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방송일 2009.12.01 (화)
279회 - 주민이를 사랑하는 방법 ◈ 방송일자 : 2009년 12월 1일 방송 ◈ 연 출 : 이상하 ◈ 글, 구성 : 이반석 엄마가 주민이를 만나기 한 달 전의 일이었다. 뱃속에 잉태된 새 생명을 아홉 달 동안 고이고이 품고 있었다. 이제 한 달 후면 기다리던 첫 아이를 만나게 되리라는 생각에 엄마의 마음이 한없이 부풀어 있을 그때... 예기치 못한 병이 찾아왔다. 엄마의 뇌혈관이 터지기 직전까지 부풀어 있었던 것이다. 뱃속의 주민이는 몸무게가 2킬로그램이 채 되지 않은 미숙아였지만 산모와 아이가 모두 위험한 상황이었기에 급하게 수술이 결정되었다. 주민이는 태어날 준비를 미처 끝내지 못한 채 제왕절개술로 세상의 빛을 보았고, 엄마는 갓 태어난 아이를 안아보지도 못한 채 다시 한 번 수술대 위에 올라야 했다. 다행히 두 생명 모두 무사할 수 있었지만, 엄마가 수술을 끝내고 눈을 떴을 때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출혈 후유증으로 왼쪽 팔다리가 마비되었고, 오른쪽 눈의 시력까지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엄마가 목숨을 걸고 낳은 딸 주민이마저... 볼 수 없고 걸을 수 없는 장애를 안게 된 것이다. 안아줄 수 없어서 미안해. 한 손으로 살림을 해야 하는 엄마는 남들보다 이른 아침을 맞는다. 한 가지 일을 해도 보통의 엄마들보다 두 배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보지도, 말하지도, 걷지도 못하는 주민이를 매일같이 먹이고 입히고 씻기는 일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져만 간다. 주민이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 가지만, 한쪽 몸을 무리하게 써야 하는 엄마의 건강은 점점 쇠약해져 가기 때문이다. 엄마는 하루 하루 커져가는 미안함으로 주민이를 기른다. 좁고 남루한 집에서 추위와 싸우며 살아야 하는 것에, 좋은 병원에 가서 제대로 된 치료를 해주지 못하는 것에, 태어난 그 날부터 지금까지 두 팔로 꼭 끌어안아 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이다. 주민이를 사랑하는 방법 10년 전, 수술대에 올랐던 그날 이후 엄마의 삶은 감당할 수 없는 어둠으로 채워졌다. 어느 날 갑자기 마비되어 버린 몸, 못난 엄마 때문에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딸, 그리고 3년 전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둘째 아이에 대한 아픔까지... 지워낼 수도 견뎌낼 수도 없는 상처들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엄마에게는 끝내 저버릴 수 없는 빛이 있었다. 품속에서 환하게 웃어주는 주민이었다. 몸이 불편한 엄마가, 볼 수도 걸을 수도 없는 주민이와 단 둘이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주는 아이가 있기에 엄마는 오늘도 힘을 낸다. 평생을 바쳐 주민이의 눈과 손발이 되어 주는 것. 어떤 일이 있어도 삶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엄마가 주민이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는 것 외에는 기댈 곳이 없었던 주민이와 엄마에게 이 든든한 안식처를 찾아주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