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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회 SBS 스페셜

SBS 스페셜

방송일 2011.07.17 (월)
마지막 선물

● 방송일시: 2011년 7월 17일(일) 밤 11시 10분
● 연출 : 박준우 / 글, 구성: 홍정아 







[기획의도]
히말라야 고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목표가 있다. 어떤 이는 타이틀과 돈을 위해 오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자기만족을 위해 고난의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여기 함께 꿈을 꾸고 미래을 약속했던 여자를 위해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오르는 한 남자가 있다. 산악인 김재수는 세계 최초 여성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도전했던 故 고미영씨의 동반자였다. 그는 고인의 생전 꿈을 위해 영혼의 14좌 완등에 도전했고 마지막 산, 안나푸르나를 남겨두고 있다. 그에게는 안나푸르나가 그녀를 위한 마지막 선물이다. 이번 안나푸르나 등정기를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두 사람의 엇갈린 비극적 운명의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며 대자연의 풍광 속에 펼쳐진다.

● [주요내용]

한국 산악계의 비극, 고미영

고미영은 한국 산악계 불세출의 전천후 스타였다. 그녀는 전국 스포츠클라이밍대회 9연패, 아시아 스포츠클라이밍대회 6연패라는 전설을 만든 뒤, 고산 등반으로 활동무대를 옮겨 최단기간 히말라야 8000m급 11개의 산을 등정해냈다. 원만한 대인관계와 미모, 활달한 성격까지 그녀는 세계 최초 여성 14좌 완등 경쟁에서도 가장 상품성을 뛰어난 기대주였다. 그러나 2009년 그 뜨거운 14좌 완등 경쟁 속에 그녀는 한시즌 최다 8000m 급 4개 등정이라는 기록을 세운뒤, 11번째 산 낭가파르바트을 등정하고 내려다 오다 그만 추락사하고 말았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지나친 한국 산악 문화의 결과주의를 비판했고, 산악 스타 고미영의 죽음은 서서히 잊혀져 갔다.


일기 속 숨겨진 연인

“영원한 것이 없는데, 결혼이나 사랑으로 미래를 약속하려는 시도란 얼마나 우스운가... 
 당신을 가까이서 지켜봤습니다. 안되는 줄 알면서도 마음은 당신을 향해만 열려 있습니다.   
 이제 당신을 100일 동안 잊으려 합니다. 곰이 사람이 되는 데 걸린 100일이 지나서도 
 잊혀 지지 않는다면 당신을 사랑하는 나를 용서 하십시오” 
                                                                         - 산악인 故 고미영의 일기 중에서
 
살아 생전 고미영은 ‘포기란 배추를 셀 때 하는 말’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강인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유품으로 발견된 일기장에는 뜻밖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었다. 2009년 14좌 경쟁이 치열했을 무렵 히말라야 산중에서 작성된 그녀의 일기장에는 끊임없이 자신을 사지로 매몰차게 내몰면서도 사랑하는 연인 때문에 흔들렸던 여자로서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산악 철녀 고미영도 사랑 때문에 아파하고, 연인 때문에 눈물지었던 보통 여자였다. 히말라야를 호령하고 남자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을 작성해낸 고미영의 연인은 과연 누구였을까?


 눈꽃이 돼버린 인연

“힘들면 그만 가세요. 산 밑둥을 모두 파헤쳐 산 높이를 낮추어 드릴테니, 
돌아보세요 당신을 기다리는 얼굴들이 있어요. 그래도 가야한다면 우리는 어찌하나요? 
그런게 사랑인줄 알   았다면 진작 했어야할 말, 그말, 차마 음성으로 남기지 못한 그말...”
                                                                            - 산악인 김재수의 글 중에서

고미영이 히말라야 10개의 산을 오를 때마다 그녀의 곁에는 한 남자가 동행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고미영에게 집중될 때 마다 묵묵히 그녀의 뒤에 있었던, 산악인 김재수. 낭가파르바트 사고 당시, 그는 차를 끓여놓겠다고 먼저 내려와 고미영을 기다렸고, 두 사람의 인연은 그게 마지막이었다. 고미영을 버리고 먼저 내려왔다는 주변의 비난과 죄책감으로 몸서리쳤던 김재수의 목에는 아직도 고미영의 목걸이가 걸려있다. 두 사람은 14좌의 완등이 끝난 후 히말라야에 등산 학교를 열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자는 초록빛 꿈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산악인 김재수가 고미영에게 하지 못했던 말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마지막 선물, 안나푸르나

산악인 김재수는 고미영의 사망 후 그녀가 오르지 못한 남은 3개의 산을 대신 오르기로 했고, 이제 안나푸르나만을 남겨두고 있다. 누군가는 이를 영혼 등반이라고도 하지만 그는 그저 자신을 위해 오른다고만 한다. 다만 그는 이번 안나푸르나 등반이 고미영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 되길 바라고 있다. 히말라야의 위대한 자연을 배경으로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를 오르는 한 남자의 산악 등반기를 통해, 거창한 도전과 역경의 극복이 아니라 그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두 사람의 엇갈린 운명에 대한 후회와 미련, 그리움의 이야기들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설산속에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