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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방송일 2004.09.18 (일)
◎ 하루 종일... 방 안에서... 혼자 노는 아이

 왁자지껄 학교 가는 동네 아이들의 소리가 잠잠해지고 적막이 감도는 오전
 9시의 골목길. 올해 열 세 살인 지혜는 컴퓨터 채팅에 온통 정신이 빠져있다. 
 컴퓨터 좀 그만 하라는 할머니의 타박에도 못 들은 척이다. 어른들은 모르는
 외계어로 컴퓨터 채팅을 하고, 최신 가요를 흥얼거리는 것이 딱 요즘 아이다. 
 하지만 책상 아래 깁스를 한 가늘고 약한 다리에는 남모르는 13년의 세월이
 묻어있다. 모르는 사람들은 지혜의 다리를 보고 아이들과 뛰어놀다 다친 
 것쯤으로 여기지만 남들에겐 평생 동안 한두 번 있을 골절이 지혜에겐 13년
 동안 계속되었다. 팔, 다리가 부러질 때의 아픔과 공포를 그 누가 알까... 
 의료보험증과 병원카드를 챙겨놓은 작은 손가방이 현관 앞에 걸려있을 정도
 로 늘 마음 졸이며 살아온 세월이었다. 

◎ 골절의 아픔과 두려움으로 살아온 13년의 세월 

 지혜가 앓고 있는 병은 “골형성부전증”으로 신체에 큰 층격이나 특별한 원인
 없이도 쉽게 뼈가 부러지는 희귀병이다. 지혜는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계속된 골절의 아픔과 두려움에 시달렸고 바깥출입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신나게 놀아야 할 나이지만 지혜는 학교 근처에도 가
 본적이 없다. 아빠는 지혜를 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늘 생각뿐이
 었다. 방 안의 얕은 턱에 걸려 넘어져도 뼈가 부러질 정도로 너무나 약했기 
 때문에 천덕꾸러기 아이들의 등살에 다칠까 무서웠고, 혼자서는 제대로 걸을 
 수도 없는 지혜를 매일 업고 다니며 통학시킬 사람도 없었다. 
 지혜에겐 작은 방 안에서 키워온 꿈이 하나 있다. 바로 멋진 가수가 되는 것.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노래하는 것이 지혜의 유일한
 즐거움이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지혜와 가족들에게 ‘바깥세상’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 지혜야, 세상의 문 앞에서 너를 기다릴게... 

다치는 것이 두려워 꿈을 접어야 하는 아이와 세상의 문 앞에서 움츠러든 가족들...
지혜가 두려움 없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세상의 문턱을 낮춰준 따뜻한 이웃
들이 있었다. 그들의 아름다운 여행길에 이 
동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