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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회 SBS 스페셜

SBS 스페셜

방송일 2010.10.24 (월)
우리는 왜 공에 열광하는가?
방송날짜 : 2010년 10월 24일(일) 밤 11시 10분
연출 : 이경홍 / 조연출 : 이광호 / 글.구성 : 김미수 / 보조작가 : 정보훈





● 원형의 자궁에서 태어난 인간에게 '동그란 모양'인 공의 선호는 본능이자 삶이다.  

24개월 전후의 아이들이 빈 도화지에 가장 먼저 그리는 모양이 무엇인지, 공과 네모, 세모 도형 중 가장 가지고 놀고 싶어 하는 도형의 형태가 무엇인지 실험을 통해 확인해보았다. 약속이라도 한 듯, 동그랗게 돌아가는 크레파스와 공을 움켜쥐는 아이들. 그렇다면 과연 생후 7일 된 아이들도 동그란 모양에 선호를 보일까? 우리의 공에 대한 선호도는 엄마의 둥근 배와 자궁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그것은 본능적인 방어이자 즐거움을 쫓는 욕망의 표출인 것이다. 둥근 모양 중에서도 가장 완벽한 형태의 공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은 고려시대 '동국이상국집'의 기록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너도나도 돼지 오줌보를 불어보고 차보는 백발의 제주 어르신들을 만나 오줌보를 이용해 동그란 공을 만들게 된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제, 우리가 그토록 열광하고 좋아하는 공의 비밀이 풀린다. 
국내최초 '공' 다큐멘터리. '우리는 왜 공에 열광하는가?'


● 공의 '튕김과 굴러감'이 그녀들의 '숨겨진 본능'을 깨우다.  

평소 차분하고 독서를 즐겨하는 초등학교 교사 박연희씨. 두산과 삼성의 포스트시즌의 마지막 경기가 열리는 대구 구장에서 만난 그녀에게서 얌전한 모습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쇼핑, 남자친구와의 데이트보다 더 큰 즐거움을 준다는 공. 정적이던 그녀의 본능을 깨운 것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일반 뉴스를 보았을 때와 연희씨가 좋아하는 공놀이를 보았을 때 뇌파를 측정해본 결과, 2만 건 이상 뇌파실험을 했다는 소장이 놀랄 정도로 공을 통해 숨겨진 공격본능과 에너지가 분출되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움직이는 공을 잡고, 차고, 던지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즉, 공이 갖는 운동성이 인간의 본능 속에 숨겨진 운동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여기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줌마들이 공 하나로 뭉쳤다!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 며느리였던 그녀들도 공과 함께 있는 그라운드 위에서는 더 이상 아줌마가 아니다. 무료했던 일상의 중심에 공이 움직이자 그녀들의 삶도 움직인 것이다. 공을 통해 숨겨진 본능과 열정을 쏟아내는 그녀들을 만나보자.   


● 공, '예측 불가능성'을 쫓는 '대중'들이 '놀이'로 만들어낸 최상의 결정체.

공을 따라서라면 어디든지 가는 야구장의 명물 '연안부두 아저씨' 안봉수씨.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좋은 좌석을 위해 경기장 앞에 텐트를 치고 밤을 새우는 그와 수많은 팬들. 전혀 모르는 남도 공을 통해서 한 목소리를 내고 둥근 공처럼 하나로 뭉친다. 그들이 쫓는 것은 공의 예측 불가능성이 경기 중에 만들어내는 짜릿함과 두근거림이다. 공 하나만 있으면 모두가 교류할 수 있고 협동이 가능하며, 집단놀이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국가대표 월드컵 경기 못지않게 열광적인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라이벌 전. 목이 터져라 함성을 지르고 응원하는 서포터 윤지혜씨는 어떻게 구르고 튈지 모르는 공이 자신의 심장을 뛰게 한다고 말한다. 몇 년 전, 갑작스러운 뇌수술로 좌절감과 극심한 우울증에 빠졌지만 공이 만들어내는 예상치 못한 환희와 즐거움이 그녀의 마음을 열게 했다. 공놀이를 직접 하든지, 혹은 관람하든지 모두가 함께 있을 때 최고의 놀이이자 즐거움이 되는 것이다.


● 공을 잘 다루고자 하는 욕망은 태초부터 내려온 생존의 방식이다. 
'풍년을 기원하는 종교의식인 멕시코 울라마, 공神을 모시는 일본의 시라미네신사'
 
태초 마야인들에게 공은 단순한 놀이의 도구가 아니라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숭배와 경외의 대상이었다. 사슴가죽복장을 입고 고무로 만든 공을 엉덩이로 튕기는 울라마 경기와 불공놀이는 태양과 달의 신에게 풍년을 기원하는 종교의식으로 행해졌기 때문이다. 풍성한 수확과 생존을 위해 인간은 공을 잘 다루고자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공을 좋아하고 열광하는 것은 태초부터 내려온 생존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공神을 모시는 일본의 시라미네신사. 수많은 공들을 신사에 모셔놓고 공 앞에 머리를 숙이며 소원을 비는 사람들. 인생의 전부인 공을 위해 공神에게 기도하는 그들에게 공은 단순한 원형, 그 이상의 존재이다. 공을 잘 다룬다는 것은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힘을 얻는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 공을 잘 다루는 선수는 곧 영웅! 그들이 가진 공에 우리는 열광한다.

그들에게 공은 단순한 공,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유희의 도구를 넘어서 공을 잘 다루는 이는 대중들에게 영웅이 되는 것이다. 박지성, 양준혁, 김주성, 차유람을 비롯해 공 하나로 정상의 자리에 오른 그, 그녀들이 이야기하는 공의 의미와 매력은 무엇일까?  

저에게 놀이기구 의미밖에 없던 축구공이었지만 
지금은 너무 신비하고 마술의 공같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웃고 울게 하는 영향력이 있는 무서운 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