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방송일 2006.05.28 (월)
재희의 다시 부는 휘파람 ◈ 연 출 : 정호영 ◈ 글.구성 : 김수현 “하지만, 난 괜찮아요.” 바다 바람을 한 참이나 쐰 후에야 힘겹게 잡은 망둥어를, 아무런 고민 없이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는 열 살 재희. 그런데 꼬리를 향해 흔들어주는 재희의 오른손은 굽어있고, 저 멀리 망둥어를 바라보는 눈은 작고 잘 떠지지 않는다. 게다가 재희는 “잘 가.”라고 다정히 인사하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다. 휘파람 부는 것처럼 동그랗게 오므려져, 잘 움직여지지 않는 입 때문이다. 태어날 때부터 이런 표정 없는 얼굴과 구부러진 손가락을 가지고 있던 재희지만,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이웃의 도움으로 근처 병원에서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 간단한 수술을 한 것 이외에는, 단 한 번도 큰 병원에 가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빠가 살아서 돌아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엄마와 아빠가 맞벌이를 해도 언제나 넉넉하지 못했던 재희네 살림. 2년 전 아빠가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네 남매를 입히고 먹이는 것은 고스란히 엄마의 몫이 되어버렸다. 매일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식당일을 하는 엄마의 가슴 한 켠에 늘 가시처럼 걸려있는 아픈 아들, 재희. 하지만 당장 하루하루 살아내는 일이 버거워 큰 병원에 한 번 데려가지 못 하고 흘려보낸 세월이 벌써 10년이다. 그렇게 엄마는 이름뿐인 ‘엄마’로서 항상 미안한 심정이다. 비가 뚝뚝 새는 집에서 저녁도 못 챙겨먹었을 네 남매 걱정에, 몸은 식당에 있어도 엄마의 마음은 늘 아이들 곁에 머문다. “내가 훌륭한 사람이 돼서 꼭 엄마를 돕고 싶어요.” 갑작스런 소나기로 부엌에 발목까지 찬 물을 퍼내는 일, 일곱 살 된 여동생에게 라면을 끓여 먹이는 일, 그런 일들엔 고등학생과 중학생인 두 형들보다도 늘 재희가 먼저 불편한 손을 걷어붙인다. 엄마가 밤늦게까지 자신을 위해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 그런 엄마에게 자신이 무엇을 하면 힘이 될 수 있을지, 재희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희의 꿈은 딱 한 가지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엄마를 돕는 사람이 되는 것, 다른 사람을 돕는 착한 사람이 되는 것. 늘 신바람 나는 재희의 하루하루가 꿈을 향해 가는 길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 함께 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