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방송일 2008.06.01 (일)
216회- ‘윤형이의 홀로걷기’ ◈ 방송일자 : 2008년 6월 1일 방송 ◈ 연 출 : 정호영 ◈ 글 / 구성 :양희정 [윤형이의 비밀] “다른 애들은 엄마 손 안대잖아.”, “다른 애들도 다 엄마들이 해주거든?” 오늘도 윤형이의 하루는 엄마와의 실랑이로 시작된다. 몸이 불편한 아이가 걱정되어 씻는 것부터 옷 입는 것까지 신경을 쓰는 엄마와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윤형이는 부쩍 다투는 일이 잦아졌다. “애기 취급 하지 말라니까.” 윤형이는 자신을 여전히 서너살 먹은 꼬마 아이 대하듯 하는 엄마가 못 마땅한 눈치다. 아침부터 엄마와 다투고 방으로 들어가 버린 윤형이는 금새 사이버 공간에 빠져 있다. 또래 아이들이라면 하나씩들 가지고 있는 홈페이지. 윤형이는 친구, 형들과 안부를 묻고 대화를 나누며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한다. 그 때, 휴대폰 벨이 울리고 동시에 윤형이가 벌떡 일어난다. 불편한 발로 쿵, 쿵 걸어 거실에 놓인 휴대폰을 낚아채듯 집는 윤형이. 그런 윤형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에 서운함이 스친다. 윤형이는 언제부터인지 엄마의 도움 없이 혼자 무언가를 하고 싶어 했다. 자연스럽게 엄마가 모르는 윤형이의 세계가 생겼고 비밀도 많아졌다. 엄마는 몸이 아픈 윤형이가 자신의 손길 없이 혼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갑자기 찾아온 이 모든 변화가 낯설게만 느껴질 뿐이다. 이렇게 엄마와 윤형이가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져 가고 있다. 윤형이의 굳게 닫힌 방문, 그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는 무엇일까. 엄마는 그 열쇠를 찾을 수 있을까. [세상의 시선에 당당히 맞서다] 윤형이의 걸음은 위태롭다. 태어날 때부터 골덴하르 증후군이라는 병을 앓았던 윤형이의 한 쪽 다리는 안쪽으로 완전히 휘어있다. 그래도 윤형이는 당당하다. 걷다가 여의치 않으면 뛰기까지 한다. 삼삼오오 모여 길을 가던 또래 친구들이 윤형이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본다. 윤형이는 아무렇지 않은데, 윤형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오히려 윤형이를 작아지게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윤형이는 말한다. “그건 사람들이 장애인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이에요.” 자기 자신이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열여섯 소년, 그래서 윤형이의 걸음은 조금 위태로울지라도 씩씩하고 당차다. [윤형이의 마음을 흔든 아름다운 멜로디] 윤형이가 요즘 푹 빠진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피아노 연주. 곱고 아름다운 피아노의 음색이 윤형이의 얼어있던 마음까지 녹여버린 것이다. 배우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포부는 피아니스트 못지않다. 집에서도 틈만 나면 이론 공부를 하고 컴퓨터로 다른 사람의 연주를 듣는다. 그런 윤형이가 군포시의 한 공연장에서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바로 재즈 피아니스트 진보라와의 만남으로,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피아노 연주도 할 수 있었다. 진보라처럼 멋진 연주가 하고 싶냐는 엄마의 물음에 윤형이는 대답했다. “진보라 누나랑 똑같이 하고 싶지는 않아요. 난 좀 다르게 할 거에요.” 당돌한 열여섯 소년, 윤형이의 꿈은 우리들의 생각과 기대보다도 훨씬 컸다. 그리고 이제 윤형이는 한 걸음, 한 걸음 그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꿈꾸는 소년 윤형이와 엄마가 세상의 시선을 이겨내고 계속해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 동행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