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6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4.08.07 (일)
지난 해 4월, 일진회 가입을 위해 신고식을 하던 중학생이 선배들의 집단구타로 사망했다. 아버지에게는 갑작스런 아들의 사망소식도 청천벽력이었지만, 더욱 충격적인 건 착하고 어린 줄만 알았던 아들이 제 발로 찾아가 구타를 당하며 죽어갔다는 사실이었다. 때리는 아이도 맞는 아이도 아무런 죄의식이나 저항 없이 의례적으로 폭행을 저지른 이유는 단 하나, ‘일진’이 되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일진’ 또는 ‘일진회’는 이미 여러 차례 사회문제시 되었지만, 그 때마다 일부 극단적인 아이들의 문제일 뿐이라고 여겨져 왔다. 그렇게 우리 사회가 일진의 존재에 둔감해져 있는 동안, 청소년 약 1300명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설문조사에서는 약 90% 이상의 학생이 여전히 자신의 학교에 일진이 존재 한다고 응답하였으며, 서울의 한 노래방에서는 또다시 일진이 되기 싶은 아이들의 신고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소위 맞장, 물갈이(신고식), 터치(후배교육을 위한 폭행), 상납, 삥뜯기(금품갈취) 등을 하는 ‘일진’은 기존의 비행 청소년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을 갖는다. 우선, 선배의 지목을 받아야만 일진이 될 수 있으며 싸움을 통해 강인함을 확인한다는 것. 그리고 폭력이나 범법 행위일지라도 조직의 규율이라면 절대 복종해야한다는 점 등이다. 때문에 아이들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선택받았다는 자족감과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안정감, 그리고 힘으로 군림한다는 물리적 권력에 끌려 일진이 되기를 동경한다. 주목받기 위해서, 강해지기 위해서 ‘일진’이 되고 싶은 아이들은 아무런 죄의식이나 두려움 없이 폭력과 범죄에 익숙해진다. 아이들의 일그러진 영웅-일진, 그리고 일진의 비행에 만성이 되어버린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조명해 본다.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흔히들 ‘아이들끼리 싸울 수도 있지’ 혹은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과정일 뿐’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넘기기가 쉽다. 그러나 청소년 시기의 습관화된 폭력은 이후 심각한 성인범죄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일진의 선, 후배 관계는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연쇄적으로 폭력 등의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일진회 활동을 하고 있는 아이들이 여학생, 심지어는 초등학생으로까지 크게 확산되고 실정이다. 따라서 문제의 해결이 시급히 요구되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마땅한 대안은커녕 문제의 심각성 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주에는 4주간의 밀착 취재를 통해 일진 아이들의 위험한 생활상을 알리고 학교 폭력에 만성화된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주고자 한다. 아울러 8월부터 발효되는 ‘학교폭력예방대책 시행령’의 문제점과 보완점을 짚어내고, ‘일진’을 동경하는 잘못된 청소년 문화에 대한 선도의 방향을 함께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