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최후의 의병
방송일 2023.11.16 (금)
최후의 의병 - 1954 독도 대첩 때는 1952년, 대구에 사는 박영희 씨의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한 남성이 영희 씨와 결혼을 하겠다고 찾아온 것이다. 그 남성은 바로 24살의 상이군인 홍순칠 씨. 그런데, 영희 씨는 이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순칠 씨와 영희 씨는 지인의 소개로 딱 한 번 만났던 사이였던 것. 영희 씨 부모님이 결혼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장미꽃이 활짝 핀 정원에서 책만 읽게 해주겠다’라는 순칠 씨의 한마디가 영희 씨의 마음을 움직였다. 결국 결혼에 성공한 두 사람. 그런데 결혼식 바로 다음 날, 순칠 씨가 지금 당장 떠나야 한다며 서둘러 짐을 챙긴다. 그렇게 이끌리듯 따라나선 영희 씨가 도착한 곳은 바로 울릉도였다. 당시 영희 씨는 울릉도는커녕, 바다도 본 적 없는 스무 살 새색시였다. 외지인 그 자체였던 영희 씨를 반긴 것은 신혼집인 커다란 이층집 한 채뿐이었다. 찬찬히 집을 살펴보던 영희 씨는 집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1층에만 방이 8개, 2층은 전체가 한 칸으로, 보통의 신혼집 같지 않은 구조였던 것. 게다가, 웬 남자들이 나오더니 순칠 씨를 향해 경례를 붙인다. 그러고는 2층에 모여 회의를 하는 낯선 남자들. 이곳은 대체 어디일까, 그리고 그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일까? 영희 씨가 그들의 정체를 알게 된 건 해가 바뀌고 나서였다. 당시는 6·25 전쟁이 한창이던 때였다. 한반도의 정세가 혼란한 틈을 타, 일본은 대놓고 독도를 넘보기 시작했다.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팻말을 심어놓고, 독도 인근에서 물고기를 잡던 어민들을 위협해서 쫓아내기까지 했던 것. 울릉도에서 나고 자라 독도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순칠 씨는 직접 독도를 지키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뜻을 모은 청년들과 함께 독도의용수비대를 만든 것이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순칠 씨를 필두로 독도로 향한 대원들. 하지만 무인도인 독도에서 지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대원들은 일본뿐만 아니라 추위, 굶주림과도 싸워야 했다. 외롭고 힘겨운 독도에서의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저 멀리 수평선 너머 총과 대포로 무장한 일본의 순시선이 나타난다. 순식간에 독도를 포위한 일본 순시선들. 곧바로 경계 태세에 돌입한 대원들은 숨죽인 채 홍순칠 대장의 사격 개시 신호만을 기다리고 있다. 대원들은 병력도, 무기도 모두 열세였다. 과연 그들은 독도를 무사히 지킬 수 있을 것인가? 가장 치열했던 그날의 전투, 독도를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뭉친 그들의 뜨거운 이야기가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