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방송일 2008.01.20 (일)
202회- 태현이가 만난 세상 ◈ 방송일자 : 2008년 1월 20일 ◈ 연 출 : 박찬숙 ◈ 글 , 구성 : 조예촌 [이 쪽인지, 저쪽인지 헷갈리네] “정말 종합병원이네요” 태현이네 안방 벽에는 엄마가 TV 시간에 맞춰서 약 때를 적어놓은 메모가 붙어있다. 안대, 안약, 귀약, 역류약, 제산제, 항생제, 영양제 등...이 모든 게 태현이가 하루에 먹거나 넣어야 할 약이다. 폐동맥 고혈압, 척추 측만, 사시, 위식도역류등 많은 질환을 앓고 있는 태현이는 네 살. 태현이가 왜 이런 병들을 앓게 되었는지 너무나도 궁금했던 엄마, 아빠는 백방으로 태현이의 병명을 수소문 했으나 염색체에 조금 이상이 있다는 소견밖에 들을 수 없었다. “태현이 약 먹이자.” 엄마가 약을 준비해오면 아빠는 태현이를 순식간에 눕힌다. 그리곤 꿀꺽. “잠깐! 안약도 넣을 시간이야. 이 쪽인가? 이 쪽인가? 헷갈리네...”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는 태현이네 일상이다. 엄마, 아빠가 허둥댈 만큼 많은 약이지만 약에 익숙해진 태현이는 이제 울지도 않는다. 요즘 가장 큰 문제는 이유식이다. 태현이는 4살인데도 할 수 있는 말이 엄마, 아빠뿐이다. 기저귀는 늘 차고 있어야 하고 아직 젖병도 떼지 못했다. 밥알을 한 톨만 넣어줘도 속에 있는 걸 다 토해내고 집이 떠나갈 듯 우는 태현이. 이제 네 살인데...건강해지려면 얼른 밥을 먹어야 하는데...엄마, 아빠는 하루하루 지날수록 조급해진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저희는 태현이마저 없으면 못 살아요...” 태현이 엄마에게는 보물 1호가 있다. 그건 바로 서랍장위에 놓인 학이 가득한 유리병이다. 엄마는 사실 첫 아이 선화를 임신했을 때 건강하고 예쁜 아이를 낳고 싶어 손끝이 닳도록 학을 접었다. 장애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온 엄마에게 아이는 그동안의 외로움을 위로해 줄 유일한 희망이었으므로. 그리고 선화가 태어났을 때, 엄마는 잠깐 동안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믿었다. 그러나 태어나고 얼마 안 되어 선화는 장애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다시 갑작스러운 임신... 이번에는 부디 건강한 아이이기를...하지만 하나님께 드린 기도가 무색하게 태현이 역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또 한번 무너졌지만 부부는 아이들을 보며 다시 힘을 냈다. 안면장애를 가진 선화가 부부에겐 세상에서 가장 예쁜 딸이었고, 원인모르는 병을 앓고 있는 태현이 또한 기쁨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화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아무도 원인을 알 수 없다고 했다. 오랜 시간 울고 또 울어봐도 떠난 선화는 돌아오지 않는다. 이제 남은 것은 오직 태현이 뿐이다. [태현이 돌보기는 아빠의 몫] 아침 일곱 시. 태현이가 일어날 시간이다. 아빠는 졸린 눈을 비비며 태현이의 분유를 타서 물리고 밖으로 나가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그 사이 이불을 주섬주섬 개 놓은 엄마. 배가 고프다는 아빠의 말에 천천히 부엌으로 간다. 오후 세 시. 아빠는 일이 있어 읍내에 간다. 뜨개질에 열중해 있는 엄마와 심심한 태현이. 태현이는 혼자 놀다가 현관으로 기어간다. 한편, 아빠는 엄마가 불안하다.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엄마는 집에 아빠가 없으면 난방을 못 해서 차가운 방에서 떨고 있고, 기저귀 갈아줄 시간도 자꾸 잊어버린다. 게다가 엄마가 선화를 떠나보내고 난 뒤로 부쩍 더 우울해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서둘러 집에 들어오다 태현이를 발견한 아빠. 잔소리를 하지만 엄마는 그제서야 정신이 든 표정이다. 엄마가 안쓰러우면서도 혼자 태현이를 돌보는 것이 점점 힘에 부치는 아빠다. [웃어서 행복한 가족] 선화의 갑작스러운 죽음, 태현이의 수많은 질환들, 몸이 불편한 엄마, 아빠. 보통 사람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아픔을 겪었음에도 태현이를 위해 차분히 조끼를 뜨는 엄마의 정성스런 손길에서, 태현이를 바라보는 아빠의 사랑스러운 눈빛에서, 세상에서 제일 환한 미소로 화답하는 태현이의 작은 얼굴에서 이미 희망은 시작되고 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태현이의 미소와 엄마, 아빠의 마지막 희망을 지켜주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 동행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