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4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방송일 2011.06.20 (화)
344회 - 선영이와 할머니의 행복한 시간 ◈ 방송일자 : 2011년 6월 20일 방송 ◈ 연 출 : 이상하 ◈ 글, 구성 : 전희영 ■ 꿈이 없는 아이, 선영이 태어나서 열 살이 되는 동안 사진으로만 봐왔던 엄마. 선영이가 네 살 되던 해 집을 나가버린 아빠. 그렇게 혼자 남겨진 선영이에게 주름진 할머니의 손길이 닿았다. 그 온기로 선영이는 십년을 자랐다. 어린 선영이를 유모차에 태워 그늘에 세워두고 논일을 하고, 좋은 음식이라도 생기면 할머니 보다는 선영이 입에 먼저 먹였다. 하지만 아빠와 엄마의 사랑을 채우기에 할머니는 이미 병들고 지쳐 있었다. 힘들어하는 할머니 곁에서 삶의 무기력함을 너무 빨리 배워버린 선영이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마저 잃어가고 있는데... 어른이 되면 할머니처럼 하루 종일 힘들게 일을 해야 할 것만 같은데, 왜 사람들은 선영이에게 자꾸 어른이 되면 뭐가 되고 싶으냐고 묻는지, 선영이는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굳이 어른이 되어야 하는 걸까? ■ 할머니가 살아가는 이유 수돗가에서 손빨래를 하고 일어서는 할머니의 허리가 인사를 하는 듯 90도로 굽어있다. 할머니의 허리만큼 낮은 빨랫줄 사이로 힘겹게 젖은 빨래를 널고 있는 할머니의 뒷모습이 안타깝게 보인다. 허리를 제대로 펼 수 없을 만큼 할머니를 짓누르고 있던 지난 시간들.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남편과 함께 부지런히 모았던 재산은 큰아들인 선영이 아빠가 하루아침에 탕진하고 말았다. 그리고 차례로 집을 나가 버린 선영이의 엄마 아빠. 모두 떠나버린 집에 남아서 어린 선영이를 돌봐온 할머니는 행여나 다른 사람에게 미움 받는 아이로 크지는 않을까, 먹는 것, 입는 것 하나라도 더 신경 쓰고 예의범절을 가르쳐 왔다. 아직도 선영이에게 일러 줄 것들은 수없이 많은데 할머니에게 남아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가 않다. 선영이가 중학생이 될 때까지 사는 것. 그것이 할머니의 유일한 바람이다. ■ 혼자 남을 선영이를 위해 할머니의 시선이 선영이에게 멈춰있다. 조심조심 냄비를 들어서 가스레인지에 올리는 선영이. 할머니에게 이것저것 물어가며 밥을 한다. 밥 뜸이 드는 사이에 프라이팬을 달구어 달걀 프라이도 시도해 본다. 아직은 위태위태하지만 꽤 오랜 시간 연습한 노력이 느껴진다. 그런데, 요리하는 게 재미있다는 선영이를 보는 할머니의 마음은 마냥 좋지만은 않다. 골다공증으로 굽은 허리 때문에 소화가 어려운건 차라리 괜찮은데, 요즘 들어 심장에 문제가 생겨 숨 쉬는 것도 자꾸만 힘들어지는 할머니. 하지만 자신의 몸보다는 혼자 남게 될 선영이가 자꾸만 걱정이 된다. 이 세상에 단 둘, 서로를 의지해 10년을 살아온 선영이와 할머니를 위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을 떠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