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6회 SBS 스페셜
학교의 도전, 포기할 아이는 없다
방송일 2013.11.10 (월)
학교의 도전, 포기할 아이는 없다 방송일시 : 2013년 11월 10일(일) 밤 11시 15분 연출: 함정민 / 글·구성: 문은화 [ 무너지는 대한민국의 교실, 학교의 도전이 시작됐다. ] 우리나라 공교육 목표 어디에서도 입시교육을 명문화 한 곳은 없다. 하지만 2013년 대한민국 공교육의 현실은 입시 위주의 획일적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2012학년도 전체 고 3학생 수 약 631,000여 명- 2013학년도 SKY 대학(서울대 연대 고대) 입학자 약 11,600여 명- 2013학년도 서울 소재 상위 20개 대학 입학자 약 58,000여 명- 지난해 전체 고 3학생 중 약 1.8%만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입학하고, 약 9.2%만이 in Seoul (서울 소재 20여 개 주요 대학 입학) 할 수 있는 것이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 승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피 말리는 경쟁 속에서 경쟁에서 밀린 우수한 아이들은 또 다른 피해자가 되고, 90% 이상의 절대다수 보통 아이들은 자존감이 바닥인 ‘공부 못하는 아이’로 전락하고 있다. 학원과 경쟁하며 소수 승자와 절대다수의 패자를 낳는 입시 위주의 교육- 성적 하나만으로 아이들을 줄 세우는 우리의 교실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바닥을 친 아이들의 자존감을 살려내고, 꿈과 희망을 되찾아주는 교실은 가능한 것인가? 무너진 교실을 되살리기 위해 교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포기할 아이는 없다’ 한 번도 주목받지 못한 아이들을 위한 학교, 광덕고등학교 ] # “네가 이 교실에 없었으면 좋겠어.” 교실에서 상처받은 아이 재영이 전교생 459명 중 253등- 중학교 시절 재영이는 단 한 번도 선생님들에게 주목받은 적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런 재영이의 자존감을 더욱 바닥으로 끌어 내린 것은 수업시간 선생님의 말 한마디. “네가 이 교실에 없었으면 좋겠어.” 재영이는 그때부터 차라리 자는 것이 속 편했다. 어차피 교실에서 재영이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들러리 인생- 그냥 하루하루 버텨내는 것만이 살길이었다. # “12년간 단 한 번도 주목받지 못하는 아이들, 그 아이가 내 아이라면 어떨까? 가슴 먹먹해지도록 섬뜩해졌습니다.” 4년 전, 비평준화 지역의 신생학교였던 안산 광덕고등학교의 첫 입학생들은 공부 잘하는 일과는 거리가 먼 학생들이었다. 중학교 때까지 공부 좀 못한다는 이유로 단 한 번도 주목받지 못했던 아이들. 차별받고 상처받은 아이들은 무기력, 무감동, 무반응, 무절제한 모습으로 선생님들 앞에 서 있었다. “아이들을 사랑 안 해도 월급 나오는 안정된 직장이라고 남들이 그래요. 그런데 어느 날 생각을 해봤어요. 모든 선생님이 우리 애들을 그렇게 대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 딸도 특별하게 학교에서 바라는 그런 특출한 인재가 아니면 12년 동안 학교에 다니면서 진심으로 우리 딸을 생각하는 우리 딸의 미래를 생각하고 우리 딸이 한 사람으로 존중받는 그런 대접을 받지 못하지 않을까? 문득 너무나 섬뜩하고 슬픈 일이었어요. 마음이 먹먹해 질정도로.” 그 아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보듬을 수 있는 특단의 조치- 교사들의 새로운 도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 ‘모든 아이를 차별하지 않겠다. 모두 다른 모습을 한 각각의 아이들의 적성에 맞는 꿈을 찾아주겠다. 포기할 아이는 없다’ 선언을 한 거죠.” # 광덕고에서 재영이는 달라질 수 있을까? 공부 잘하는 애들이 아니라 열심히 노력하는 애들을 뽑아 보내준다는 5스텝 어학연수의 기회, 공부 열심히 하라고 채찍질하는 대신 형 누나보다 가깝게 다가와 힘든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주는 선생님들, 아이들이 스스로 부족한 것들을 채워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튜터 학습제, 그리고 선생님이 계획하는 수학여행 대신 학생들이 계획해서 떠난다는 ‘아이들에 의한 아이들을 위한 여행’ 따라체험까지- 지난 1년 광덕고의 새로운 도전을 경험한 재영이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 ‘교실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을 만들지 않겠다’ 모든 아이를 품기 위한 교사들의 노력, 용인중학교 ] # “영어수업인지 미술수업인지?