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방송일 2006.03.12 (월)
형아, 학교 가자 - 형제의 이야기 “형이 점점 아기가 되어가고 있어요.” 세 살, 현수의 늦은 첫걸음은 비틀비틀 위태롭게만 보였다. 일곱 살, 병원에서는 근육이 점점 나빠지는 병이라 했다. 열한 살, 자꾸 넘어지던 현수가 어느 날 일어서지 못했다. 열여덟, 휠체어를 타던 현수는 학교를 더 이상 다니지 못하고 세상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열아홉, 현수가 제대로 쓸 수 있는 것은 이제 손가락뿐이다. 이제 현수가 혼자 할 수 있는 것 아무것도 없다. 밥 먹는 것, 화장실에 가는 것, 심지어 가려운 얼굴을 긁는 것도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다리와 구부정하게 휜 허리의 현수는, 자그마한 방에서 하루 종일 컴퓨터 게임에만 빠져있다. 손가락 하나 만으로 어디든 드나들 수 있고 어느 강적과도 거뜬히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현수의 몸은 점점 아기가 되어 가는데, 동생인 열세 살 현준 또한 작년에 휠체어에 앉은 후 형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 - 부모의 이야기 “아이들이 클수록 희망은 점점 작아지네요.” 듀센형 근이영양증, 하루하루 근육의 힘을 빠지게 만드는 그 병은 두 형제들의 몸뿐만 아니라 부모의 마음마저 약하게 만들었다. 하늘을 향해 쑥쑥 자라나는 또래의 다른 아이들을 볼 때마다 더 이상 서지도 못하고 바닥에 앉아 있는 형제들이 안쓰럽고 또 가여웠다. 치료법이 없어, 아이들을 낫게 할 수는 없지만 몸이 약해지고 굳어가는 속도만이라도 늦추기 위해 형제들을 업고 휠체어에 태워서 학교로 또 병원으로 쉴 새 없이 다니는 엄마다. 하지만 아빠는 사업 실패 후 가족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아이들에 대한 막막한 마음을 그저 술로써 하소연할 뿐이다. 술에 거나하게 취해 집으로 돌아온 아빠는, 형제의 몸이 굳어질수록, 형제의 희망과 용기도 굳어버리는 게 아닌지 안타까워 매번 속마음과는 다른 거친 이야기만 쏟아내고 있다. 현수 & 현준이 가족의 ‘슬픔이 희망이 되는 이야기’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 함께 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