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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회 SBS 스페셜

개는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는가

방송일 2020.08.23 (월)
개는 사람을 어떻게 사랑하는가


개를 의인화해 높여 부르는 견공(犬公)이라는 말이 있다. 그 의미 속에는 사람과 친밀하게 지내온 가장 오래된 포유류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담겨있다. 그만큼 사람과 개는 유독 서로의 종을 넘어선 친밀함을 느낀다. 개는 사람과 애정 어린 관계를 형성하는데 열성적이며 심지어는 지나치다고 느껴질 정도의 능력인 ‘초사회성’을 보여준다. 이렇게 사람과 개는 거의 만 오천 년의 시간을 함께 살아왔다.

개는 단순히 주인을 잘 따르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불편한 몸을 대신해 눈과 귀, 손발을 대신해주기도 한다. 또 한편으로는 주인의 맘을 귀신같이 읽어내고, 스스로 행동하여 ‘천재견’이라는 호칭이 붙는 개들도 있다. 이런 개들의 능력은 소수의 지능이 높은 개체들이 보여주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배려인 것일까?

이번 주 방송되는 SBS스페셜에서는 사람과 남다른 유대감을 보이는 개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사람과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는지 소개하며, 그 과정 속에서 개와 사람의 관계에 대해 조명하고자 한다. 또한 개들과 올바르게 그들과 공생하는 길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국내최초 국회 출입견(犬), 안내견 조이
2020년 5월 30일 문을 연 제21대 국회. 그중 단연 스타는 그 어떤 정치인도 아닌 노란 조끼를 입은 안내견, 조이였다. 조이의 반려인(人) 김예지 의원 곁에는 지난 20년간 안내견이 함께 있었다. 조이는 그녀의 세 번째 안내견이다. 전직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라는 김예지 의원의 특별한 경력 덕분에, 그녀와 함께한 안내견들에겐 국내 최초 청와대 입성 또는 패럴림픽 공연 등 최초라는 타이틀이 많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조이가 국내 최초 국회 입성견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되었다.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은 보행할 때 하네스를 통해서 소통한다. 하네스는 안내견이 차고 있는 가슴줄 형태의 기구다. 시각 이외에 청각, 촉각, 후각 등으로 공기의 흐름을 읽어 안내견에게 방향을 지시하고, 시각장애인은 하네스를 통해 안내견의 움직임을 손끝으로 전달받는다.

“조이는 상당히 자기주장이 강한 개체입니다. 그래서 제가 많이 타협을 해야 하는 상황이죠.”
- 21대 국회의원 김예지- 

조이는 공과 사의 구분이 확실한 편이다. 평소에는 일반 반려견처럼 의사 표현도 잘하고, 때로는 고집도 부린다. 하지만 일을 할 때는 명확한 목적의식으로 김예지 의원의 의정활동에 도움을 주고 있다. 김의원과 조이 모두에게 아직은 낯선 국회 안에서 서로 호흡을 맞춰가며 발을 맞춰나가고 있다. 안내견 출입 문제를 두고 잡음이 있었던 초반 우려와 달리, 조이는 이제 국회의 마스코트가 되어 귀여움을 받고 있다. 조이와 같이 사람을 돕는 보조견이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이 필요한 것일까? 특별한 능력이 있는 개만 가능한 일일까?

평범한 개가 천재견이 된 이유? 행복이와 아저씨
경남 밀양에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천재견, 행복이가 있다. 노해용 씨는 행복이와 함께한 지 단 한 달 만에 행복이의 놀라운 능력을 발견했다. 화장실에 휴지가 없어 곤란했던 해용 씨에게 행복이가 알아서 휴지를 물어다 준 것이다. 함께한 지 단 한 달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 이후 행복이는 시키지 않아도 필요한 물건을 척척 가져오기 시작했다. 단순한 심부름을 넘어서 행복이는 이제 글씨를 구분하고 간단한 사칙연산까지 할 수 있는 소위 ‘천재견’이 되었다.

“아빠하고 오래 살다 보니까 표정만 봐도 뭐가 필요한지 아는 것 같아요”
- 행복이 견주, 노해용 씨 - 

노해용 씨는 평소 행복이를 마치 사람처럼 대했다. 사업 실패 후 낙담하며 그저 술로 세월을 보내던 해용 씨. 마치 하소연을 하듯 행복이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고, 그 이후 정말 사람처럼 행복이가 아저씨의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용 씨에게 행복이는 반려견 이상의 존재가 되었다.

해용 씨는 행복이가 평소 자신의 감정, 기분까지 헤아린다고 말한다. 집에 돌아온 해용 씨가 지쳐 보이거나, 말이 없으면 먼저 다가와 살핀다는 것이다. 이런 행복이를 해용 씨는 자식보다 더 귀하게 여긴다. 어쩌다 평범한 리트리버 행복이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천재견이 된 것일까?

“개들은 오랜 기간 사람에게 길들여지면서 동기부여 시스템이나 감정적인 시스템에 변화가 있었다.”
- 진화 인류학자 브라이언 헤어 박사 -

병원에서 일하는 근무견(勤務犬), 모리스.
일본 가와사키시의 한 대학병원. 이곳에는 병원에서 일하는 치료 보조견 모리스가 있다. 치료  보조견은 병원에 입원한 환자나 보호자들의 긴장을 덜어주고 의지를 북돋아 주는 역할을 한다. 치료 과정에서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 머리 수술을 하고 병원에서 회복 중인 오카무라 씨는 재활 운동에 대한 의욕이 저하되어 걱정이었다. 평소 그녀가 개를 좋아하는 것을 기억한 담당 간호사는 모리스와 만나볼 것을 제안했다. 제자리에서 일어서기조차 힘든 오카무라 씨지만, 모리스와 만난 후 그녀는 다시금 재활 치료에 대한 의지를 찾기 시작했다.

또 다른 환자 다카노 씨는 10년 넘게 암 투병 중으로, 거동은 물론 호흡하기도 힘든 중증 환자다. 그녀에게 견디기 힘든 통증이 찾아오거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올 때면 모리스를 찾는다. 모리스가 특별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다카노 씨의 병상 옆에 함께 누워있는 것뿐이다. 하지만 다카노 씨는 길어지는 병원 생활로 불안한 마음을 잡아 준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모리스라고 말한다.

23일 일요일 밤 11시 5분에 방송되는 SBS스페셜은 사람과 특별한 관계를 형성하는 개들을 소개하며, 개와 사람의 남다른 유대감의 원인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그리고 개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은 무엇인지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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