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4회 SBS 스페셜
결혼은 사양할게요
방송일 2018.12.23 (월)
결혼은 사양할게요 ■ 방송일시: 2018년 12월 23일 (일) 밤 11시 5분 ■ 연출: 도준우 / 글·구성: 이은정 우리 사회에서 결혼은 성인 남녀의 ‘의무’와도 같다. 일가친척은 물론 초면의 어르신도 미혼의 청년들을 보면 “결혼은 왜 안 해?” “쯧쯧, 결혼해야 어른이 되지” “결혼 안 하면 나중에 나이 들어서 외롭다” 라고 잔소리를 서슴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젊은 세대들의 결혼관이 크게 바뀌고 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48.1%로 올해 처음으로 50%이하로 떨어졌다. 국민 중 절반 이상은 결혼이 더 이상 필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결혼을 인생의 한 여정이라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 "아빠, 나 결혼 안 해" 딸의 폭탄선언 “비혼주의자 라는 입장이거든요. 결혼은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고요. 남편과 시댁은 갖고 싶지 않은 그런 입장입니다.” - 오화진 씨 인터뷰 中 온전한 나의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오화진 씨(26). 삼남매 중 맏딸인 화진 씨는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받고 자랐지만, 어릴 때부터 ‘엄마’의 역할에 대한 무게를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가 선택한 방식은 ‘비혼주의’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나를 포기해야 하는 삶을 선택하고 싶지 않다는 것. 그러나 화진 씨의 아빠 오현춘 씨(50)는 ‘결혼은 꼭 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이십여 년 간 전기 관련 사업을 일궈오면서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가족 때문이었다고. 그래서 결혼은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제도로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이다. 친구 결혼식에 다녀온 날, 화진 씨는 온 가족이 모인 저녁 식사 자리에서 아빠와 제대로 얘기하기로 결심했다.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 화진 씨의 폭탄선언! 과연 보수적인 아버지는 딸의 비혼 결심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 자식 대신 맞선보는 일본의 부모들 몇 주 전, 일본 도쿄의 한 고급 웨딩홀에서 맞선 파티가 열렸다. 20대 후반부터 40대까지 서로 짝을 찾는 자리였다. 하지만 현장에 20대 후반부터 40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사실 이 행사는 결혼정보회사가 주최한 대리미팅이었다. 50~70대 부모들이 장성한 자식의 프로필을 들고 맞선 자리에 나선 이유는 뭘까? 결혼이 당연하지 않은 시대,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은 지난 1960년대 중반 누적 혼인율이 97%에 달했던 국가다. 대부분의 사람이 결혼하면서 '전원 결혼 사회'라고 불렸었지만, 최근에는 인구 다섯 명당 한 사람은 결혼하지 않는 이른바 '비혼 사회'로 바뀌었다. 우리보다 먼저 시작된 일본의 비혼화 동향. 결혼을 안 하려는 자식 대신 부모까지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결혼하지 않을 자유를 이야기하는 것인데, 왜 비혼이 혼인 시장에서의 후퇴나 포기로 받아들이는지 모르겠어요.” - 비혼여성 인터뷰 中 여전히 결혼이 유일한 선택지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비혼이라는 선택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비혼을 선택한 사람들은 우리 사회가 결혼 외에도 다른 선택지가 동등하게 존재할 수 있는, 즉 다양한 삶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혼자 사는 삶,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함께 사는 삶이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제도적으로 보호받길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사람들이 사회적 강요와 제도적 압박 없이 결혼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사회에서의 ’결혼‘은 지금보다 더 축복받는 선택이 될 거라고 그들은 말한다. 12월 23일 일요일 밤 11시 5분에 방송되는 에서는 결혼을 한 사람도,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도 행복하기 어려운 지금 이 시대에 ‘비혼’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