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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회 SBS 스페셜

SBS 스페셜

방송일 2012.06.10 (월)
동물, 행복의 조건 1부 "고기가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
 
방송일시 : 2012. 6. 10(일) 밤 11시10분
연출 : 신동화
글/구성 : 이진주
내레이션 : 정재형
 

SBS스페셜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2부작 다큐멘터리.
우리가 먹는 고기는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가는가?
그 충격적 보고서를 공개합니다. 
또, 사람에 의해 지느러미가 잘리고 다리가 잘려나간
돌고래, 곰, 개, 두루미, 코끼리들의 가슴아픈 이야기와
이들에게 팔다리를 만들어주는
아름다운 동행의 현장을 공개합니다. 

동물의 삶을 생각해 보는 진일보한 다큐멘터리로서
시청자 여러분께 충격과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 

동물의 행복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정재형(작곡가, 가수)씨와 이효리(가수)씨가 
각각 1, 2부 내레이션을 맡아주었습니다. 
  

동물, 행복의 조건 1부 "고기가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
   “당신이 먹고 있는 고기의 일생을 알고 있는가?”
     
밥상 위에서 언제나 높은 인기를 차지하는 고기. 우리는 이 고기가 살아있을 때를 떠올리는 것을 꺼려한다. 
이 고기는 어디에서, 어떤 삶을 살았던 것일까? 푸른 초원에서 자유롭게 뛰놀던 건강한 동물이었을까?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무엇일까?

제작진은 직접 만나고 온 검은 소 ‘마이크’와 젖소 ‘세이티’, 황소 ‘부다’, 
그리고 한국 송아지 ‘다행이’, 돼지 ‘알로하’와 ‘오웬’, 염소 ‘알비’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생명이 사는 농장이 아닌, 생산품을 찍어내는 공장에서 학대 받아온 가축들. 
학대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안고 농장동물보호소에 온 가축들에겐 모두 이름이 있고, 
고유의 성격과 특성이 있다. 최근의 많은 연구는 소, 돼지, 닭 등이 우리와 다르지 않은 감정과 지능을 
지녔음을 증명하고 있다. 우리가 먹는 고기도 살아 있을 때는 생명이었으며, 우리가 느끼는 것과 
비슷한 감정을 지닌 ‘누군가’였고, 그에 따른 존엄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는 게 아닐까. 

고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먹기 위해, 우리가 알고 싶어 하지 않았던 불편한 진실. 
그러나 우리가 고기의 일생을 모른 척할수록, 공장식 밀집 사육과 학대의 상황은 더 악화되고, 
결국 사람의 건강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친다. 가축 학대는 다름 아닌 인간 학대다.

가축과 인간이 함께 행복해지는 길은 없을까? 
[SBS스페셜 ‘동물, 행복의 조건 1부 - 고기가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에서는 
‘고기’가 음식만이 아닌, 마음을 가진 ‘누군가’일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에서, 
지난 수천 년간 우리 곁에서 ‘가축’이란 이름으로 함께 한 동물들의 일생에 접근한다. 


 
** 가축은 인간을 위한 생산품 - 돈 못 벌어주는 소는 굶어죽어도 좋다?
지난 5월 22일. 과천 정부청사 앞에선 비쩍 마른 소 아홉 마리와 경찰의 대치전이 벌어졌다. 전북 순창의 한 농장주가 소 값은 떨어지고 사료 값은 올랐다며 소 먹이기를 포기했고, 지난 1년간 무려 50여 마리의 소가 굶어죽기에 이르자, 동물사랑실천협회가 남은 소들을 이끌고 정부청사 앞에서 탄원하기에 이른 것이다. 농장 현장은 처참하다. 굶어죽은 소들의 사체가 썩어가는 가운데, 아직 살아남은 스물여섯 마리의 소는 뼈가 앙상하게 드러난 채로 사료 포대를 씹고, 흙을 파먹는 등 아사 직전 사투를 벌이고 있다. 농장주 말대로 어차피 사람이 먹기 위해 길러진 소, 돈을 벌어주지 못한다면 굶어 죽어 마땅한 것일까.  

