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회 SBS 스페셜
SBS 스페셜
방송일 2011.03.06 (월)
생존(生存) 다른 세상의 아이들 ◈ 방송일시 : 2011년 03월 06일(일) 오후 11시 ◈ 제작: (주)김진혁 공작소 / 연출: 윤재완, 김진혁 / 글,구성 : 박희경 ■ 기 획 의 도 노인의 얼굴을 한 아이들! 슬프지만 꿋꿋한 삶의 기록 여기 60대 노인의 얼굴을 한 아이들이 있다. 이제 갓 10대 초반인 아이들, 심하게는 일곱살 어린 아이의 이마에도 하나같이 주름이 졌다. 이들의 주름은 세월이 아닌, 고된 노동의 흔적이다. ‘힘들다, 힘들다’고 말하는 시대. 우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 서남아시아, 방글라데시의 이야기다. 이 나라에선 시내 어디에서나 일하는 아이들을 어디에서도 마주치게 된다. 그중에서도 벽돌공장과 철공소 두 곳을 주 배경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어린이들과 그 가족들의 일상을 세밀히 관찰함으로써, 삶의 경건함과 신산스러움을 보여주고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자 한다. ■ 주 요 내 용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으니까,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벽돌 나르는 아이, 타진 올해로 열한 살인 타진은 벽돌공장에서 일한다. 강 상류에서 진흙을 배에 담아오면, 사람들이 벽돌을 찍어내고, 이 벽돌을 머리에 이어 나르는 것이다.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하루 열두 시간을 일하고 아이가 받는 돈은, 우리 돈 1천5백 원 남짓. 뙤약볕 아래, 무거운 벽돌을 수백 번씩 이어나르다보니, 고작 열한 살에 불과한 아이의 이마엔 벌써부터 깊게 팬 주름이 가득하다. 4학년에 학교를 그만둔 아이의 소원은, 소박하기 그지없다. 10학년까지 다니는 것이다.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 인근에만 8천 곳, 전국적으로 2만여 곳에 달하는 벽돌공장에서는 오늘도 타진과 같은 수많은 어린이들이 벽돌을 나르고 있다. “동생이라도 훌륭한 사람이 된다면 사람들이 저희를 칭찬해줄 거예요” -쇠파이프 만드는 샤밈 형제 다카 구시가지에 위치한 공장지대. 이곳에선 일하는 아이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열세 살, 열네 살인 샤밈, 샤킬 형제는, 경력 2년째의 기술자다. 철판을 휘어 쇠파이프를 만들고, 연삭기로 파이프를 다듬고, 다듬어진 파이프를 나르는 등, 용접을 제외하곤 못하는 일이 없다. 금속먼지와 소음으로 가득한 일상, 손가락 절단사고 등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 공장생활은 고되고 힘들기 그지없지만, 어린 동생의 학비와 가족의 생활비를 위해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는 형제에게 차가운 철판 한 장은, 놓칠 수 없는 밥줄이요,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빈곤의 늪에 빠진 아이들 방글라데시에서는 비단 이들 뿐 아니라 수백만 명에 이르는 아이들이 구두나 모자, 릭샤 등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을 하거나, 거리 행상을 하고, 하다못해 쓰레기라도 주우며 살아간다. 2006년, 방글라데시 정부는 14세 미만 (국제기준은 18세) 아동의 노동을 금지했다. 14세 이 상이라 해도, 18세 미만 아동이 위험한 노동에 종사하는 것 역시 금지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 나라에선 수백만 명의 아이들이 버젓이 일하고 있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집이 가난해서 일할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절대빈곤도 문제지만, 빈곤을 더욱 부추기는 것은 극심한 자연재해다. 매해 반복되는 사이클론과 홍수로 수년째 농경지와 집을 반복해 잃은 상당수의 주민들은 고향을 떠나, 다카의 슬럼가로 편입된다. 인구는 몰리고, 빈곤은 더욱더 심화된다. 하루라도 일하지 않으면 굶어야 하는 부모들에게, 아이들을 공부시키는 것은 '사치'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빈곤은 자식에게, 그리고 자식의 자식에게로 대물림되며 끝도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있다. 아동노동, 출구는 어디에 있는가 올해 스물 두 살인 루마, 그녀 역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거리에서 지나가는 자동차와 행인들을 상대로 꽃을 파는, 일하는 어린이였다. 이제는 어엿한 대학생이자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루마. 루마와 그녀의 가족이, 빈곤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현장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교육이다. 하지만 아이들을 교육하기 위해선 필요한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교육의 필요성을 모르는 부모와 공장주를 설득하는 것부터 부족한 교육시설까지, 장애물은 너무도 많다. 무엇보다 교육만이 해법도 아니다. 지역 내 일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경우, 아이들의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가족은, 당장 생존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매해 극심한 홍수 피해를 겪고, 식량위기가 반복되는 방글라데시에서,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에 열악한 노동현장으로 내몰리는 아이들. 이들은 과연 누구를 탓해야 하는가. 그리고 출구는 없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