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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방송일 2008.01.13 (일)
201회 - 열여덟 살 호균이와 함께 하는 세상 속으로 (가제)
◈ 방송일자 : 2008년 1월 13일 방송예정 
◈ 연     출 : 서현호 
◈ 글 , 구성 : 강소라

[호균아, 네 눈엔 세상이 어떻게 보여?]

“자, 이 손가락이 두 개야, 세 개야? 응? 보이니? 안 보이니?”
“……”
올해 열여덟 살이 된 호균이에겐 이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할아버지는 하루종일 텔레비전 앞에 앉아있는 호균이가 텔레비전이 제대로 보이는 것인지, 아님 소리만을 듣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호균이는 할아버지의 그리고 할머니의 얼굴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그리고 한 달에 한두 번 볼까 싶은 아빠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을까.
눈앞의 사물을 형체만 대략 알아보는 호균이는 혼자 밥을 먹지도,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갈 수가 없다. 그런 손자를 바라볼 때마다 할아버지는 자꾸만 눈물이 난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일 때문에 간혹 집을 비울 때, 호균이는 빈 집에서 무엇을 할까. 목이 말라도 참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화장실에는 혼자 잘 가는지, 할아버지는 집 밖을 나선 순간부터 온통 호균이 걱정에 일손이 잡히질 않는다.
할아버지가 1부터 10까지 숫자를 가르치고, 집 전화번호와 주소를 아무리 알려줘도 호균이는 한 번도 제대로 외우지를 못한다. 한글 역시 마찬가지다. 호균이가 혼자 옷을 입고, 젓가락질을 하고, 이름 석 자를 쓰는 것, 그것이 할아버지에겐 가장 큰 소원이다. 나날이 다리 힘이 없어지고, 기운이 다해가는 걸 느끼면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하루해가 더디 가기만을 바라는데. 오늘 밤도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호균이 걱정으로 쉽사리 잠을 이룰 수가 없다.


[호균이가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호균이의 가슴에는 투석을 하기 위해 만든 인공관이 연결돼 있다. 신장이 좋지 않아 투석을 하기 해야하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세 번씩, 그것도 한 번에 네 시간 가까이 걸리는 혈액투석으로 호균이는 지칠 대로 지쳐있다. 그렇다고 힘들다고 그만 둘 수도 없다. 혈액투석을 하지 않으면 호균이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백내장을 가지고 있던 호균이는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왼쪽 눈은 보이지 않고 오른쪽 눈을 세 차례나 각막이식 수술을 한 끝에 겨우 형체나마 구분하게 된 것이다. 그나마 2시간마다 인공눈물을 넣고, 하루 3번 안약을 넣어줘야 지금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안약 중에는 호균이의 피를 뽑아 만든 귀한 안약이 있다. 그리고 안약을 만들기 위해 혈액채취를 하는 날은 호균이가 세상이 떠나가라 우는 날이기도 하다. 
열여덟 살, 호균이의 키는 129cm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정도의 키지만 몇 년 째, 매일 밤마다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아서 겨우 이만큼 클 수 있었다. 호균이가 온몸에 이토록 많은 상처를 갖게 된 건 바로  로웨 증후군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호균이는 정신지체까지 갖고 있지만 집안에서는 엉뚱한 말로 가족들을 웃게 만드는 재롱둥이다. 
하지만 낯선 사람이 물어보면 단 한 마디도 대답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집에만 있으면서 낯을 심하게 가리게 됐고, 결국 가족 이외의 사람들과는 대화를 하지 않게 된 것이다. 마음속으로는 호균이도 친구를 사귀고, 같이 뛰어 놀고 싶지만 다가가는 법을 모르는 것이다. 
호균이가 세상 사람들과 크게 웃고, 소리 높여 노래할 수 있는 날은 올 수 있을까?
 
호균이와 가족들이 아픔을 딛고 더 넓은 세상 속으로 다가가는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 동행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