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방송일 2005.02.05 (일)
꾸러기 삼총사가 사는 나라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고, 울고,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해하고...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는 꾸러기 삼총사가 사는 나라에 이상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첫째아이 민수가 자주 넘어지고, 걷는 것도 힘들어하기 시작한 것은 네 살이 되던 무렵이었다. 아빠는 아이를 업어서 계단을 올려주고 내려주고 했었다. 그런데 어느 새, 둘째 민규까지 형을 꼭 닮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의심조차 할 수 없었던 엄마, 아빠는 민수가 열 살, 민규가 여덟 살이 되던 지난 해 가을에야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데리고 갔다. 그리고 새해를 맞은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지난 1월 6일. 의사는 ‘듀센형 근이영양증’이라는 낯선 병명을 아빠에게 안겨주었다. 근육병 중에서도 진행속도가 빠른 것이며, 앞으로 1, 2년 안에는 휠체어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도 함께 들었다. 그리고 또... 막내 민석이도 검사를 해 봐야 한다고 했다. 깜깜한 나라, 그 안에 홀로 선 아빠... 순간, 아빠는 엄마를 떠올렸다. 때맞춰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고 시간에 맞춰 학교나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내는 것도 서툰 엄마가, 병 때문에 점점 나빠져 가는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있을지... 그 동안 아이들을 챙기는 것도 야간에 일을 하고 아침에 퇴근해 들어오는 아빠의 몫이었다. 엄마만이라도 아빠를 도와줄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아빠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막다른 곳에 혼자 서 있는 듯 하다. 아빠도 언어장애가 있어 어렸을 적부터 말을 많이 더듬었고, 너무 오랜 시간 동안의 방치로 지금은 말이 막혀버릴 정도가 되었다. 때때로 터지지 않는 말처럼, 아빠의 마음도 오랜 시간 쌓여온 걱정과 한숨으로 꽉 막혀 있다. 꿈과 사랑이 가득한 나라 주위에서 모아진 마음들이 삼총사가 사는 나라에 건네지기 시작했다. 아빠는 사랑하는 엄마를 이해하는 방법을 배울 것이고, 엄마는 사랑하는 아이들을 돌보는 방법을 배울 것이다. 삼총사의 나라에 스며드는 사랑의 온기 속에서, 다시금 싸우고 울고, 화해하면서 살아갈 꾸러기 삼총사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