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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회 SBS 스페셜

SBS 스페셜

방송일 2011.08.21 (월)
특집 2부작  대한민국에 정의를 묻다 1부
 
방송: 2011년 8월 21일(일) 밤 11시 10분
연출: 황승환, 정회욱   글·구성: 이은아
내레이션: 배우 송일국
 
기획의도
모든 초등학교의 아침조회 시간에는 국기에 대한 맹세가 울려 퍼진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을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 합니다." 2007년 '조국과 민족' 대신 채택된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수 억 원의 돈이 주어진다면 감옥에 가겠다는 청소년이 절반을 넘는 현실에서 아이들이 꿈꾸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은 어떤 세상일까?
 
작년 여름 출간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는 저자 자신을 포함 모두의 예상을 깨고 백만 부 넘게 팔리는 이변을 보이고 있다. 정작 '정의'가 무엇인지 가르쳐주지 않는 이 책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샌델이 말하는 공공선의 개념이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까?
 
제5공화국의 '정의사회 구현'부터 현 정부의 '공정사회'까지 '공익'과 '법질서 확립'은 역대 정권의 화두였다. 그러나 특혜와 부정부패, 차별 등 기득권층의 권력남용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고 부의 편중현상은 심해져만 갔다. 처벌과 개혁의 요구가 끊이지 않았음에도 윗물이 맑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무도 '正義'를 定義내릴 수 없다지만 누구라도 무엇이 '정의'가 아닌 지는 체감할 수 있다. 선진국에 진입할 정도의 경제적 풍요에도 여전히 ‘부당함’을 호소하는 많은 사람들. 2011 대한민국이 요구하는 ‘정의’, 넘어서야 할 부당함의 정체는 무엇일까? 무엇이 '정의로운 사회‘를 가로막고 있는가? 
 
 
 
1부 - 당신은 늑대입니까, 양입니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0대 초반부터 운전수 보조로 일하다 33년째 화물차를 운전하며 생계를 이어온 유홍준 씨(52). 2010년 10월 그는 화물차 운전을 그만 두어야했다. 그가 바로 고용승계를 요구했다고 대기업 사장에게 야구 방망이로 두들겨 맞은 이른바 ‘맷값’사건의 주인공이다. 그는 가해자를 법대로 심판하고 싶었지만 생계를 위해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재벌 친척과 달리 아직도 업무방해죄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 그에게 가까운 것은 “법이나 정의가 아니라 돈”이었다. 
 
 
* 누가 종을 울리나? 조직에 대한 충성심 vs 정의
회사가 어려워지자 고객을 속이는 편법을 써서라도 매출을 늘려 위기를 타개하자는 경영진의 지시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그런 지시를 받았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성실하고 능력 있는 은행원이라고 자부했던 이모 부장. 그의 일터였던 한 저축은행이 지난 2월 영업정지 되면서 순식간에 실업자로 전락했다. 하지만 더욱 괴로운 것은 그가 권했던 후순위 채권 때문에 많은 예금 피해자들이 그를 타락한 대주주나 감독기관 보다 더 파렴치한 사기꾼으로 여긴다는 사실이다. 은행을 위해 성실히 일한 그에게 남은 건 피해자들에 대한 자책감과 불확실한 미래뿐이다. 
 
지난 달 전역식을 마치고 부대를 빠져나오는 김영수 해군 소령을 기다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군인을 천직으로 생각했지만 2년 전 군납비리를 폭로하고 난 후 이어지는 냉대와 압박은 그로 하여금 경고장과 함께 전역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했다.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기 위해, 소시민의 양심에 부합하기 위해 선택한 공익제보자의 길.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정의의 사도가 아니라 대책 없는 패배자였다. 
 
만약 여러분이 경영진이라면 다른 회사에서 조직의 방침보다 개인의 양심을 앞세워서 해고된 직원을 채용하시겠습니까?
 
 
* 그들만의 리그 - 연줄 vs 정의 
가족이 아파 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응급치료 후 입원해야 하는데 병실이 없답니다. 그런데 분명 늦게 도착한 다른 환자가 입원실로 갑니다. 어떤 기분이 들까요? 
 
유학을 준비하던 부산대학교 장학생 최민성 씨는 최근 취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저축은행에 넣어 두었던 아버지의 퇴직금과 가족끼리 외식한번 안하고 모은 돈이 한순간에 날라 가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가 막힌 것은 은행 영업정지를 불러온 불법, 부실대출이 대부분 경영진의 교유관계에서 비롯됐고, 감독기관조차 경영진과 연줄로 얽혀져 비리를 눈감았다는 사실이다. 최 씨의 꿈도, 재산도 앗아간 보이지 않는 검은 커넥션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만연해 있는가? 
정권만 바뀌면 등장하는 친인척 비리, 연줄 내각, 자녀특채, 편법상속... 학연, 혈연, 지연 등의 특혜 카르텔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만약 여러분이 병원관계자인데 친한 친구가 응급실서 병실이 없다고 하소연한다면 그래도 순서를 지키라고 하시겠습니까? 
 
 
* 우리가 부정에 눈감게 되는 이유 
누구나 공정하고 정의로운 행동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부정한 일에 눈을 감게 되는 것일까? 다각도의 심리 실험을 통해 동조화, 책임분산 현상을 관찰하고 작은 부정이 큰 부정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살펴본다.
 
 
* 늑대와 양의 공존 - 이기심 VS 정의 
아이가 해외연수가 걸린 경시대회에 아깝게 떨어졌습니다. 그런대 시험지를 보니 정답인 한 문제가 오답으로 잘못 채점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런데 만약 같은 대회에서 오답인 한 문제가 정답으로 처리되어 아이가 해외연수를 가게 되었다고 기뻐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전주시의 한 동네는 요즘 중증 장애인 목욕탕 건립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근사회복지관과 주민이 갈등을 빚을 때도 지역이기주의라며 중재에 나섰던 한 대학교수가 정작 그의 집 앞에 목욕탕시설이 들어서기로 하자 헌법소원까지 낸 것이다.
 
수도권에 위치한 두 단지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앙숙이 되었다. 새로 지은 아파트에서 주민이 아닌 사람에 대해 출입통제를 하자 반대편 단지가 철책을 세워 통로를 폐쇄해 버렸던 것. 아이들은 통학하기 위해 담을 넘어야 하고 주부들은 장보러 먼 길을 에둘러 가야한다. 양쪽은 상대방이 먼저 부당한 일을 저질렀다고 비난한다. 이들 사이에 자리한 차별의 근원은 무엇인가?
 
 
* 양심은 가시밭길을 걸어야만 하는가? 
해군을 전역 한 김영수 소령은 새로운 삶을 앞두고 있다. 공익제보자의 길을 선택한 후, 함께 어려움을 겪게 된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 적도 있지만, 김모 소령은 다시 옳은 길을 가려고 한다. 그가 정의로운 일을 했는지 아니면 융통성 없는 조직 부적응자인지 대한민국 사회가 답을 주리라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