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요?” 용인중학교 영어담당인 박성훈 선생님은 두 손 가득 색연필 더미를 들고 교실로 향한다. 오늘은 영어 교과서 속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보기로 한 것- 영어에 관심 있는 아이도 관심이 없는 아이도 모두 흥미롭게 집중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영어대사를 만들라는 주문에도 아이들은 미술시간인양 만화 그리는 데만 초 집중이다. 정신없이 끝나버린 수업- 영어를 가르친 건지, 미술을 가르친 건지. 박성훈 선생님의 한숨이 깊어만 간다. # 교사들이 받고 자라온 교육이 주입식 교육? 대체 모둠수업 뭐예요?! 요즘 용인중 선생님들은 날마다 회의다. 9월부터 전면적으로 실시하기 시작한 모둠 수업 때문. 알아듣는 아이들만 끌고 가는 주입식 수업 대신, 아이들 스스로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배움 중심의 창의 지성교육을 도입하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평생 주입식 교육만을 받아온 선생님들은 토론하라고 해놓고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민망해하고,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공부 못하는 아이들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닌가 싶어 불안하기 그지없다. 더욱이 아이들에게 교과과정 내에서 새로운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선 매일 교재연구에 학습지를 만드느라 퇴근 시간은 잊은 지 오래다. # 집중이 안 돼요. VS 수업이 재미있어졌어요 2학년 4반 반장인 영현이는 요즘 수업이 더 피곤해 졌다. 조별로 모둠수업을 하기 시작하면서 산만한 민재 다독이랴 제 수업 집중하랴 차라리 짝꿍만 신경 쓰면 그만이었던 주입식 수업이 훨씬 편했던 것만 같다. 하지만 같은 반 민재는 좀 생각이 다르다. 넋 놓기 일쑤였던 수업시간에 영현이가 챙겨주는 것이 처음엔 닭살 돋았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들으면서 수업이 서서히 재미있어지기 시작한 것. 민재에게도 영현이에게도 분명 교실은 달라지고 있다. #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위하여, 당신 혼자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선생님들이 먼저 도전을 시작한 학교를 직접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먼저 변화를 시도한 학교들과 이제 변화를 계획하고 있는 학교들이 서로 이끌어주기 위한 클러스터 모임. 그곳에서 교사들은 행복한 교실을 만들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서로를 만났다. “이미 시행착오를 거치신 선생님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하고. 나 혼자만의 고민은 아니구나. 모두 똑같은 고민을 하시는구나 하는 공감. 그렇게 위안을 얻죠.” # 교실에서 주목받지 못하던 민재가, 공부만 알던 우리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도전 한 달 반째- 모둠 아이들에게도 선생님에게도 모두 신경이 쓰이던 존재, 민재가 달라졌다. 수업시간에 딴짓하는 대신 아이들과 토론하고, 중얼거리는 대신 손 들어 발표하고, 잘 알아듣도록 알려주는 교사가 되겠다며 꿈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민재에게 찾아온 한 달 반만의 작은 변화. “뭐가 달라졌느냐고요. 선생님이... 선생님이 제일 좋아졌어요. 옛날엔 자라고 그냥 내버려두던 선생님들이 민재 좀 신경 써 주라고 이야기 하고 아이들도 모르는 것을 알려주고 기분이 좋아요.” 그리고 달라진 것은 민재만이 아니었다. “내가 잘 알아야 남한테도 알려줄 수 있다고 하잖아요. 아이들에게 알려주면서 저도 잘 알게 된 거 같고, 내가 알려줬던 것이 시험에 나와서 그 문제 맞았다고 이야기하면 제가 다 뿌듯해요.” [ 주목받지 못한 모든 아이가 꿈꿀 수 있는 교실, 학교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무너진 자존감이 살아나고 누구나 꿈꿀 수 있는 교실 만들기- 학교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 이 특별한 도전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 도전의 시작은 한사람만의 행복이 아니라 모두 함께 느끼는 행복을 찾고자 하는 첫 마음. ‘포기할 아이들은 아무도 없다’는 학교의 도전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