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방송일 2005.05.29 (월)
“ 영진이와 엄마가 싫어하는 두 가지” 일곱 살 영진이의 가는 팔은 시퍼런 멍투성이다. 하루에도 수차례씩 이어지는 주사 때문이다. 독한 주사를 견디지 못하고 터지고 마는 약한 혈관 때문에 주사시간은 점점 길어만 지고 영진이의 울음소리도 커져간다. 주사 맞을 때마다 자지러지는 영진이를 지켜봐야 하는 엄마는 이 시간이 전쟁과 같다. 영진이가 주사보다 더 무서워하는 것도 있다. 처음 입원을 한 후 2년 동안 여섯 번이나 수술을 받은 영진이. 이제 수술복만 봐도 심한 고통이 되살아나 눈물부터 쏟아진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영진이의 눈물을 닦아주는 엄마의 마음은 그때마다 까맣게 타들어간다. “ 어느 날 갑자기 찾아든 낯선 병 ” 2년 전. 영진이는 심한 두통으로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한 끝에 가성뇌종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뇌압이 올라 심한 두통, 시각. 청각 장애 같은 뇌종양과 비슷한 증상이 오지만 실제로 뇌에는 종양이 없는 병이라고 했다. 이 실체가 없는 병으로 영진이는 작은 몸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두통과 싸우고 있다. 하지만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두통과 싸워야 하는 것도 모자라 영진이는 시력까지 점점 잃어가고 있다. “ 햇빛보다 밝을 그 날을 기다리며 ” 어른도 참기 힘든 두통과의 싸움도 힘이 든데 이제 점점 흐려져 가는 세상과도 싸워야한다. 아직 보고 싶은 게 너무 많이 남아있는데 영진이는 바로 앞에 있는 엄마의 얼굴도 또렷이 볼 수 없다. 마음을 졸이며 그 많은 수술을 견딜 때에는 나으리라는 희망이 있어서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엄마는 어둡고 좁은 방에 갇힌 것만 같다. 매일을 눈물로 사는 엄마와 매일을 아픔 속에 사는 영진이.. 영진이와 엄마에게 햇빛보다 밝은 날이 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