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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회 SBS 스페셜

SBS 스페셜

방송일 2010.07.11 (월)
김장훈의 개똥철학
방송날짜 : 2010년 7월 11일 밤 11시 10분
연출 : 정구익 / 작가 : 오정요



□ 기획의도 

[개똥철학] : 명사, 
대수롭지 아니한 생각을 철학인 듯 내세우는 것을 낮잡아 이르는 말
- 네이버 국어사전 -
VS
이성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적응시킨다. 
하지만 비이성적인 사람은 고집스럽게 세상을 자신에게 적응시킨다.
그래서 모든 변화는 비이성적인 사람의 손에 달려있다.
- 버나드 쇼 -


개똥철학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개똥철학, 말 그대로 대수롭지 않은 생각을 철학인 듯 내세우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개똥철학을 설파하는 사람은 ‘독불장군’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 세상사 따져놓고 보면 언제나 앞 서 신천지를 개척한 사람들은 모두 그 ‘독불장군’들의 개똥철학이었다. 그들의 비이성적인 도전정신, 그들의 비주류적인 용기, 그들의 독불장군식 집념, 그 모든 것이 세상을 변화시켰다. 그래서 세상 모든 ‘그럴듯한 철학’과 ‘그럴듯한 성공’, ‘그럴듯한 삶’은 모두 사소한 개똥철학에서 시작됐다. 2010년 대한민국, 우리를 사로잡을 개똥철학이 온다.


김장훈, 10년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지다
김장훈은 공연을 잘한다. 그래서 붙여진 별칭이 ‘공연의 황제’ ‘무대 위의 과학자’였다. 그 자랑으로 10년을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10년 쌓아올린 공든 탑은 다 사라지고 ‘기부천사’라는 이름이 붙어버렸다. 10년 노력이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리고 난데없는 이름이 붙어버린 그 순간, 김장훈은 깊은 혼란에 빠진다. 김장훈은 ‘기부천사’라는 이름을 지워버리기 위해 하루 11시간씩 죽어라 노래만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이젠 어쩌지? 차라리 기부를 하지 말까? 내가 왜? 나 이 돈 다 쓸 데도 없는데? 김장훈은 지금도 이 혼란을 안고 산다. 김장훈은 말한다, 누가 내 혼란을 해결해줄 사람은 없느냐고. 그 대답은 이제 우리가 해야만 한다. 이는 우리가 과연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찾아나가는 과정이며, 개똥철학 하나를 정립해나가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


80억 기부, 어느 순진한 딴따라의 짝사랑
김장훈은 순진하다. 본인의 말마따나 ‘노래나 부르면 그만인 딴따라 주제’에 나라를 걱정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걱정한다. 이 가당찮아 보이는 일을 그래서 그는 많이 부끄러워한다. 지금까지 김장훈이 기부액으로 쓴 돈이 얼추잡아 80억! 참 많이도 했다. 그런데도 언론에서 자신을 소개할 때 ‘불우한 청소년들을 위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김장훈은 그게 몸서리가 쳐지도록 싫다. ‘그냥 동생이 좀 많은 어느 집안에, 어느 날 갑자기 돈 많은 형 하나가 나타나서 용돈 좀 준 것’으로 받아들이면 안되나? 그걸 그렇게 ‘불우한 청소년’ 운운하면, 그 돈 받는 애들은 얼마나 불쌍해지나? 김장훈은 그게 너무 싫다. 독도 지킴이라고? 내가 총들고 싸우는 것도 아닌데 무슨 지킴이까지? 이 나라에 태어났으니 이 나라 사랑하는 것도 죄가 되나? 김장훈은 그것도 싫다. 그냥 돈이 좀 많은 형이고 싶다. 그냥 돈 좀 많은 국민 하나면 족하다. 그게 김장훈의 개똥철학이다. 


내 노후를 왜 사람들이 걱정하지?
김장훈은 집이 없다. 아직도 전셋집에 산다. 사람들은 80억이나 기부하는 사람이 자기 집도 없다고 떠들어댄다. 그럴 때마다 김장훈은 이해할 수 없다. “아니 내 노후를 당신들이 걱정해? 내 노후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 제발 좀 신경끄삼!” 김장훈의 항변이다. 김장훈은 “내가 쓸 돈은 다 쓰며 산다”고 주장한다. 와이셔츠 하나도 명품 아니면 입지 않고, 전셋집이라지만 40평이나 되는 집에서 살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얼마라도 투자해서 끝끝내 먹고야 만다. 그런 내가 왜 가난해? 김장훈은 그게 불만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안다. 쓸 만큼 다 쓰고 나서도 더 모으고 싶고, 더 쓰고 싶은 데가 자꾸 생겨나는 게 돈이라는 걸. 문제는 그 한계점을 잡고 사느냐 마느냐에 있다. 김장훈은 자신이 쓸 만큼의 돈의 한계를 분명히 그어놓고 산다. 그 이상의 돈은 자신에겐 필요 없는 돈이다. 그렇게 살면 인생이 즐겁다. 그게 김장훈의 개똥철학이다.


마흔 넷 새끼도사, 하루를 생애처럼
김장훈은 너무 과도하게 미래를 걱정하는 게 불행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내일을 위해 이쯤은 저축해 둬야 해, 내일을 위해 이쯤은 넓혀놔야 돼, 내일을 위해 이쯤은 투자해 둬야 돼... 그럼 오늘은 언제 즐기지? 김장훈의 삶의 모토는 ‘하루를 생애처럼!’이다. 오늘 재밌게 살고 오늘 최선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김장훈은 죽음의 고비를 수없이 넘겼다. 수많은 자살기도, 11번의 교통사고. 그런데도 죽지 않고 살아났다. 그래서 이후의 삶은 덤으로 산다고 생각한다. 덤으로 사는 인생, 죽음에서 살 돼 거꾸로 사는 삶,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인생이 이렇게 즐거워졌다. 김장훈의 나이 올해로 마흔 넷. 남들이 뭐라하건 인생을 즐기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산다. 새끼도사가 따로 없다. 새끼도사가 뭐 어때서? 남에게 피해 안주고 사니 그거면 됐지. 그것이 김장훈의 개똥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