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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 최후의 툰드라

최후의 툰드라

방송일 2010.12.05 (월)
SBS 창사 2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최후의 툰드라 - 4부 샤먼의 땅
방송날짜 : 2010년 12월 5일(일) 밤 11시 00분
연출 : 김종일 / 조연출 : 류영우 / 글·구성 : 홍정아 / 보조작가 : 서한울 / 내레이션 : 고현정





툰드라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 샤먼!
“툰드라를 지키는 강한 샤먼들이 있었습니다. 잃어버린 순록을 찾아주고, 여자들의 출산을 
도왔죠. 그들은 자신을 칼로 찌르면서 다른 사람들을 치료해줬습니다.”

영구동토의 땅, 툰드라. 수 만년동안 그 땅에 터를 잡고 살아왔지만, 자연은 늘 인간에게 혹독하고 매서웠다. 극한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은 강력한 리더가 필요했다. 바로 샤먼이었다. 드넓은 대지 위에서 잃어버린 순록을 찾아주고, 병 든 사람을 고쳐주던 샤먼! 자연과 소통하고 그 자연을 다스릴 수 있던 샤먼은 툰드라 사람들에게 생존과 직결된 존재였다.


소비에트 혁명, 샤먼을 말살하다
“제 친할아버지는 샤먼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총살당했습니다. 샤먼의 싹을 잘라내기 위해서였죠.”

20세기 초, 시베리아의 모든 지역이 소비에트 혁명으로 변화의 소용돌이를 겪던 시절. 사회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한 종교 탄압이 시작되었다. 샤먼은 가장 먼저 탄압의 대상이 되어 그 대부분이 총살당하거나 불태워졌고, 살아남은 자들 역시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그 이후 수십 년간, 툰드라에서 샤먼은 자취를 감추었고 이제는 그 후손들의 흔적조차 찾기 어렵게 되었는데.. 샤먼은 정말 모두 사라진 것일까?

샤먼의 손자, 이고르
“의사도 포기했던 사람들이 할아버지를 만나, 모두 건강해져 돌아갔죠. 저도 언젠가 할아버지를 이어 훌륭한 샤먼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시베리아 최북단에 있는 타이미르 반도. 그곳에 시베리아 소수 민족 중 가장 용맹했던 응가나산 족이 살고 있다. 특히 민족 최고의 샤먼이자 툰드라 최고의 샤먼으로 꼽히는 ‘카스쪼르킨 형제’ 그들의 샤먼 능력은 집안 혈통으로 대대로 대물림되어, 그 위엄과 영험함이 샤머니즘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 지금까지 전설로 남아있다. 실제로 1970년대 촬영된 영상에서, 형제는 신과 접신하고, 화살로 자신의 몸을 찔러 넣는 의식을 통해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대를 이어 샤먼이 되어 있을 손자 ‘이고르’를 찾았다. 러시아 식 정규 교육도 거부한 채 샤먼의 대를 잇기 위해 할아버지에게 샤먼 교육을 받았다고 알려진 ‘이고르’ 두 달여를 만난 기다린 끝에 우리는 어렵게 그를 만날 수 있었는데.. 그는 과연 현존하는 최고의 샤먼이 되어 있을까? 신과 접신하는 그의 의식은 어떤 모습일까?

21세기, 샤먼을 찾아 떠난 200일간의 여정! 
시베리아 최북단 타이미르 반도에서 브리야트, 투바 공화국에 이르는 2,700km 대장정!

“샤먼이 없다면 자연은 더는 인간을 도와줄 수 없고, 결국 인간은 죽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샤머니즘은 정말 원주민들이 믿던 미신에 불과한 것일까? 그 해답을 구하기 위해 툰드라를 가로지르는 2,700km의 대장정에 나선 제작진! 과연, 21세기 샤먼들은 현재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 세계 최초, 샤머니즘을 국교로 삼은 투바 공화국의 샤먼
1991년 소비에트 해체 후, 그 어느 지역보다 샤머니즘 부활에 앞장서고 있는 투바 공화국! 우리의 무속인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지만, 투바의 샤먼들은 국가에서 발급한 정식 자격증을 가지고 활동한다. 수도 키질 시내에 있는 9개의 샤먼 협회와 센터에는 인생 상담과 질병 치료를 위해 샤먼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는데..

- 샤머니즘을 정식 종교의 하나로 인정한, 브리야트 공화국의 샤먼
매년 여름, 브리야트 바이칼 호수의 ‘알혼섬’에는 신을 부르는 샤먼들의 목소리와 그들이 두드리는 북소리로 가득 찬다. 현재 브리야트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샤먼 단체 ‘텡게리네’의 주최로 열리는 ‘타일라 간’ 축제 현장이다. 축제에 참여한 수십 명의 샤먼은 동시 다발적으로 혼수상태에 들어가 저마다의 신과 이야기하는 놀라운 광경을 선보인다! 
한편, 우리는 샤먼 몰살 이후, 비밀스럽게 유지되며 외부에 전혀 공개되지 않았던 서 브리야트 샤먼들의 의식을 세계 최초로 카메라에 담는 데 성공했다. 검은 양을 제물로 바치며 가족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서 브리야트 인들이 평생 한 번 치른다는 그들의 비밀스러운 의식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200일간의 긴 여정 속에서 우리가 만난 샤먼들의 놀라운 이야기들.. 신화와 현실을 넘나드는 그들의 삶을 공개한다!
소비에트 시절, 응가나산 족은 마을에 강제로 정착했고, ‘카스쪼르킨 형제’는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 이후, 그들의 삶은 통째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우리가 찾은 타이미르 반도는 러시아의 어느 황량한 도시와 다를 바 없었다. 필요할 때만 순록을 잡고, 영혼을 위로해주던 전통은 사라진 지 오래. 순록 공장이 들어서면서 공장에 납품할 순록을 대량 살상하는 전문 순록 사냥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을 뿐이었다. 툰드라를 호령하던 응가나산 족의 땅은 공장지대로 변해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이제 이들에게 샤머니즘은 나이 많은 노인들이나 기억하는 오래되고 낡은 구식이 되어 버렸다. 샤먼이 사라지면서, 한 민족의 역사와 문화가 함께 무너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