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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방송일 2008.07.20 (일)
223회- ‘내 얼굴’
◈ 방송일자 : 2008년 7월 20일 방송
◈ 연    출 : 이상하
◈ 글, 구성 : 김수현


[내 별명은 ‘마귀할멈’입니다]
나는 아홉 살입니다. 내가 친구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5살 때부터 ‘진행성 반 안면 위축증’이라는 병에 걸려서 왼쪽 볼이 조금 패여 있다는 것뿐입니다. 나는 얼굴이 조금 아플 뿐, 땅따먹기도 할 수 있고, 숨바꼭질도 할 수 있고 그네도 높게 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나와 놀아주지 않습니다. 나를 처음 보는 아이들은 나를 해골바가지, 마귀할멈이라고 놀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는 놀아도 항상 집 앞 놀이터에서만 놉니다. 함께 놀지는 못해도, 놀리는 아이들이 적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신나게 그네를 타고 집에 가고 나면 벤치에 앉아있던 나는 재빨리 그네를 차지합니다. 힘껏 발을 굴러 높이 올라가보지만, 혼자 타는 그네는 금새 시들해집니다. 이제는 내 차지가 된 미끄럼틀과 철봉에 차례로 올라 보지만 아까 본 것만큼 신나지 않습니다. 
 나는 오늘도 하루 종일 혼자입니다.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
내가 집에 돌아와도 오빠는 계속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습니다. 내가 가서 말을 걸어도 엉뚱한 대답만 할 뿐입니다. 엄마 말로는 발달장애가 있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그것보다 나는 나와 놀아주지 않는 오빠가 미울 뿐입니다. 
 거실로 나와 한참을 혼자 놀고 있으면 저녁을 먹을 시간입니다. 힘이 없어 아무것도 먹기가 싫은데 할머니는 내가 밥을 잘 먹지 않는다고 잔소리를 하십니다. 그렇게 억지로 밥을 먹고 있으면 공장 일을 마치고 엄마가 돌아옵니다. 
 그런데 엄마는 집에 오자마자 바쁩니다. 오늘 종일 너무 심심했노라고, 놀아주는 사람이 없어 외로웠다고 다 털어놓고 싶은데 지친 얼굴로 밀린 집안일을 하는 엄마에게 나는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합니다. 
 엄마도, 할머니도, 오빠도 모두 바빠 보입니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잠자리에 듭니다.





[내가 그리는 세상]
내 꿈은 화가입니다. 그림을 그리고 무언가를 만들 때만큼은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미 거실 벽면을 가득 채운 그림과 종이접기 작품들을 보면서 나는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나는 언젠가 그림을 잘 그릴 수 있게 되면 꼭 그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모두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나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은이가 꿈꾸는 세상으로 이 동행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