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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방송일 2006.07.23 (월)
마음이 부르는 기적    




◈ 연    출 : 박준신   
◈ 글, 구성 : 김수현

두만강을 건너 이곳에 왔습니다

다 못난 이 어미 탓인가 봅니다.
태어난 지 열 달 무렵 떼어놓고, 젖 한 번 못 물린 아들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얼굴 한 번 제대로 본 적 없는 남녘의 엄마에게,
“어머니, 앓지 마시오.”라고 안부를 전하는 착한 아들이었습니다.
엄마 손길 없이 누나 아래에서 자랐어도
당당히 학급반장 명찰을 달았던 똑똑한 아들이라 했습니다.
그런 아들이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답니다.
조회시간에 학급 대표로 하던 체조는 물론
한 발자국 걷기도 힘들 정도가 되어버렸답니다.
뼈 군데군데가 혹처럼 자라나는 내 아들이 앓는 병을, 
북녘에서는 제일 큰 병원에서도 못 고친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젊은 남자들도 힘들다는 건설 현장 노동일을 시작했습니다.
남쪽으로 아들을 데려오기 위해, 수술을 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게 아들은 누나와 둘이서 두만강을 건너왔습니다.

식물인간이 되어도 살아만 준다면……

10년 만에 남쪽에서 다시 만난 아들은 수술실 앞에서
“다리 수술하면 일 없답니다. 그러니 어머니 울지 마시오.”
의젓하게도, 하염없이 흘리는 엄마의 눈물을 닦아줬습니다.
하지만 못난 이 엄마는 그런 아들 앞에서,
몇 달이 지난 지금도 그저 우는 일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여전히 구부러지지 않는 아들의 다리와
밤낮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통증이, 모두 내 탓인 것만 같습니다.
열두 살, 한참 뛰어다닐 나이지만
아들의 세상 전부는 집이고 아들의 유일한 친구는 장난감입니다.
그렇게 소원하던 롤러스케이트도
발 대신 손으로 바퀴를 미는 것으로 만족해야합니다.
설령 우리 아들의 다리가 지금 보다 더 못 쓰게 되고
식물인간이 된다 해도 살아만 준다면…….
죄 많은 엄마는 감사하며 죽을 때까지 아들을 보살피고 싶습니다. 

희망이 기적이 되길 간절히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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