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4.07.31 (토)
임신이라는 말에 연락을 끊어버린 남자친구, 손잡아 줄 사람 하나 없이 쓸쓸히 겪어야 하는 출산의 고통, 자기가 낳은 아이를 충격 속에 감추어야 하는 현실 등, 감당하기에 너무나 가혹한 이런 일이 우리 청소년들에게 벌어지고 있다. 스무살도 채 되지 않는 어린 엄마들은 공포 속에서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현실에 절망하고, 자식을 버린 비정한 엄마가 된다. 변변한 성교육도 한번 받지 못하고 출산하기까지의 과정을 충격으로 받아들인 엄마는 인생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사회의 밑바닥으로 추락하고 만다. 절대 이들만의 책임이라고 할 수 없는 이 아픔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최근 4, 5월에 몇 건의 영아살해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는데, 이는 청소년들 이 방학기간인 7, 8월에 충동적인 성관계를 통해 임신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이 이미 각종 음란물을 통해 성행위에 대해 알고 있지만, 피임이나 임신은 걱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받는 성교육이 정자와 난자의 모양과 역할을 설명해 주거나 순결교육을 하는데 그치고 있는 등 실제 아이들의 상황이나 수준에 맞는 성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미혼모만 있지 미혼부는 없다. 미혼부에게 가해지는 법적 책임은 물론이고, 그들에게 도덕적인 책임조차 묻지 않는다. 임신을 하면 당연히 미혼모 혼자 모든 짐을 떠맡게 되고 미혼부는 자기 아이가 아니라고 주장하거나 잠적해 버린다.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미혼부는 또 다른 미혼모를 만들게 되고, 결국 미혼모의 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출산과 함께 미혼모들도 당연히 강한 모성애를 갖게 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친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자기가 낳은 자식을 남에게 보낸다는 죄책감이 엄마에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갖게 하고 평생 잊혀지지 않는 상처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대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엄마와 무조건 떼어놓는 입양 외에는 달리 최선의 방법이 없는 상태다. 최근에 아이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직접 자기 자식을 키우겠다는 10대 양육모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들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자신들이 낳은 아이는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한다.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편견에도 불구하고 과연 그들이 언제까지 그 아이를 키워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이들의 기특한 생각을 도와줄 수 있는 존재가 주변에 전혀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그들이 당당하게 엄마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입양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완벽한 대안이 아니라면 양육을 하겠다는 미혼모들에게 어떤 길을 열어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당연히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