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9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방송일 2011.10.17 (화)
359회 - 달려라, 달팽이 ◈ 방송일자 : 2011년 10월 17일 방송 ◈ 연 출 : 이평수 ◈ 글, 구성 : 조민경 “내 아들은 달팽이 같아요. 느리지만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잖아요” ■ 달팽이 대호의 한 걸음 전진 손가락으로 두 눈을 꾹 누른 채 크레파스를 들고 보는 대호... 파란색, 빨간색, 제일 좋아하는 보라색까지 대호는 구별해낸다. 생후 4개월이 되도록 엄마 아빠와 눈을 맞추지 못했던 대호는 당시 아무것도 볼 수 없을 거라는 진단을 받았다. 할 수만 있다면 엄마와 아빠의 눈이라도 하나씩 떼어주고 싶었지만, 수술로 회복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말에 엄마 아빠는 망연자실했다. 그러나 지난 9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호는 나름의 방법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걷다가도 장애물이 나오면 피했고, 전등이 켜지고 꺼지는 걸 알게 됐고, 손바닥만큼 커다란 글씨도 읽게 됐다.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가는 대호를 보면 엄마는 시력이 다시 좋아진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 대호에게 늘 양보만 해야 하는 형, 강호 컴퓨터로 동요듣기를 좋아하는 대호는 늘 집안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음악을 틀어놓는다. 대호 때문에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을 양보할 수밖에 없는 형 강호...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강호는 엄마 아빠 곁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다. 어쩌다 엄마 팔이라도 베고 잘라치면 대호가 당연한 듯 형을 밀쳐내고 엄마의 팔을 차지한다. 두 살 터울의 형, 강호가 기억할 수 있는 모든 순간에 엄마는 늘 대호와 막내 진아의 차지였다. 그래서인지 열한 살이나 됐지만, 강호는 수시로 엄마에게 사랑하느냐고 묻곤 한다. 바쁜 엄마 아빠를 대신해 동생들을 잘 돌보는 의젓한 형 같은 강호... 그런 강호의 마음속에 말하지 못하는 외로움이 쌓여가는 건 아닌지 엄마는 걱정이다. ■ 대호를 위한 갈림길에 서서 올해 아홉 살이 되어서야 초등학교에 입학한 대호... 현재 대호는 집에서 가까운 특수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러나, 대호가 다니는 학교는 지적장애 전문 특수학교라 대호에게 교육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 시각을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는 대호에게는 문자가 아닌 점자 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생활 전반에 걸쳐서도 시각장애에 초점이 맞춰진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가까운 맹학교라고 해도 왕복 두 시간이 넘는 거리여서 대호가 맹학교에 다니려면 기숙사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평소에도 학교에 갈 때 말고는 엄마와 잘 떨어지지 않으려는 대호... 아직 마냥 어린 것 같은 아들을 혼자 떼어놓기에 엄마도 마음의 준비가 덜 된 상태다. 하지만, 대호의 미래를 생각하면 언제까지 대호의 교육을 미룰 수만도 없어 엄마는 고민인데... 엄마 아빠의 달팽이 대호가 씩씩하게, 보다 멀리 달려갈 수 있도록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 함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