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회 SBS 스페셜 대기획/특집
SBS 스페셜
방송일 2013.07.27 (일)
정전 60주년 특집 푸른 눈의 마지막 생존자들 방송일시 : 2013년 7월 27일(토) 밤11시15분 “할아버지들과 저의 소중한 우정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푸른 눈의 젊은 청년들을 우리가 다시 한번 기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가수 이승철 “저를 위대한 영웅처럼 그리는 걸 바라지 않아요. 저는 평범한 사람이고 평범한 한국 사람입니다. 한국인이 한 명 더 생겼다고 생각하세요” - 프랑스 참전용사 레몽 베르나르 ▣ 기획의도 한국전쟁이 중단된 지 올해로 60년째. 여전히 통일의 길은 멀기만 하고 참혹했던 전쟁의 기억은 서서히 잊혀가고 있다. 당시 스무 살 앳된 나이로 전쟁에 참가했던 푸른 눈의 젊은이들이 있었다. 이제는 백발에 주름 가득한 프랑스 참전용사들!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가장 어렸던 병사조차 이제는 팔순이 넘은 고령의 나이다. 한해가 다르게 그 수가 줄어들고 있는 이들은 한국전쟁의 마지막 증언자이기도 하다. 레몽 씨를 비롯해 프랑스 참전용사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해온 가수 이승철 씨가 이들의 육성을 기록하기 위해 전달자로 나섰다. 그는 전쟁을 한 번도 겪지 않은 전후 세대이자, 6·25와 베트남전에 참전한 군인 출신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간직한 한국의 평범한 40대 가장이기도 하다.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에서 이뤄진 프랑스 참전용사들과 이승철의 만남은 물론, 4년째 이어지고 있는 레몽 베르나르 씨와의 각별한 인연을 통해, 세대와 국경을 뛰어넘은 우정과 인류애를 담는다. ▣ 주요 내용 “첫 만남 때부터 서로가 말은 하나도 안 통하는데도 보는 순간 손잡고 서로 뜨거운 눈물을... 한 30분 동안 말없이 울었어요” 가수 이승철과 프랑스 참전용사 레몽 베르나르의 특별한 인연 11집 앨범 준비로 한창 바쁘던 가수 이승철의 집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프랑스인 노부부, 레몽(85세)과 니콜(83세)이 그들이다. 수년전, 신문기사에 난 프랑스 참전용사들에 대한 감사의 선물로 CD를 전달하면서 시작된 이승철과 레몽 할아버지의 국경과 나이를 초월한 우정. 벌써 4년째 한국과 프랑스 양국을 오가며 여러 번 만남을 가져왔지만, 집으로 초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을 위해, 승철은 직접 식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하고, 가족사진 액자들 사이에서는 젊은 시절 레몽의 사진이 눈에 띈다. 이승철 파리로 향하다 매년 6월 25일이면, 프랑스 파리의 퐁마리 지역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한반도 모양의 참전 기념비 앞, 프랑스 참전용사들의 한국전 참전 기념식이 그것이다. 한국전쟁은, 한국에서조차 서서히 잊혀가고 있지만, 이들에게는 결코 잊힌 전쟁이 아니다. 이들의 마지막 육성을 기록하기 위해 파리로 향한 이승철. 그 자신의 아버지도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에 참전한 군인 출신이었다. 파리 근교에 있는 레몽 씨의 집은 작은 박물관을 방불케 할 만큼 한국전쟁 당시의 사진과 자료들로 가득하다. 한국전 참전용사였던 레몽 씨는, 승철에게 60여 년간 보관해온 자료를 보여주면서,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전쟁 당시의 이야기들을 시작한다. 한국을 선택한 푸른 눈의 젊은이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혼자서 5남매를 키우셔야 했어요. 먹고 살기 위해 군에 지원했고 공수부대에 들어가게 됐는데 그때 한국전쟁이 일어난 거죠” - 레몽 베르나르 (85세) “약혼식을 올리고 나서 한 달 뒤에 한국으로 떠난다고 얘기했어요. 무슨 약혼 선물 주듯이 말이죠” - 니콜 베르나르 (83세, 레몽 베르나르 부인) 1950년 10월 25일, 프랑스 참전용사 4백여 명은 마르세유 항에서 미지의 나라 한국으로 떠난다. 자원병이 대부분인 이들 중에는, 스물한 살의 레몽 씨도 있었다. 사랑하는 연인 니콜과 약혼식을 올린 지 불과 한 달 뒤, 한국전에 참전한 레몽 씨. 이전까지 들어보지 못한 한국이라는 나라를 선택한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1.4 후퇴 직후 벌어진 원주 전투와 지평리 전투, 1037고지 전투에 이어 단장의 능선 전투에 이르기까지 맹활약을 펼쳤던 레몽과 전우들. 사진가가 되고 싶었다는 사격수 레몽 씨가 직접 촬영해 간직해온 사진 속에는 그 시절 한국전쟁의 실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추위, 전장의 사투 그리고 한국인 “추운 겨울 산에서 24시간 동안 80kg 나가는 친구의 시체를 계속 끌고 다녀야 했어요” - 레몽 베르나르 (85세) “중공군들은 계속해서 끝도 없이 쳐들어왔어요. 그 순간에 저는 반쯤 미쳐있었죠. 무기도 잃어버리고 땅에 묻히고...” - 피에르 르그리 (80세) 당시 프랑스 대대의 적은 중공군만이 아니었다. 