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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회 그것이 알고싶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일 2004.09.11 (일)
지난 8월 20일 아내를 성추행하고 원치 않는 성행위를 강요한 남편에게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30년간 부부 사이의 성폭행을 인정하지 않았던 대법원 판례를 뒤집는 것이라는 점에서 논란과 함께 주목을 받고 있다.
여성계를 비롯한 몇몇 시민 단체는 환영의 뜻을 표하는 반면, 일부에선 잠자리를 같이 할 의무가 있는 부부간에 성폭력을 인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부부간의 성폭행 사건이라는 매우 드문 사건을 기준으로 일반부부들의 성생활까지 규정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논란 중에 가정폭력쉼터에서, 그리고 바로 우리 이웃에서마저도 강제적인 부부관계에 응해왔던 수많은 기혼여성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실제 부부간의 성폭력은 그렇게 우리사회에 숨어있었다. 성폭력인지조차도 모른 채.

중요한 점은 강제된 부부관계가, 폭력을 수반한 극단적인 수준이 아니라 하더라도, 비교적 수평적인 부부 사이에도 발생하다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밑바탕엔 부부 사이의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한 조사에서 80%에 가까운 남성이 부부관계를 부부싸움 후 화해수단으로 가능하다고 응답한 반면 실제 그런 상황에 처했던 여성들은 자신들이 남편의 성적 욕구해소의 수단으로 취급 받고 있다고 느꼈다고 대답했다.

이런 잘못된 인식은 자칫 일방적인 부부관계를 형성해 결혼생활에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급한 변화가 필요하다.

거부하고 또 거부하지만 부부이기 때문에 강요당하는 성관계 때문에 밤마다 입술을 깨물며 잠자리를 참아낸다는 아내, 남편의 샤워소리에 소름이 돋는다며 눈물을 보이는 아내, 그렇게 남편과의 잠자리가 싫어져 끝내 결혼생활이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는 부부들….

설사 이혼까지는 가지 않는다고 해도, 남편의 일방적이고 배려 없는 부부 관계 때문에 성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린 아내들. 그들은 여성이 성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했을 때 '밝힌다'고 치부해 버리는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부부관계를 멀리 하는 가 되거나 이라는 판정을 받고 있다.

이번 주에는 최근 있었던 부부간 성추행 판결을 계기로 우리 가정 내의 일방적인 부부관계 문화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기혼 남성, 여성 그리고 부부들의 솔직하고 대담한 인터뷰를 통해 남녀 간의 깊은 인식차이를 확인하고 보다 좋은 부부관계 문화를 위해 바뀌어야 할 점, 그리고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본다.