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방송일 2006.08.20 (월)
주형이의 눈물아, 안녕 ◈ 연 출 : 박준신 ◈ 글, 구성 : 김수현 어쩌면 세상에 이런 병이 있을까요 큰딸이 14세가 되던 해, 귀한 아들 주형이가 태어났습니다. 그토록 기다렸던 아들 소식을 듣고 너무나 기쁜 마음에, 한 걸음에 병원으로 달려갔던 아빠. 그곳에서 온 몸이 붕대로 감겨 있는 아들을 보고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저 닿기만 해도, 살짝 스치기만 해도, 때로 아무 이유도 없이, 물집이 생기는 그 병은 ‘수포성 표피 박리증’ 이라 했습니다. 밤마다 목욕을 하고 날카로운 가위 끝으로 물집들을 터뜨리며 소독한 후, 거즈를 붙이는 전쟁 같은 치료가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5년 째 매일 반복되는 그 고통은, 결코 반겨지지도 익숙해지지도 않은 채 날마다 눈물을 부르고 또 부릅니다. 더 아파할까봐, 꼭 한 번 안아주지도 못했습니다 혹여 부딪혀 상처가 나고 또 물집이 생길세라, 주형이는 한 여름에도 긴소매 옷을 입고, 시원한 샌들 대신 운동화에 양말까지 챙겨 신어야 합니다. 이런 상처투성이를 선뜻 받아주는 곳이 없어 주형이는 어린이집에 다니는 것도,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올해 봄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지만 친구들은 물집이 가득한 주형이의 손이 아직 두렵기만 하고, 주형이는 혹시 상처가 생기지 않을지 걱정돼 한 걸음 물러 서 있습니다. 엄마는 이런 아들이 안쓰러워 꼭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싶지만, 물집이 더 생기지는 않을까 마음껏 품을 내어줄 수도 없습니다. 세상에 뿌려진 눈물과 헤어질 그날이 올까요 하루만 치료를 걸러도 물집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아파하는 주형이. 때문에 공단에서 3교대 근무를 하는 엄마와 아빠는 밤 11시에 퇴근을 해도, 야간 근무라 새벽에 퇴근을 해도, 무너지는 몸을 힘겹게 이끌고 2시간이 넘는 치료를 합니다. 이렇게 하다보면 주형이가 나을 수 있지 않을까, 엉덩이에 생길 물집이나 상처 걱정 없이 마음껏 자전거와 놀이기구를 타고 싶은 주형이의 소원이, 이뤄지는 그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믿음 때문입니다. 엄마의 따뜻한 손길과 아빠의 정성스런 마음이 합해지면 꼭 주형이가 나을 거라고 주문을 걸면서, 오늘도 상처를 어루만집니다. 주형이가 눈물과 작별하는 길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 함께 하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