** 스스로 도축장에서 탈출한 소 ‘마이크’와 의족을 한 염소 ‘알비’를 만나다 
지난 4월 10일. 미국 뉴저지 주 도축장에서 검은 소 한 마리가 도망쳐 나왔다. 경찰차 10대와의 쫒고 쫒기는 추격전을 벌이다, 소는 붙잡히지 않기 위해 결국 강물에 몸을 던져 강을 건넜다.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구하고자 한 소 ‘마이크’는, 여전히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한다. 마이크와 함께 우드스탁 농장동물보호소에서 보살핌을 받고 있는 염소 ‘알비’는 학대로 한쪽 다리를 잃었고, 사람들은 알비의 의족까지 마련해주었다. 우드스탁에서 가축들을 돌보고 있는 제니 역시 어린 시절 암으로 한 쪽 다리를 잃고 의족을 한 상태. 제니는 가축들이 느끼는 고통과 슬픔은 사람인 우리가 느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 소처럼 생각하는 여자 템플 그랜딘 - 고기에게도 마음이 있다
추운 겨울날 얼어 죽을 뻔 했던 송아지를 어렵게 살려내고 ‘다행이’라는 이름을 붙인 후, 처음으로 소를 도축장에 보내기 싫어졌다는 김동수 할아버지. 5개월 된 송아지 ‘다행이’는 지금도 김동수 할아버지를 졸졸 따라다닌다. 할아버지는 다행이의 얼굴만 봐도 그 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농장동물보호소의 많은 자원봉사자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가축들을 직접 안고, 눈을 마주치며 대화했던 경험이다. 자원봉사자들은 소와 단 5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면 소들이 감정과 지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모를 수 없다고 말한다. ‘소처럼 생각하는 여자’라 불리는 콜로라도 주립대학 템플 그랜딘 교수는 가축은 언어를 모를 뿐, 시각적으로는 사람보다 더 예민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템플 그랜딘 교수는 소를 덜 고통스럽게 이동시키는 농장 시스템을 고안했다. 인간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소를 도축장으로 보내야 한다면 최소한 공포에 질려 이동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이다. 

** 잠입취재원 코디를 만나다 - 우리가 고기를 대하는 방식 
제작진은 2008년부터 2년간 미국 여러 농장에서 잠입취재원으로 활동해온 코디를 만났다. 많은 농장이 동물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갖기보다는 오히려 고통을 주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처럼 보인다. 농장에서 가축을 대할 때 고려하는 유일한 기준은 고기의 상품성과 경제적 효율성이다. 마취 없이 소의 뿔을 뽑고, 돼지의 꼬리를 자르며, 거세를 한다. 송아지는 태어나자마자 어미 소에게서 빼앗는데, 그마저 우유를 생산하지 못하는 젖소 수송아지는 굶어죽게 내버려둔다. 달걀을 낳지 못하는 수평아리도 분쇄기에 갈아진다. 암탉은 부리가 잘린 채 일어설 수도 없는 비좁은 케이지에서 평생 달걀을 낳다가 도계장으로 갈 때 비로소 햇빛을 보게 된다. 케이지에서 죽어 말라붙은 닭의 시체는 ‘미라’ 또는 ‘카펫’이라 불린다는데. 코디가 처참한 농장에서 목격한 것은 바로, 가축을 학대하는데 점점 둔감해지며 사람들의 정신이 황폐해지는 모습이었다.

** 소 ‘부다’의 다리는 왜 꺾였나 - 고기가 아프면 사람도 병난다
올해 열세 살이 된 소 ‘부다’의 다리는 비정상적으로 불어버린 몸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꺾여 버렸다. 더 많은 고기를 얻기 위해 선별적 번식을 거듭한 결과, 기형적인 소, 칠면조, 닭이 탄생한 것이다. 고기용으로 길러진 닭 역시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작은 발에 염증이 생기기 일쑤다. 보기에도 기괴하기만 한 인공 가축들은 과연 사람의 몸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실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고기에선 유해 단백질이 생성되어 아무리 가열해도 사라지지 않고, 결국 사람에게 그대로 전해진다는 연구가 있다. 결국 올해 2월, 세계 1위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널드 사는 좁은 우리에 가둬서 키운 돼지고기를 구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버거킹 역시 오는 2017년까지 공장식으로 밀집 사육된 닭, 돼지고기 사용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 농장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제작진은 평생 케이지에 갇혀 걷지도 못하고 살아온 닭을 자연방목한 후 그 변화를 관찰했다. 단 4주의 짧은 시간 동안, 닭과 달걀은 놀라운 변화를 맞이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산란계를 시작으로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가 시행된다. 동물복지 인증 마크가 있는 고기만을 구매하거나, 축산업계를 믿지 못하고 직접 가축을 기르겠다는 소비자도 생겨나고 있다. 
농장동물보호소에는 매일 방문객들이 찾아와 가축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이름을 부르며, 그들이 겪은 고통을 공감한다. 순창의 한 농장에서 굶어죽던 소들은 한 인터넷 카페 회원들이 마련한 여주의 초지로 이동했다. 인터넷 카페 회원들은 직접 공수한 나무와 돌로 소들이 잘 집도 마련해주었다. 이들은 왜 먹지도 않을 소를 이렇게 보살피는 것일까. 가축과 사람과의 새로운 관계 설정이 가능할까? 



“처음 해야 할 일은 최악의 것들을 없애는 것입니다.
동물을 음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비윤리적이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동물을 먹어야 한다면,
고통, 두려움, 그리고 기본적인 감정들을 느끼는 그들을 올바르게 대해야 합니다. 
매우 단순한 문제죠“
- 템플 그랜딘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