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방송일 2005.10.30 (월)
주한 이야기 “엄마, 내 왼쪽 눈은 언제 들어가는 거예요?” 엄마, 나는 언제 낫는 걸까요. 왼쪽 눈이 들어가긴 하는 걸까요. 어른들은 다래끼 때문이라고 하는데 나는 꼭 속임수같아요. 혹시 나도 모르는 교통사고라도 난 건 아닐까요. 그 고통스러운 수술을 벌써 다섯 번이나 했는데도, 건강 팔찌를 끼고 건강하게 해달라고 아무리 빌어도, 도무지 나아지질 않잖아요. 친구들이 눈탱이 밤탱이라고 놀리는 건 이제 괜찮아요, 참을 수 있어. 그런데 친구들이랑 축구도 하고 싶고 태권도도 배우고 싶단 말이에요. 하고 싶은 건 점점 많아지는데, 내 눈은 언제 낫는 건지… 엄마 말대로 눈이 나을 때까지 얼만큼 기다려야 되는 거예요? 엄마, 나 그냥 밖에서 뛰어놀면 안돼요? 엄마 이야기 “주한아, 바꿀 수만 있다면 내 눈이라도 주고 싶어.” 사랑하는 애기야, 네 눈이 정상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그렇게 해주고 싶어. 엄마는, 눈도 잘 감기지 않는 네가 밖에서 놀다가 혹시라도 다치지는 않았을까 걱정 되서 일이 손에 안 잡혀. 그때 그 다래끼를 바늘로 건드리지만 않았다면, 조금만 더 일찍 너를 병원으로 데려갔다면, 너의 눈이 오른쪽 눈과 같아질 수 있었을까. 축 쳐지고 불툭 튀어나온 너의 눈을 볼 때마다 도대체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네 눈이 이런 걸까. 하늘이 알겠니, 땅이 알겠니. 누가 엄마 심정을 알아줄까. 주한아, 엄마가 뼈가 삭아져도 어떻게 해서라도 신경섬유종이라는 네 병을 뿌리까지 뽑아서 고쳐 줄게. 꼭 고쳐줄게. 신경섬유종으로 인해 슬픈 눈을 가진 열네 살 주한이와 그 눈을 예쁘게 바라보는 단 한 사람, 엄마… 두 사람이 가는 길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 함께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