변화무쌍한 날씨와 한겨울의 강추위, 그리고 험난한 산악지형 역시 싸우고 이겨내야 할 적이었다. 한겨울에도 눈 덮인 능선에 참호를 파고 그 속에서 잠을 자야 했다는 레몽 씨는, 절친했던 전우의 시신을 산 밑으로 옮겨야만 했던 참혹했던 기억을 털어놓았다. 아직도 무릎에 한국전쟁 당시의 파편이 박혀있다는 마르셀 드레아노 씨, 산 채로 두 번이나 땅에 파묻힌 기억이 있는 피에르 르그리 씨(당시 프랑스 참전용사 중 가장 어린 나이 18세) 등, 참전용사들은 사선을 넘나들던 기억을 저마다 간직하고 있다. 치열했던 전장에서, 남으로 남으로 끝없이 밀려 내려오던 한국인 피난민들의 모습을 마주하면서 이들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그 참혹한 순간들을 버틸 수 있었던 힘은 과연 무엇인지 알아본다. 이승철, 참전용사에게 바치는 아리랑 가수 이승철이 레몽 부부를 스튜디오로 초대했다. 전쟁 당시, 한국 군인들이 부르던 아리랑을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다는 레몽 씨를 위해, 자신의 연주팀과 함께 편곡한 아리랑을 선사하기로 한 것이다. 60년 전으로 돌아간 듯, 노래를 듣던 레몽 씨는 결국 눈물을 쏟는다. 지평리 전투, 승리의 주역을 만나다 “건강상의 이유로 저는 이제 비행기를 탈 수가 없어요. 너무 아쉬워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한국으로 돌아가 봤으면 참 좋을 텐테... 눈물이 납니다. 그게 인생이죠” – 알렉시 뻬르 (89세) 프랑스 국립보훈병원 ‘앵발리드’에 입원 중인 알렉시 씨(89세). 그는 당시 나이 스물여섯의 병장으로, 인도차이나 전을 거치고 한국으로 온 군인이었다. 발전한 한국에 돌아가 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비행기를 탈 수 없는 그를 위해 이승철이 병문안에 나섰다. 그의 증언을 따르면 지평리 전투 당시, 공격을 준비하던 중공군을 목격한 것은 그와 부대장이었다. 유엔군의 10배가 넘는 병력으로 지평리를 덮친 중공군의 인해전술과, 꽹과리와 나팔 등의 소음을 이용한 기선 제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빛나는 기지를 발휘해 전투에 임했다는 알렉시. 1951년 2월, 바로 이 지평리 전투를 시작으로, 유엔군에 불리하게 진행되던 한국전쟁의 판세는 뒤집힌다. 프랑스 대대의 참전이 한국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리고 한국전쟁이 남긴 것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승철과 레몽의 특별한 여행- 피로 지킨 고지를 찾아서 “힘들었지만 위대했던 60년 전으로 잠시나마 돌아간 기분, 집에 돌아온 듯한 느낌이랄까. 한국에서 치렀던 마지막 전투를 더 잘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 레몽 베르나르 (85세) 레몽 씨는 현재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가 없이는 이동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이승철은 그와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로 계획했다. 그가 참가했던 마지막 전투 현장을 방문하기로 한 것이다. 60년 만에 찾은 격전지에서, 부상을 입었던 장소며 저수지 등 생생한 기억을 끄집어낸 레몽 씨. ‘단장의 능선’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강원도 수리봉 정상에서, 그를 위한 승철의 노래가, 능선 너머 굽이굽이 계곡으로 울려 퍼진다. 레몽 씨는 자신이 죽으면 유해를 한국땅에 뿌려달라고 유언을 남겼다. 젊은 시절 단 1년 4개월의 참혹했던 전쟁의 기억에도, 그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레몽 씨와 부인 니콜 씨의 대화를 통해, 그 심정을 헤아려본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 그리고 사랑 “60년 전 우리 동료가 흘린 피로 지금의 한국이 있어요. 모든 참전용사가 심장에서 한국인임을 느낍니다” - 조르주 라울 (81세) 이 땅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누군가는 살아남았고, 누군가는 목숨을 잃었다. 3천 4백여 명의 프랑스 참전용사 중 269명은 소중한 생명을 잃었고, 부산의 UN기념공원에는 지금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마흔네 명의 프랑스 참전용사들의 유해가 묻혀 있다. 이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전우들의 증언을 들어본다. 정전 60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오늘날의 한국은, 젊은 시절 전우들의 죽음을 목도해가며 싸워야 했던 용사들에게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60여 년 전 그때, 프랑스에서 온 푸른 눈의 젊은이들이 흘린 뜨거운 피는 이 땅에 스며들어 자유를 노래했다. [정전 60주년 특집 푸른 눈의 마지막 생존자들]은 이제 팔순이 넘은 프랑스 참전 용사들의 애틋한 한국 사랑과 가수 이승철의 특별한 교감을 통해 정전 60주년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