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방송일 2005.12.11 (월)
수성이의 천천히 걷는 법 [그것은, 너무도 갑작스런 일이었다.] 2004년 6월 21일 새벽 3시. 잠든 줄로만 알았던 아이의 몸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전라북도 임실의 작은 마을. 떠나버린 부모를 대신해 어린 손자를 키우던 할아버지, 할머니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심하게 떨리는 아이의 몸을 가슴으로 끌어안고 날이 밝기만을 기다릴 뿐. 아침이 오고, 도시의 큰 병원을 찾아가면 아이는 곧 괜찮아 질 수 있으리라... 하지만 그 밤을 시작으로, 여덟 살이었던 수성이는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이름조차 기억하기 힘든 낯선 병] 그날 아침, 병원으로 옮겨진 수성이는 오랜 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고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찾았을 땐 이미 시력과 청력에 심각한 이상이 온 후였다. 수술만 하면 다 좋아질 줄 알았는데... 볼 수 없고, 잘 듣지도 못하며, 걸을 수조차 없게 된 손자를 걱정하는 할아버지의 얼굴엔, 깊게 패인 눈물길이 주름살과 함께 자리 잡았다. 수성이의 상태가 나빠진 것이 모두 다 할아버지의 책임인 것 같아서 유명하다는 병원을 쫓아다니기도 수차례. 하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빛을 잃은 수성이에게 선명한 대답은 주지 못했다. 일 년이 지나, 겨우 알게 된 병명은 “멜라스 증후군” 으로 기억하는 것도 힘든 이름이었다. [천천히 걸어가는 길] 현대의학으로 수성이를 고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은 없다고 했다. 다만, 병의 진행을 느리게 해주는 한 움큼의 약을 매끼 먹고 떨어진 신체의 기능을 회복하는 꾸준한 치료를 받는 것이 전부다. 수성이는 언제쯤 이 좋은 세상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과연 언제쯤이면 튼튼한 두 다리로 멀리 보이는 길 위를 뛰어갈 수 있을까? 최선을 다하면 나아지리라는 희망에 그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주 오래 기다려 한발을 내밀고, 그보다 더 오래 기다려 두발을 내딛는다 해도 언젠간 수성이가 걸어줄 그날을 기다리는 수성이네 가족의 이야기에 이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