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방송일 2004.11.13 (일)
“병원에 대해서는 내가 젤 잘 알아요” 이제 열 한 살인 태완이는 지난 10년 동안 병원이 익숙해져 버렸다. 해마다 6개월 이상은 꼭 병원에서 입원생활을 해 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지난 6월 이후 6개월째 입원 중이다. 오랜 항생제 사용으로 인해 생기는 진균(곰팡이균)이 폐와 척추를 거쳐 비장까지 전이되는 위험한 고비를 막 넘겼다. 오른쪽 가슴에 ‘케모포트’를 꽂은 채 밝은 모습으로 앉아있던 태완이는 아주 자세하게 병에 대해 설명해 주었 다. 하지만 아이의 환한 웃음 뒤에는 자신의 병을 이해해 주는 사람 이 없다는 서운함이 묻어있었다. 태완이의 ‘만성육아종’은 국내에 환아 수가 100명도 채 되지 않는 희귀질환이다. 외부 세균을 잡아먹는 역할을 하는 대식세포의 결함 으로 나타나는 선천성면역결핍증의 일종으로 현재로서는 감염부위 에 따른 항생제 치료가 전부이다. 국내 최고 생존연령은 29세. 얼마 전에는 가장 긴 삶의 끈을 잡고 있던 21세 형이 세상을 떠났다. 작은 꿈, 작은 욕심.. 하지만... 태완이의 꿈은 파충류박사다. 작은 벌레들을 좋아하고, 해박한 지식 을 갖고 있지만 작은 감염도 이겨내기 힘든 태완이기에 쉽게 이루어 질 수 있는 꿈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한창 꿈 많은 태완이가 병원에만 있는 것이 안타까운 엄마. 가족이 힘겨운 생활을 꾸리는 것이 자신의 병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태완이를 보면 엄마의 가슴은 더욱 아프다. 한 달에 한 두 번, 외출허락을 받으면 태완이는 학교에 간다. 학교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두 시간 남짓. 하지만 태완이는 한껏 들떠 있다. 제일 궁금한 건 친구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친구들이 입는 옷, 친구들이 요즘 하는 이야기들이다. 친구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 한 삶을 찾고 싶은 태완이의 작은 욕심이다. 이런 태완이에게 엄마와 동생은 세상의 전부다. 온종일 곁에서 태완 이를 돌봐 주는 엄마. 오빠와 얼굴을 마주대고 뺨을 비비며 친구가 되어주는 동생 수연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함께 춤을 추고, 함께 레슬링도 해 보지만... 태완이에게는 어딘지 쓸쓸함이 남는다. 큰 사랑... 태완이의 환한 웃음만큼... 지난 5개월 간 청구된 병원비는 2700만원.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태완이에게 꼭 필요한 약물들은 보험처리도 되지 않기 때문에 엄청 난 비용이 든다. 그 많은 비용을 감당하며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병원 한 번 들르지 못하고 일하는 아빠 덕분이라는 것... 아빠의 보이지 않는 사랑은 태완이 가족에게 가슴 아픈 현실 로 남는다. 태완이의 환한 웃음을 닮은 세상의 환한 사랑을 모으 기 위한 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