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6회 SBS 스페셜
SBS 스페셜
방송일 2012.09.23 (월)
워싱턴 거리에는 쌍둥이 자매가 있다 방송 일시 : 2012년 9월 23일 (일) 밤 11시 연출: 이광훈 / 작가: 윤주희 내레이션 : 김소원 아나운서 ( 전 SBS8뉴스 앵커 ) # 워싱턴 거리의 쌍둥이 자매 미국 워싱턴의 번화가. 커다란 비닐 봉투에 담은 짐을 든 쌍둥이 자매가 이곳에서 노숙하고 있다. 작고 왜소한 체격, 오랜 노숙 생활로 지친 그녀들은 하루 종일 길 위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누군가 그녀들에게 말이라도 걸어오면 무섭게 화를 내고 경계심을 보이며 주변과 어울리지 않은 채 둘만 지내는 자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쌍둥이 자매가 바로 한국인이라는 것이다. 30대 초반의 앳된 얼굴을 한 한국인 쌍둥이 자매, 그녀들은 도대체 왜 미국 땅에서 노숙을 하며 지내는 걸까? # “ 우리는 유괴 당했어요 ” 쌍둥이 자매가 워싱턴에 나타난 것은 1년 전. 한국 영사관 앞에 나타난 자매는 자신들이 26년 전인 6살 때 납치되어 미국에 왔고 가족들을 만나야 하니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소란을 피웠다고 한다. 미국에서 양부모에게 어릴 때부터 학대를 당해왔고, 견디다 못해 성인이 되자마자 집을 나와 생활하다가 노숙자 신세가 되었다는 쌍둥이 자매. 그녀들은 지금까지도 아빠와 남동생의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정말 26년 전 미국으로 유괴되어 온 것일까? # 지금 만나러 갑니다 우리는 쌍둥이 자매가 기억하고 있는 아빠와 동생의 이름으로 자매의 가족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어렵게 만난 가족의 이야기는 자매들의 기억과는 달랐다. 유괴당한 게 아니라 아버지 스스로 입양을 보냈다는 것. 쌍둥이 자매가 태어난 후 친모는 자살했고, 혼자 딸들을 키우던 아빠는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아이들이 6살 되던 1987년 아이들을 입양 보낼 결심을 한다. ‘이모네 집에 가있으면 아빠가 곧 데리러 갈게’ 이것이 아빠가 자매들에게 마지막으로 건넨 말이었다. 이렇게 가난한 집에서 크느니 미국 가서 좋은 집에서 잘 교육받고 지내는 게 나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살았다는 아버지. 그러나 26년이 흘러 노숙자가 되어버린 딸들의 소식을 듣고 아버지는 참회의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26년 전 딸들을 버린 죄책감, 딸들에게 26년 만에라도 사죄하고픈 아버지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남동생이 누나들을 만나러 미국으로 가는데... 과연 쌍둥이 자매는 아버지의 사죄를 받아드릴 것인가? # 입양은 확률 게임이 아니다 쌍둥이 자매는 미국 양부모가 자신들을 학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자매들이 쓴 편지는 초등학생 수준에 머물러 있어 26년을 미국에서 살았지만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쌍둥이 자매의 양부모가 아이들을 방임하거나 학대했을 가능성이 무척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6살 어느 날 가족에게서 떨어져 낯선 미국 땅에 왔다는 마음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양부모로부터 또 다시 정신적인 상처를 받았고 그 트라우마가 치유되지 않은 채 26년 세월을 견디다가 노숙자 신세가 된 쌍둥이 자매.... 우리는 흔히 성공한 해외 입양인만을 기억하고, 그들을 잘 키워준 양부모에게 고마운 감정까지 느낀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좋은 양부모를 만날 운을 기대하라는 것은 가혹한 일이다. 수많은 입양인들이 성공하고 잘 살지라도 단 한 명 불운한 삶을 산다면, 그리고 그것이 아이 자신의 탓이 아니라 양부모 등 환경의 탓이라면 해외입양은 이제 그만 멈춰야 하는 건 아닐까 입양은 확률 게임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