일 건강 우량자」, 4개 박사 학위 보유 (교육학, 의학, 문학, 철학) , 6개 외국어 구사 (영어, 중국어, 한국어, 러시아어, 포르투갈어, 불어). 모두 사부로 할아버지를 수식하는 말들이다. 매일 아침 냉수마찰로 하루를 열고, 요즘도 일주일 2~3회 90분 이상의 특강 및 세계 일주 강연을 소화한다. 뛰어난 유머감각을 발휘해 좌중을 뒤흔들기로도 유명하다. 일찍이 뇌성마비를 앓던 슬하 2남과, 파킨슨 병을 앓던 아내, 딸 모두 먼저 떠나보내야만 했던 할아버지가 아픔을 잘 이겨내고 매 순간을 건강하게 꾸려올 수 있었던 삶의 비밀은 무엇일까. 정답은, 근엄함을 대신해 얼굴을 가득 채운 장난기어린 미소에 있다. 그에겐, 아직도 가슴에 품은 ‘꿈’이 있고, ‘미래’가 존재한다. “고난은 끝까지 따라오는 거예요. 고난을 농담으로 확 뒤집으면 살아가는 힘이 돼요. 그 웃음의 힘은 100대의 불도저보다도 커요. 살짝 웃게 되면 100대의 불도저를 뒤집을 수가 있어요. 기뻐요.” “건강하게 세계 일주를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 이것이 새로운 일이에요. 그 때문에 보람을 느껴요.” * “웃어야지.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여!” / 김정암 할아버지 (101세) 윗몸 일으키기는 물론, 각종 운동기구를 번쩍번쩍. 복지관은 할아버지의 놀이터다. 평생 고집해 온 한복에 선글라스와 중절모가 늘 따라다니는 패션 감각. 김포의 스타가 아닐 수 없다. 민요 합창단 연습 때면 허를 찌르는 한 마디로 수십명의 수양딸들을 와르르 웃기며, 모두의 이름을 외우는 기억력을 자랑한다. 본인보다 3~40세나 젊은(?) 환자들에게 민요뮤지컬 공연으로 웃음과 흥을 선사하는 할아버지. fMRI 촬영 결과, 그의 뇌는 과연 60대 정도의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들이 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도 잘 처리해냄으로 뇌 건강을 지켰던 것. 더불어, 유머를 구사하거나 이해하기 위해서는 뇌의 여러 영역이 복합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 (측두엽에서 단어 및 뉘앙스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고, 사회문화적 의미 파악을 위해 필요한 배경지식이 담긴 기억중추 해마와 감정중추 변연계의 움직임은 물론, 전전두엽에서 반전과 역설을 판단하는 등의 작용까지 가능해야 함) 그러므로 김 할아버지처럼 유머를 일상에서 즐겨온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고등사고활동으로 뇌를 끊임없이 단련해 왔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악한 일을 보더라도 말야. 그것을 되돌려 쳐버려야 햐. 그냥 그걸 다 잊어버리고 생각을 해봐. 그냥 끙끙 앓다 죽으면 뭘 혀. 그거 돌려서 그냥 마음을 다져먹고서 잊어버리고 다시 그냥!“ * 백 살 먹은 빨강머리 앤 / 이금영 할머니 (101세) 입을 가리고 호호 웃는 할머니는 영락없는 소녀다. 물에 빠진 돼지 잡던 일을 추억 하는 것 하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예쁜 옷에 몰두하는 모습 하며... 천진난만한 농담으로 주변을 웃기는 할머니에게선, 해방과 남북전쟁을 지나온 억척스러움을 찾아보기 어렵다. 허나 100년 세월은 모진풍파를 피해가지 못했고, 아픈 기억은 늘 더 깊숙이 새겨진다. 6·25 전쟁 당시 장남과 차남은 최전선에서 심지어 서로 총부리를 겨누어야만 했다. 소중한 자식들 걱정에 피난을 떠날 수 없어 고향에 남아있다 죽을 고비도 수차례 맞았다. 할머니는 그 와중에 기원을 담아 100가정에서 한 숟가락씩 모은 쌀로 떡을 해 이고 100리나 떨어진 부대를 찾아갔다. 사선을 향해 스스로 발걸음을 뗀 용기의 원천은 어디일까. 요동하는 시대의 중심에 선 고운 할머니가 위기와 절망의 순간을 극복해낸 힘은 과연,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 죄~다 감사혀! / 김언내 할머니 (104세) 낯선 제작진이 던지는 질문에, 절반은 농 섞인 답변이 돌아온다. 91살 차이나는 증손녀와의 팔씨름도 거뜬히 이기는 할머니. 바늘귀 끼우는 것은 예삿일이다. 2분에 한 번씩 감사를 말하는 백세인이 있다면 믿겠는가? 소소한 일상도, 곤란한 상황도 할머니 앞에 오면 감사의 노래가 된다. 할머니의 모습은 마치, 봄날 햇살에 아름답게 반짝이는 뿌리 깊은 한 그루 나무와 같다. “ 지팽이가 걸렸네~♪ 아이고 우스워 죽겄네.” "할머니 사진 찍는 거 좋아하세요?" "좋~지. 안 좋아한다면 쓰것어, 여기서! 하하하" * 행복한 지붕 위의 맥가이버 / 이윤영 할아버지 (102세) 95세에, 물 한 바가지 남이 떠다주는 도움 안 받고 토담집 한 채를 지어냈다. 이 집에 젊은 사람도 어설픈 도끼질을 척 척 해 군불을 때는 할아버지. 매일 자전거로 4km씩 달리며 활기차게 일상을 꾸려간다. ‘다문 다견‘. 그의 백년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이다. 무엇이든 끊임없이 보고 경험하며 배우려는 적극적인 자세만이 진정한 행복을 담보한다는 것이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젊은이들에게, 탭 댄스까지 선보이며 전하는 삶의 지혜는 바로 이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허허 웃어넘겨야 해! * 하늘이 부를 때까지 일하는 사람 / 日 모리 시노 (107세) , 혼도 츠루 (95세) 할머니 형광 핑크색 가발과 점퍼는, 두 할머니의 근로복장. 일터는 다름 아닌 방송국이며, 맡은 일은 방방곡곡 화제의 인물과 사건을 생생히 전하는 리포터다. 세계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두 할머니는 일본의 대학 교과서에도 실렸을만큼 그 인기가 대단하다. 시노 할머니는 밭매기와 게이트볼도 거뜬하게 건강하다. 그리고 신나는 은빛 인생을 열어준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있다. 뒤이어 데뷔한 신인 리포터 츠루 할머니도, 뇌경색 후유증으로 얻었던 우울증을 유쾌한 사회 활동을 통해 이겨냈다. "이 일을 하게 됨으로서 기분전환이 되었다고 할까? 밖에 나가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얘기하는 것이 즐거워요. 보통은 할 수 없는 일인데 못하는 일을 하게 해주어서 정말 고마워요.“ “역시 긍정적이에요. 그리고 여러 가지에 관심을 가지고 배려심도 많아요. 그것이 공통점이에요.” (카네코 히로아키, 일본 아마쿠사 TV 사장 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