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방송일 2006.09.17 (월)
열네 살 하원이의 홀로서기 ◈ 연 출 : 박준신 ◈ 글 , 구성 : 조민경 “몸은 다 컸지만, 아기하고 똑같아요.” 올해 어엿한 중학생이 된 열네 살 이하원. 수업이 끝난 후 쉬기에도 짧은 시간이 되면 하원이의 뒤뚱거리고 위태로운 걸음걸이는 바빠진다. 대소변 감각이 없어 열네 살이 된 지금까지 2시간에 한번 씩은 꼭 기저귀를 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특별히 마련해준, 복도 끝 외진 곳. 자물쇠로 아무리 잠가보아도 완전히 숨길 수는 없었다. 간혹 시간을 놓칠 때면 바지가 젖기도 하고, 어떤 날은 대변을 지려 고약한 냄새가 나기도 한다. 몇몇 친구들은 하원이 옆에 앉지 않으려 했고, 또 다른 친구들은 대놓고 놀리기도 했다. 그렇게 수없이 속상한 시간을 견뎌내면서, 훌쩍 키가 크는 동안 하원이의 마음은 한없이 작아진다. 170센티미터의 키에 변성기까지 찾아와 누가보기에도 다 큰 아이지만 마음은 아직 엄마의 손을 놓지 못하는 아기와 같은 하원이다. “가슴에 돌을 얹어놓은 듯 무겁고 아파요.” 척수수막류, 간호사인 엄마조차 생소할 만큼 희귀한 병이었다. 1년 정도밖에 못 살 거라 했던 아들이 힘겹게 버텨주고, 이제 엄마 키를 훨씬 넘어설 만큼 자라줬다. 하지만 아빠는 아들의 장애를 엄마 책임으로 돌리며, 하원이를 종종 때리고 폭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다 감당할 수 없는 큰 빚을 진 아빠는, 결국 집을 나갔다. 그 짐은 고스란히 엄마에게 지워졌다. 밤늦게까지 고되게 일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밑바닥, 그 힘든 생활은 차라리 견딜 수 있는 것이었다. 엄마의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건, 아픈 아들 하원이었다. 전기료조차 내지 못하는 하루하루를 버티며 아무리 애써 봐도, 하원이를 병원에 데려 가는 건 무리였던 것이다. 그 사이 하원이는 배변, 배뇨 장애뿐만 아니라 발목마저 점점 더 비틀어지고 휘어지기 시작했으며 조금씩 거칠고 난폭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한, 하원이의 아픈 몸만으로 가슴이 저린데 마음마저 다쳐가는 것은 아닌지, 엄마의 눈물은 늘어만 간다. 하원이 마음속 아픔의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도록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 함께 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