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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회 SBS 스페셜

SBS 스페셜

방송일 2010.05.02 (월)
가정의 달 특집 3부작 가족의 페르소나 - 1부 아버지의 빈 집
방송날짜 : 2010년 5월 2일 밤 11시 20분
연출 - 강범석  /  조연출 - 강진선 / 작가 - 최 경 / 보조작가 : 최미리내



※ 페르소나: 본디 연극배우가 쓰는 탈을 가리키는 라틴어.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들 눈에 비치는, 특히 그의 실제 성격과는 다른 한 개인의 모습이나 개인이 사회생활을 할 때 필요한 역할 기능의 여러 면을 의미한다.


■ 기획의도

 가족이란 단어만 떠올려도 늘 따뜻한 기운이 솟는다. 가족은 서로의 허물과 상처를 보듬는 존재다. 밖에서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돌아갈 따뜻한 보금자리가 있어 눈물을 삼킬 수 있었으며, 가족이 있어 이를 악물고 참을 수 있었다. 세상의 모진 풍파가 닥쳐도 가족이 똘똘 뭉치면 못해낼 일이 없다. 모름지기 가족은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과연 실제로 우리의 가족은 그러한가.
 어떤 이는 가족은 무를 수도 내칠 수도 없는 참혹한 관계라고 이야기하고, 또 어떤 이는 가족 앞에서 극단의 소외를 경험한다 말한다.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졌지만 돌아오는 것은 상처와 갈등과 침묵인 가족들이 의외로 많다. 사회를 이루는 최소단위인 가정, 화목하고 단란해야 한다는 당위는 있으나 실제로 가족에게 받은 상처가 더 큰 슬픔이 되고 마침내 포기 하고 마는 대한민국 가족들.
 공식처럼 정석처럼 보이는 가족 이야기는 더 이상 하지 않으려 한다. 가면을 벗고 21세기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가족들을 옥죄는 실체를 들여다보려고 한다. 아버지로, 어머니로, 자식으로 살아가는 일이 왜 이리도 외롭고 힘겨운가. 그 근원에는 어떤 페르소나가 있는 것일까. 
 이제 19세기의 가치관으로 21세기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가족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것은 대한민국 가족의 현주소일 수도 있다. 당신은 어떤 가정을 꿈꾸는가. 나의 가족은 어떠한가?



1부 아버지의 빈 집 


 아버지는 어떤 일이 있어도 울어선 안 되는 강인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는 가족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다정하고 자상한 신사여야 할 뿐만 아니라, 남들에게 자랑 할 수 있을 만큼 사회적으로 승리한 남자여야 한다. 이 것이 오늘 날 현대 가족 구성원들이 바라는 아버지의 이중적인 자아상이다.  
 아버지의 역할 중 어느 것 하나라도 만족시키지 못 할 때, 아버지들은 가족이라는 굴레의 바깥세상으로 밀려난다. 고된 일과를 마치고 돌아가 편히 쉬어야 할 가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마음의 집을 잃어버린 아버지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생활에 지친 영혼이 쉬어갈 수 있는 안식처이다. 껍데기만 남은 아버지의 빈 집에는 불편한 육신만이 쉬었다 갈 뿐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남성에게만 수여했을 때와 달리 여성들의 경제 활동이 가속화 되면서 현대사회 속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점점 모성을 닮아가고 있다. 가부장제의 정점에 서있던 예전과 비교했을 때 점차 스스로의 정체성을 상실해가고 있는 것이다. 
 흘러가는 시간을 따라잡지 못한 채 19세기의 가치관으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아버지들이 있다. 변화 속에 흡수되지 못 한 아버지들은 가정 안으로도 흡수 되지 못 한 채 이방인으로 남는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열심히 일하느라 앞만 보며 달려오다 보니, 어느새 가족은 남보다 못한 존재로 남았다고 말하는 이 시대의 아버지들. 그들이 흘리는 눈물의 이유를 들어보고, 가정 안에서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현 위치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 


■ 주요내용

▶ 19세기 남자가 21세기를 사는 법, 김진학씨(44세).

“작은 아버님이 저한테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너는 진짜 조선시대에 태어났어야 했다.”

 김진학씨가 세운 원칙은 곧 집안의 법이 된다. 10살인 아들 현진이는 아버지의 말 한마디에 즉각 행동을 바로잡고, 아내인 정민씨도 옷을 사거나 머리모양을 바꿀 때는 반드시 남편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남자가 가정의 중심이 되어 우뚝 서야만 집안이 잘 건사될 수 있다고 믿기에, 때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권위적인 남편이자 아버지였다. 여자는 자고로 머리가 길어야 한다며 TV에 짧은 머리를 한 여자 연예인이 나오면 채널을 바로 돌려버릴 정도로 보수적이었던 그가 최근 변하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지만, 그 방식이 잘 못 되었다는 것을 느낀 것일까? 그에게 어떤 심경의 변화가 일어난걸까?


▶ 가면을 벗지 못한 아버지들

“집에 와서는 내 식구들이라는 편안한 생각에 사회생활에서 응어리졌던 부분을 풀어놓는 거죠..”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그들은 새로운 시대에 어떠해야하는지에 대해 교육받지 못 했다. 다만 그들의 아버지가 그러했던 대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사회에서는 더 없이 친절한 모습이지만, 집으로 돌아왔을 때 그들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다. 절대로 아버지 같은 아버지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어느덧 그들은 그토록 미워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다. 한 평생 아내와 두 아들에게 왕처럼 군림하며 나약한 모습은 절대로 보이지 않았던 조진규씨가 애써 참아왔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처음으로 꺼내보이는 조진규씨의 속마음은 어떤 것일까? 그의 이야기는 현재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현 주소 일수도 있다.

▶ 아버지의 월급은 기계적이고 일상적이고 차가운 것 

“애들이 돈 필요할 때만 아버지에게 말 걸죠.. 좀 그렇습니다.”
“이젠 아버지가 돈을 못 벌어오면 그야말로 퇴출이죠. 가정에서도 퇴출입니다.”

 오늘 날 아버지의 월급은 그가 잡고 있는 최후 권력의 끈이다. 그 것 마저 놓아버린다면 더 이상 그들이 자녀들과 소통 할 수 있는 출구는 없다. 아버지가 자상하지만 경제적으로 무능 할 때, 혹은 사회적으로는 강하지만 가족에게 무심 할 때 우리는 그들에게 등을 돌린다. 친절하고 다정하고 거기다 돈까지 많이 버는 아버지들만이 대접받는 시대가 온 것 이다. ‘자녀들에게 용돈을 지급해주는 부양자’는 물질만능주의시대에 새롭게 탄생한 아버지의 또 다른 이름이다.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은 그의 경제적 능력과 비례하게 된 것이다. 변해 버린 시대에 당신은 어떤 아버지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