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방송일 2005.01.08 (일)
69회 “ 유리소녀에게 찾아온 병, 만성신부전증 ” 작년 여름 만성신부전증 진단을 받은 열세 살 슬기. 갑자기 찾아온 병 때문에 갓 입학한 중학교까지 휴학해야 했다. 병 때문에 시작된 하루 세 차례의 복막투석, 일주일에 세 번씩 맞아야하는 조혈주사, 한 달에 두 번 있는 외래진료.. 이 모든 것들은 슬기 혼자의 몫이다. 병이 아니더라도 부모님 뒷바라지가 꼭 필요한 사춘기 소녀 슬기의 곁엔 부모님이 계시지 않다. 어릴 때부터 바쁜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혼자 자라다시피한 슬기는 그래서 “혼자하기”에 무척 익숙하다. 투병을 시작하기 전에도 그랬고 병과 싸우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슬기는 지금 이모할머니가 운영하는 노인요양시설에서식당일을 하시는 할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한창 친구들과 수다 떨며 지낼 나이에 종일 연세가 많은데다 몸까지 불편하신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함께 지내야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어린 슬기를 야단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때문에 슬기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복막투석을 해야 하는 슬기의 병은 위생적이고 안정적인 환경이 무척 중요하다. “ 멀기만 한 신장이식의 꿈 ” 만성신부전증이라는 슬기의 병은 신장이식으로만 완치가 가능한 병이다. 장기공여자를 기다리려면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고 가능성이 큰 부모님은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여서 슬기는 만성신부전증으로 인한 합병증의 위험에 놓여 있다. “ 슬기가 쌓는 차가운 유리성. 그리고 입양... ” 이처럼 슬기의 투병은 무척 외롭고 슬픈 싸움이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걱정과 도움에 슬기는 유리처럼 차갑고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요즘 들어 부쩍 할머니 앞에서 담담하게 입양을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내는 슬기. 그럴 때마다 부모대신 슬기를 키워온 할머니는 마음의 상처는 커져만 간다. 어디서도 누구에게도 좀처럼 속마음을 이야기 하지 않고 차가운 유리성을 쌓아가고 있는 소녀 슬기에게 따뜻한 희망을 불어넣는 방법을 찾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