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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회 SBS 스페셜

SBS 스페셜

방송일 2011.08.28 (월)
특집 2부작  대한민국에 정의를 묻다 2부
 
방송: 2011년 8월 28일(일) 밤 11시 10분
연출: 황승환, 정회욱 / 글·구성: 이은아
내레이션: 배우 송일국
 
기획의도
모든 초등학교의 아침조회 시간에는 국기에 대한 맹세가 울려 퍼진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을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 합니다." 2007년 '조국과 민족' 대신 채택된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수 억 원의 돈이 주어진다면 감옥에 가겠다는 청소년이 절반을 넘는 현실에서 아이들이 꿈꾸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은 어떤 세상일까?
 
작년 여름 출간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는 저자 자신을 포함 모두의 예상을 깨고 백만 부 넘게 팔리는 이변을 보이고 있다. 정작 '정의'가 무엇인지 가르쳐주지 않는 이 책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샌델이 말하는 공공선의 개념이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까?
 
제5공화국의 '정의사회 구현'부터 현 정부의 '공정사회'까지 '공익'과 '법질서 확립'은 역대 정권의 화두였다. 그러나 특혜와 부정부패, 차별 등 기득권층의 권력남용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고 부의 편중현상은 심해져만 갔다. 처벌과 개혁의 요구가 끊이지 않았음에도 윗물이 맑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무도 '正義'를 定義내릴 수 없다지만 누구라도 무엇이 '정의'가 아닌 지는 체감할 수 있다. 선진국에 진입할 정도의 경제적 풍요에도 여전히 ‘부당함’을 호소하는 많은 사람들. 2011 대한민국이 요구하는 ‘정의’, 넘어서야 할 부당함의 정체는 무엇일까? 무엇이 '정의로운 사회‘를 가로막고 있는가? 
  
 
2부 게임의 법칙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한 사람. 그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훌륭한 지도자라고 칭하고, 어떤 사람들은 이 세상에 있어서 안 될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말하는 상반된 정의. 과연 어떤 것이 진짜 정의일까?
 
 세상살이는 축구경기를 닮았다. 각자의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때론 보이지 않는 반칙이 일어나기도 하며,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악수를 하고 다음을 기약한다. 축구에는 정의로운 사회가 갖춰야할 공정한 게임의 규칙들이 숨어있다. 
 
 
* 최소한 축구화는 신어야 한다 - 출발선
축구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은 기량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어떤 선수라도 축구화만 신을 뿐 다른 장비는 없다. 선수들에게 축구화는 차별 없는 게임의 조건이다. 맨발로 뛰어도 이길 수 있다는 신화는 잔인한 환상일 뿐이다.
 
오늘도 식은 밥을 혼자 먹고 학원에 가는 한응이. 초등학교 3학년인 한응이는 아빠가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한 자동차 회사에서 얼마 전 해고당한 이유가 비정규직이었기 때문이란 걸, 힘들더라도 아빠가 빨리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학원조차 다닐 수 없다는 걸 알지 못한다. 생계를 대신 책임지게 된 엄마가 집을 비워 평소 하고 싶었던 게임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게 좋을 따름이다.
씩씩한 한웅이는 경찰관이 꿈이다. 똘똘한 아들의 꿈이 행여나 꺾이지 않을지, 아빠는 걱정이다. 
 
지난 6월 반값 등록금을 위한 천인 원탁회의가 청계광장에서 열렸다. 졸업과 동시에 신용불량자 된다는 학생들.. 이 시대 청춘들이 갈망하는 ‘정의’는 무엇인가?
 
어려운 집안에서 자수성가한 성공담이 줄을 있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부모의 학력 따라 자녀의 월급이 차이나는 세상 속에서 계층 간 이동을 막고 있는 유리벽은 점점 더 견고해져 가고, 아무리 용을 써도 龍이 되기는 힘든 사회가 됐다. 우리 사회에서 맨발로 뛰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 명문대가 최선입니까? - 포지션에 대한 가치
축구의 절정은 골을 넣는 순간이다. 그래서 공격수는 환호 받고 누구나 공격수를 꿈꾼다. 하지만 모두가 공격수라면 게임을 치를 수 없다. 골을 넣은 선수가 항상 벤치로 달려가 기쁨을 나누는 이유이다.
 
