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방송일 2007.06.17 (월)
176회- 내일을 향해 걸어라 ◈ 방송일자 : 2007년 6월 17일 방송 ◈ 연 출 : 정형면 ◈ 글 / 구성 : 김서경 [ 꿈속에서만 걸을 수 있는 아이들 ] 어젯밤 아빠는 또 꿈을 꾸었습니다. 꿈속에서, 걸어 들어오는 승일이도 보았고 뛰어노는 대일이도 만났습니다. 그러나 꿈에서 깨어나면... 현실에서의 승일이와 대일이는 언제나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조차 없습니다. 돌이 지나도록 걷지 못했다는 승일이와 대일이 형제. 병원에서는‘펠리제우스-메르츠바흐’라는 희귀병이라고 했습니다. 손발이 떨리고 긴장을 하면 머리까지, 온몸이 떨려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 간단한 일 조차 힘겹기만 합니다. 점점 근육이 굳어가고 발목도 안쪽으로 휘어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서지도, 걷지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편한 자세는 엎드리거나 앉아있는 것...동생 대일이는 상태가 더 심해 제대로 앉아있기도 힘들고 10살이 되었지만 아직도 기저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형 승일이는 뭐든지 스스로 해보려고 합니다. 떨리는 손으로 밥을 혼자 먹기도 하고 차가운 화장실에 주저앉아도 혼자 힘으로 끝까지 변기 앞에 서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12살의 나이에도 버겁기만 한 걸음마. 언젠가 꿈속이 아닌 현실에서도 씩씩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는 승일이, 대일이 형제의 바람은 끝내 이루어질 수 없는, 헛된 꿈인 걸까요? [ 내일을 향한 걸음마 ] 변변한 살림살이 하나 없이 고모네 집에서 얹혀살고 있는 가족. 3년 전, 엄마가 가출한 뒤 아빠에게는 일자리를 구할 시간조차 사라졌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세수와 양치질, 식사는 물론 대소변까지 책임지며 승일이와 대일이의 손발이 되어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얼마 전부터 천식, 골다공증, 허리디스크로 몸이 편찮으신 할머니까지 돌보느라 아빠의 한숨과 주름살은 더더욱 깊어졌습니다. 이제 곧 예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승일이, 대일이를 두고 아빠는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걸음마를 연습합니다.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한 걸음, 한 걸음 내일을 향해 내딛어 봅니다. 아직은 힘겹고 막막하기만 한 시간이지만 이렇게 한 발 또 한 발, 희망을 안고 걸어가다 보면 언젠가는 행복한 내일을 만날 수 있다고, 오늘도 아빠는 가슴 속으로 빌어봅니다. 승일이와 대일이의 떨리는 몸과 마음을 밝은 웃음으로 지켜주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이 동행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