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방송일 2004.09.04 (일)
그 흔한 구멍가게 하나 없고, 휴대전화도 되지 않는 충북 청원의 한 마을. 바로 이 곳이 경중이네 가족이 마음놓고 머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경중이네는 이렇게 마을 안에서 세상과 등지고 살아가고 있었다. 작은 다래끼처럼 엄마의 눈 옆에 나 있던 종양이 점점 커져서 엄마의 눈, 코, 입, 그리고 귀까지…. 엄마 얼굴의 반을 덮어버렸다. 신경섬유종증이라는 희귀병이었다. 반쪽의 얼굴을 남에게 보일 수 없었던 엄마는 친구들이 학교를 갈 때도, 바깥 세상으로 나갈 때도 집에서 숨어 지내야만 했다. 그 후, 마을 사람의 소개로 결혼을 한 엄마는 아들 경중이를 낳았다. 엄마를 닮지 않기를 바랬지만, 아들은 자라면서 신경섬유종증의 증상으로 척추가 휘어졌고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친구도 없이 혼자 시내를 헤매고 다녀도 집에 있는 것보다는 편하다는 14살 경중이. 그렇게 하루종일 돌아다니다 집에 돌아오면 다시 표정없는 아이가 된다. 방학이라 학교도 가지 않고 친구들과 별다른 약속도 만들지 못해 집에 있어야 하는 날이면, 경중이는 방에서 나오지도 않는다. 엄마에게 말 한 마디 걸지 않고, 눈 마주치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경중이를 보면 엄마는 답답하기만 하다. 경중이가 다니는 학교는 커녕, 읍내 시장에조차 나갈 수 없는 엄마. 얼굴을 덮고 있는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세 차례나 받았지만 아직도 자신이 없다. 경중이를 위해서 당당한 모습이 되고 싶은 엄마는 위험을 무릅쓰고 네 번째 수술을 결정한다. 세상을 향해 조심스레 발을 내딛는 엄마와, 이제는 엄마와 나란히 걷기 위한 경중이의 변화를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