 중학교 때 전교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했지만 공업고등학교를 선택한 한국이. 기계설비 부문에서 도 대표가 되어 일반인도 참가하는 전국대회를 준비하느라 방학 중에도 매일 학교에 간다. 한국이가 부모와 선생님들의 수많은 반대에 부딪히면서까지 이 길을 고집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할렘가의 작은 사무실에서 벤처의 꿈을 키운 정세주 씨는 2년 만에 헬스 프로그램으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시장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한국에선 발붙일 곳 없던 대학 중퇴자의 아이디어가 미국에선 수백억 대의 사업으로 인정받아 구글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결과이다. 그는 다양한 나라의 세계적 엔지니어들을 직원으로 두고 있지만 한국인은 한 명도 없다. 그와 꿈을 나눴던 한국의 명문대 생들은 모두 대기업에 취직했다. 그는 비슷한 길에서 경쟁하는 한국 사회에서는 새로운 것에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고교 졸업자의 80%가 대학에 진학하는 사회, 우리는 왜 같은 목표를 향해 경주마처럼 달려야 하는 걸까? 
 
 
* 법은 만인에게만 평등하다? - 룰과 심판
이기기 위해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그래도 경기장 안에는 모두가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모든 선수가 능력껏 최선을 다하는 것은 반칙이 있을 때 단호하게 휘슬을 부는 심판이 있기 때문이다. 반칙과 정당한 태클의 경계가 무너지면 시합이 난투극으로 끝날 것이다.
 
 조성구씨는 몇 해 전까지 세계적 경쟁력의 소프트웨어를 갖춘 잘나가는 중소기업을 이끌고 있었다. 모든 불행이 시작된 것은 대기업의 터무니없는 후려치기에 견디다 못해 조금이나마 정상적인 계약을 요구하면서 부터이다. 세계 최고의 제품력을 믿었기에 시작한 소송. 그러나 그는 상식이, 정의가 골리앗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대기업에 찍힌 회사와 거래할 수 없다는 고객, 믿었던 임원들의 배신, 대기업 하청회사의 제품카피... 
 더욱 황당한 것은 조성구씨가 직접 일군 회사에서 해임당한 지 얼마 안 되어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대기업 상대 소송이 불기소 처분된 점이다. 그러니까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기회조차 사라진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에 과연 정의가 있는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최근의 설문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4명이 ‘법을 지키면 손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우리는 수 천 만원을 횡령해서 몇 년의 실형을 살고 있는 일반인과 달리 몇 백 억 원을 배임 횡령한 대기업 총수가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것을 수없이 보아 왔고 위장전입, 투기, 탈세를 자행한 지도층이 반성은커녕 버젓이 고위 공직자 후보에 나서는 것을 경험했다. 왜 약자를 위한다는 정책이 기득권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낳을까?
 
 정재계 고위 인사의 부정을 폭로하는 인터넷사이트 ‘시크릿 오브 코리아’를 운영하는 안치용 씨. 그리고 사회적 감시자 역할을 자처한 위키리크스 前대변인 다니엘 돔 샤이트베르크. 그들에게서 정의가 실현되기 위한 전제 조건을 들어본다. 
 
 
* 승자 독식이면 다음 게임은 없다 
 경기가 끝나고 승부가 결정되면 승자에게 영광이 돌아간다. 그래도 패자가 박수를 받는 건 최선을 다했고 다음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승자와 패자가 어울려 포옹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승자가 모든 걸 가져간다면 승패를 인정하기도 다음 경기에 희망을 가지기도 힘들다.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폐지로 대기업의 투자가 늘어 모두가 잘 먹고 잘 살 것이란 예측이 당연한 듯 빗나가고 말았다. 금융위기 이후 5인 이하 사업장이 매년 57만 명씩 폐업하는 동안 대기업의 이익은 60%를 훌쩍 넘겼다. 과연 중소기업정책의 성과는 대기업으로 다 흘러들어가는 것일까? 
 
 전통방식으로 재래 김을 만드는 김용호 씨. IMF도 이겨냈지만, 최근 들어 점점 공장을 운영하기 힘들어졌다. 대기업의 진출로 매출이 예전의 40% 이하로 뚝 떨어진 것이다. 오랫동안 김을 만들어온 장인의 실력을 앞세워도 막강한 자본력과는 애당초 경쟁이 되지 않는다. 
 
 안철수 교수는 오래 전부터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우리사회구조가 가져올 위기에 대해 나라가 망할 징조라며 경고 하고 있다. 박경철 원장은 비상식적인 것이 너무 많은 우리 사회가 변하려면 어디서부터 고쳐야 되냐고 묻는다.
 역동적인 도전정신이 살아있는 그들이 꿈꾸는 공정사회는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