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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방송일 2008.04.20 (일)
210회- 진호를 놓지 마세요
◈ 방송일자 : 2008년 4월 20일 방송
◈ 연    출 : 서주환
◈ 글 / 구성  : 김수현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
  ‘삼촌, 삼촌’ 참아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 될 것 같다. 하루에도 수 십 차례 허리 통증이 심해 삼촌에게 자세를 바꿔달라고 부탁을 해야만 하는 나는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휘어진 허리 때문에 학교에서도 친구들에게 몇 번씩이나 고꾸라진 나의 몸을 세워달라고 부탁을 해야 하고 그렇게 7, 8시간 휠체어에 앉아 수업을 듣고 집으로 오면 나는 파김치가 된다. 고등학교는 무사히 졸업을 하고 싶지만.. 계속 학교를 다닐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요즘 들어 휠체어를 너무 오래 탔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처음부터 휠체어가 내 오랜 친구가 될지는 몰랐다. 어렸을 적에도 계단을 올라가려면 옆에 난간을 붙잡기는 했었지만 또래 친구들과 같이 건강한 모습으로 초등학교 문턱을 밟았었는데.. 3학년 겨울 갑자기 주저앉아 아무런 준비 없이, 예고 없이 더 이상 홀로 일어 설 수 없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그 당시 어렸을 때라 정확하게 병명을 기억할 순 없지만 병원에서는 치료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었던 것 같다. 그 후로 나는 일상생활의 세세한 모든 것을 외삼촌의 도움을 받아 해 오고 있다. 스스로 손과 발을 움직이고 몸을 일으키고 눕는 일상. 남들에게는 너무나 당연시 되어 고민거리조차 되지 못하는 몸짓들이 내게는 평생을 가지고 가야 하는 가장 어렵고 힘든 숙제가 되어있다. 


7년 만에 다시 병원으로 향한 나. 그 곳에서 근이영양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근육에 근력이 저하되며 거의 모든 근육이 야위고 쇠약해져 가는 병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휘어진 척추를 바로 세우는 수술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 수술 후, 다시 일어 설 수 있을 거라는 희망 섞인 말을 들을 수 있을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며 살아 갈 수 있을까? 기대를 품어 본다.   
 
[ 내 가족은...]
나는 두 살 터울 남동생과 함께 외가에서 생활하고 있다. 동생은 나와 다르게 성격도 활달하고 남한테 부탁도 잘하는 넉살 좋은 녀석이다. 중학교 때는 함께 학교를 다녀 삼촌 대신 동생이 나를 많이 챙겨 봐 주었었다. 지금도 삼촌 다음으로 나를 제일 잘 아는 녀석이다. 내가 동생과 외가에 살게 된 이유는 뚜렷한 기억이 남아있는 건 아니지만 오래 전 이름 모를 병으로 쓰러져 몸이 불편한 아빠가 집을 떠나 본가로 간 후 소식이 끊겼고, 그 후 어려운 가정형편에 홀로 가계를 책임져야 했던 엄마는 우리를 외가에 맡기고 다른 도시에서 식당 보조원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그리고 옆에서 내 손발이 되어주는 외삼촌과 함께 반 지하방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어릴 때 백혈병을 앓았던 삼촌도 초고도 비만에 시달리고 있고, 노환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까지.. 나는 빨리 이 고통에서 벗어나 하루하루 희망을 꿈꾸며 살아가고 싶다고 누군가에게 외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