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방송일 2007.05.27 (월)
[173회] ‘I can do it!'
태상이는 할 수 있다
◈ 방송일자 : 2007년 5월 27일 방송예정
◈ 연 출 : 안민신
◈ 글 / 구성 : 조한아
오늘도 외로운 하루
군 초소를 지나 민통선에서 한참을 들어가면 보이는 외딴 집. 집 안을 들여다보면 작은 인형을 안은 채 잠들어 있는 한 소년이 있습니다. 긴 하루를 혼자서 보내다가 잠든 소년의 표정은 편안한 모습입니다.
2007년 5월. 중학교 2학년인 태상이의 두 번째 수학여행 날입니다. 하지만, 몸이 불편한 태상이는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집에 혼자 남았습니다. 컴퓨터 게임도 해 보고, 책도 읽어 보고, 텔레비전도 봤지만 하루는 왜 이렇게 길기만 할까요. 학교 갈 때를 빼곤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태상이가 마당으로 나가 햇볕을 쬐어 봅니다. 이렇게 조용히 하루가 지나갑니다.
학교를 갔다 왔을 때보다 더 곤히 잠들어 있는 태상이는 혼자 지낸 시간에 많이 지쳤나 봅니다. 그만큼 더 깊은 잠을 자고 있겠죠.
이런 나를 닮아가는 한 사람
오랜만에 간 학교,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지만 한 마디도 건네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남들과 다른 외모 때문에 받은 낯선 시선도 이제는 익숙해 졌지만 아직은 친구들에게 다가서기 쉽지 않습니다.
언제부턴가 내 외모는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발목이 휘어져 걸음 걸이도 불편해 졌고,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한 안검 하수로 눈도 많이 쳐져 있습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웃으면서 사진을 찍어보지 못했고, 거울속으로 내 모습을 지켜 본 적도 없습니다. 나 자신도 감당하기 힘든 모습으로 자신감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나에게 유일한 친구가 되어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수학 경시대회에서 1등을 할 만큼 똑똑한 내 동생 태민이. 하지만, 요즘 들어 태민이의 얼굴에 그늘이 지기 시작합니다. 몸이 안 좋아 학교를 가지 못하는 날이 조금씩 생겨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걸음걸이도 더 불편해 보입니다. 4년 전의 내 모습을 하고 있는 내 동생. 결국엔, 나와 같은 모습을 갖게 될까요... 나처럼 힘든 생활을 하게 되는 걸까요...
너를 위해, 우리를 위해 오늘도 파이팅!
조용하기만 했던 집에 태상이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영어 동시 통역사가 되고 싶다는 태상이는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학교엔 가지 못했지만, 꿈을 위해 힘을 내 보려 합니다. 오늘 체육 수업이 있는 동생 태민이는 이 시간쯤 운동장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친구들과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운동장을 몇 바퀴씩 뛰고, 줄에 걸려 수없이 넘어지면서도 줄넘기를 뛰고 있겠죠. 결국엔 힘에 지쳐 운동장에 주저앉을 것이지만 끝까지 노력하고 있을 것입니다.
나는 너무 쉽게 포기 했습니다. 체육 시간도, 친구들도, 조금씩 어려워지기 시작하면서 포기하고 혼자 지내는 시간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내 동생은 극복하려 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싸움일지 가장 잘 아는 내가 이제 동생을 닮아보려 합니다. 잃어갔던 자신감을 하나씩 되찾기 위해 나는 조금씩 변해 갈 것입니다. 지금보다 더 힘든 싸움이겠지만, 나는 해 낼 것입니다. 나는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변해가는 태상이의 모습. 그리고, 그 모습을 닮아가는 동생 태민이. 서로를 바라보는 형제의 모습에 웃음이 생길 그 날까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에서 동행이 되어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