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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회 SBS 스페셜

SBS 스페셜

방송일 2013.05.26 (월)
그녀, 뼈를 깎다 - 내 딸의 양악수술

방송일시 : 2013년 5월 26일(일) 밤 11시 15분
연출: 박상욱  글·구성: 윤주희

기획의도
양악수술이 작은 얼굴과 v라인을 만들어주는 수술로 여겨지면서, 한 해 추산 약 5000건의 수술이 이뤄질 만큼 열풍이 불고 있다. 생활의 불편함이나 장애를 해소하기 위한 수술이 언제부터인가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수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수술을 받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자 선택의 문제라는 이유로, 지금 일어나는 양악수술 열풍과 이를 부채질하는 우리사회에 대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양악수술 열풍은 TV나 신문 속 이야기를 넘어 ‘우리 가족’에게 일어나는 현실적인 일이 되었다. 실제 많은 부모들이 양악수술을 원하는 자녀와 갈등 중이며, 자녀들을 말릴 방법을 찾느라 고심한다. 예전보다 안전해졌다하고 많은 사람들이 수술을 받고 있다면, 당신의 자녀 역시 양악수술을 받아도 되는 걸까? 유행이라고 자녀를 수술대에 눕힐 수 없다면, 우리는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것에 대해 자녀와 이야기를 나 	눠야 할까?
부작용에 대한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양악수술 열풍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외모만 바뀌면 모든 문제가 해결 될 수 있을 거라 착각하게 만드는 외모지상주의 사회. 이 수술은 정말 그들이 원하던 꿈을 이루게 해주는 것일까? 이번 방송은 양악수술을 받은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예뻐지기 위해 목숨 건 수술도 감수하게 만드는 우리사회의 단면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양악수술, 새로운 갈등을 싹틔우다.
부모는 ‘고작’ 예뻐지기 위해서 이렇게 큰 수술을 감수하려는 자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반면 자식들은 예뻐지는 것을 ‘고작’으로 표현하는 부모를 이해하지 못한다. 평행선을 달리는 이 갈등은 단순히 ‘외모’에 대한 시각차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지난 2,30년 동안 ‘예쁜 얼굴’에 대한 선호가 얼마나 노골적으로 변했는지를 보여준다. 이제 양악수술은 美(미)에 대한 첨예한 시각 차이를 드러내게 하는 촉매제이자, 한 가족 안에 새로운 갈등거리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이 갈등을 해소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강순 씨는 요즘 자주 머리가 아프다. 둘째 딸이 양악수술을 받겠다고 선언한 후, 하루가 멀다하고 언쟁을 벌인 탓이다. 그녀는, 못생긴 외모가 아닌데도 턱을 잘라내는 대수술을 받겠다는 딸을 이해할 수가 없다. 반면 그녀의 딸은 콤플렉스를 없애주고 동시에 예뻐지기까지 하는 이 수술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엄마가 답답하다. ‘저는 해야 되요.’ 확고한 어투로 말하는 딸, 그 딸이 수술대에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이강순 씨는 오늘도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수술은 진정 우리의 삶을 바꾸는가?
개그우먼 강유미 씨는 2011년 1월 양악수술을 받았다. 달라진 외모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그녀는 양악수술의 열풍의 시작점이기도 했다. 2년하고도 4개월 지난 지금, 그녀의 일상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양악 이후 변화된 것과 변화되지 않은 것, ‘막연히’ 양악수술의 효과를 가늠하는 사람들에게 그녀의 고백은 의미 있는 답이 될 것이다. 

“내 자신에 대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느껴요. 그런데 생각보다 자신감이 별로 안 생겼어요. 되게 모순되게 들리시잖아요. 그런데 그게 사실이에요.”

우리는 모두 ‘얼굴’에 갇혀 있다.
‘작은 얼굴’ ‘v라인’에 대한 선호가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다. 문제가 되는 건 이런 선호가 개인의 취향 문제를 넘어, 누군가에게 기회를 제공하거나 박탈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특정한 얼굴이 되는 걸 선택해야만 한다.

# 5월 9일 오후, 장민지씨는 수술대에 올랐다. 그녀는 주걱턱인 자신의 외모가 ‘그렇게 못생기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턱이 자신의 꿈을 이루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큐레이터로 일했던 박물관은 주걱턱인 그녀에게 주요 인사가 참여하는 행사를 맡기지 않았다. 갤러리 면접 때는 ‘예쁜 사람을 뽑고 싶다’며 거절당하기도 했다. 그녀는 한국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튀어나온 턱을 없애기로 했다.

한국의 라이프 스타일(life style), 나이프 스타일(knife style)이 되다.
#영국에 살고 있는 비키 라이트는 커다란 주걱턱의 소유자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수술을 권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턱을 없애지 않았다. 자신을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한 자신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말 때문에 바꾸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는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바꾸지 않고, 이 사회 자체를 바꾸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비키처럼 살 수 있을까.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양악수술 열풍에 몸을 싣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용성형이 ‘자기계발’과 ‘자기역량강화’, 혹은 ‘힐링’으로 인식될수록,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수술하는 것 자체가 아니다. 자신만이 예뻐지지 못한 채 머물러 있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그들을 괴롭고 외롭게 한다. 그렇기에 이 수술이 무엇을 가져오는지에 대해 확인할 겨를도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 심지어, 중고등학생들까지도- 자신의 얼굴을 바꾸고 싶어 하는 것이다. 죽음을 담보로 수술대로 향하게 만드는 대한민국, 이 열풍에서 다 같이 내려오는 것은 가능한가. 


 ※나이프 스타일(Knife Style): 미국의 사회학자 수잔 보르도가 성형수술의 확산이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Life Style)을 나이프스타일(Knife Style)로 바꾸고 있다고 언급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