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3회 SBS 스페셜
부검실, 한 달의 기록 - 죽은 자에게 삶을 묻다
방송일 2019.05.26 (월)
부검실, 한 달의 기록 죽은 자에게 삶을 묻다 방송일시: 2019년 5월 26일(일) 밤 11시 5분 연출: 정원석 / 글·구성: 박진아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실 최초 공개 그저 영화·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었던 우리에겐 너무나도 낯선 공간 “부검실”. 서늘한 공기, 날이 선 도구들, 차가운 부검대...그 위에 놓여진 시신... 상상만으로도 오금이 저릴 것 같은 익숙하지 않은 이 공간. 하지만, 우리가 알던 부검실의 이미지와 실제 국과수 부검실의 이미지는 아주 달랐다. “많은 분들이 부검실 안은 조용하고 음산할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죽은 분들을 부검한다는 것은 굉장히 다이나믹한것 입니다.” - 서울대학교 법의학교실 유성호 - 채광 좋은 아침, 죽은 자들은 저마다 각자의 사연을 안고 이곳으로 찾아온다. 오늘도 의문의 사연을 가진 한 죽은 자가 부검실 조용히 문을 두드렸다. 따사로운 햇볕이 잘 드는 아침 부검은 시작된다. ■ “Mortui Vivos Docent” 죽은자가 산자에게 말한다. 비밀에 싸인 부검실의 문이 드디어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곳에는 저마다 사연을 품고 찾아올 고인을 기다리는 “산자”들이 있었다. 죽은 자들에게만 허락된 공간, 그곳을 지키는 산 자들을 가리켜 우리는 법의관이라 부른다. “그분들이 세상을 떠날 때 마지막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게 만약 억울한 거라면 반드시 억울함을 풀어줘야죠”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 원장 서중석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법의관들은 부검을 통해 고인이 몸에 남긴 메시지를 찾고, 그 속에 감춰진 비밀 혹은 억울한 사연을 듣는다. 법의관들은 이 과정을 통틀어 삶의 마지막 진료, 죽은 자와의 마지막 대화라 말했다. ■ Body of Proof 오늘도 어김없이 부검실의 문이 열렸습니다. 차가운 부검대 위, 더 이상 심장이 뛰지 않는 중년의 남성이 누워있습니다. 그는 지금 삶의 마지막 진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는 어떤 사연을 품고 이곳까지 오게 된 걸까요? 부검대 위 중년의 남자를 바라보는 법의관의 눈빛이 매우 무겁습니다. “옆에서 보면 미친 사람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그냥 ‘왜 이렇게 늦었어요.’라든가 그런 얘기를 할 때도 있어요. 그러니까 그게... 대부분 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얘기죠.” - 서울과학수사연구소 법의관 하홍일-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게 마른 중년 남성의 사망요인은 다름 아닌 “폐결핵” 그와의 오랜 대화를 마친 법의관은 말합니다. “폐결핵이라는게 치료가 가능한 범주에 들어가긴 하거든요...안타깝게도 병원에 가시지 못한 그런게 있었던 거 같습니다.“ 자신의 몸을 미처 돌보지 못했던 중년의 남성은 그렇게 생애 마지막 대화를 끝으로 삶을 마감합니다. ■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부검실” 법의학을 다루는 이들에게는 죽음이란 삶의 끝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죽음은 삶을 더 풍성하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죽음과 삶은 동전의 양면이라 생각 하고, 죽음을 바로 바라보면 현재 삶이 조금 더 의미 있어지지 않을까...” - 서울대학교 법의학교실 이숭덕- 부검을 통해 각종 범죄와 사건?사고를 예방하여, 남은 자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면 그 죽음이 단지 하나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법의관들은 말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은 우리의 삶을 위해,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부검실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SBS스페셜 에서는 부검실에서 “죽음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그리는 법의관의 삶” 을 이야기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