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교양 · 예능 · 스포츠

SBS 앱에서 시청하세요

재생
396회 SBS 스페셜

균이 당신을 지배한다 - 세균숲 이야기

방송일 2015.04.26 (월)
    
[ 균이 당신을 지배한다 - 세균숲 이야기 ]
방송 일시: 2015년 4월 26일 일요일 밤 11시 10분 
연출: 함정민, 고휘진  / 글·구성: 이진주

당신의 ‘몸’와 ‘마음’을 지배하는, 작지만 큰 세계 ‘균’

눈에 보이지 않는 1㎛의 균들은 인류가 등장하기도 전인 30억 년 동안 지구의 유일한 생명체였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인간의 생로병사와 인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온 균. 인간의 몸에는 수백 조가 넘는 균이 살고 있는데, 이 ‘세균숲(Microbiome, 마이크로바이옴)’이 우리의 면역체계와 모든 장기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개인의 특성, 식욕, 기분, 행복까지 결정짓는다는 연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우리는 세균숲과 함께 무엇을 잃고 있나  

우리가 가진 유전자 중 99%는 균의 유전자에 해당한다. 과연 우리의 몸은 온전히 우리의 것일까?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 등 도시형 식단과 항생제 남용으로 세균숲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는 현대인들. 세균숲의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SBS스페셜 에서는 박멸의 대상으로 폄하되어 온 ‘균’의 엄청난 영향력을 조명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세균숲’을 복원할 수 있는 실천법을 제시한다. 


▶ 사라져가는 ‘세균숲’의 경고 

“전 정말 건강하고 활동적인 사람이었어요. 아플 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어요.”
-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되어 팔과 다리를 잃은 케이틀린 도브로 (21세)

“세균숲은 우리 몸을 보호하는 국가 방위군과 같습니다
국가 방위군이 사라져버린다면 외부 병원균의 침입이 가능하겠죠”
- 미국 뉴욕대 인간미생물군집프로젝트 센터장 마틴 블레이저 박사

두 팔과 다리, 그리고 피부의 57%를 잃은 케이틀린(21세). 누구보다 건강하고 활동적이었던 그녀가 20번이 넘는 수술을 받으며 생사의 고비를 넘나든 이유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 때문이었다. 슈퍼박테리아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는 70만 명에 이르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대한민국은 항생제 내성률과 슈퍼박테리아의 감염 위험이 높은 나라다. 세계적인 미생물학자 마틴 블레이저 박사는 슈퍼박테리아와 급증하는 현대 질병에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은 바로 ‘우리 몸의 균’에 있다고 말한다. 

▶ 식욕부터 행복까지, 균이 인간의 뇌를 지배한다 

54세에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은 스티브는 의사가 7년을 넘기지 못할 거라 했지만, 14년째 건강한 삶을 유지해오고 있다. 스티브의 아내 메리는 그 힘이 요구르트 식사에 있다고 믿는데. 실제로 올해 3월, 유제품의 발효물질이 치매물질이라 불리는 아밀로이드를 억제한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마이코박테리움 박카이 균을 먹인 쥐가 다른 쥐에 비해 뇌의 학습능력이 향상되는 것이 관찰됐다. 실제로 장에서 균이 만들어낸 신경전달물질은 인간의 행동과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 행복물질이라 불리는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90%는 장에서 만들어지며, 장에서 신경전달물질이 잘 생성되지 못하면 우울증, 자폐증, ADHD를 일으킬 수도 있다.

▶ 균과 공존하기 위한 처절한 노력 - 분변은행과 균으로 씻는 여자 

미국 최초의 분변 은행 은 미 전역 2000건의 치료에 건강한 분변을 보내왔다. 분변 기증자가 되는 것은 하버드 대학에 합격하는 것보다 어려운데, 기증된 건강한 ‘세균숲’은 씨디피씰과 같은 병원균에 감염되어 항생제 치료도 소용 없는 환자의 대장에 직접 주입된다. 씨디피씰을 어렵게 치료한 후 몸에 있는 모든 균을 소중히 여기기 시작한 정신과 의사 조엔 씨. 그녀는 피부 상재균을 죽이는 비누와 바디클렌저를 사용하는 대신 오염물질을 없애는 균을 몸에 발라 청결을 유지한다.

“몸이 고맙다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균은 키워야 하지 죽이면 안 됩니다. 저에게는 당연한 얘기인데요”
- 씨디피씰에 감염되었던 뉴욕 정신과의사 조엔

▶ 4쌍 부부의 세균숲 복원 프로젝트

우리의 세균숲 생태계는 어떤 상태일까? 과민성대장증후군과 건선, 아토피에 시달리고 있는 4쌍 부부들의 장내균총을 검사한 결과, 세균숲 생태계의 다양성이 깨져 있었고, 염증을 유발균는 유해균의 비율이 높았다. 2011년 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고지방 육식과 패스트푸드 등 도시형 식사를 주로 하는 유럽 아이들의 장에서는 박테로이데스의 비율이 높고, 유산균 락토바실러스 비율이 낮았다. 또 저지방, 고식이섬유 등 시골형 식사를 주로 하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장에서는 프레보텔라의 비율이 높았다. 전형적인 도시형 세균숲을 지닌 4쌍의 부부들. 육식과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을 주로 먹던 4쌍 부부들이 채소와 발효음식을 주로 한 시골밥상을 먹으며, 세균숲을 복원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오늘날만큼 인류가 균을 파괴했던 때가 없었습니다.
그로 인해 수많은 새로운 질병이 생겨나고 전염병에 취약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균을 죽이는 것을 멈추고, 세균숲을 복구해야 합니다”
- 미국 뉴욕대 인간미생물군집프로젝트 센터장 마틴 블레이저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